‘송중기’ 믿는 하이트진로…체질개선이 우선이라는 시장
입력 16.07.18 07:00|수정 16.07.18 07:00
맥주 성수기 돌입에 마케팅 강화…맥주사업 흑자 기대감
장기 이어 단기등급도 강등…”유동성 추가 확보 및 차입금 감축해야”
  • 장마가 지나고 나면 본격적인 '맥주'의 계절이 온다. 여름 성수기를 대비해 주류업체들도 다양한 프로모션을 준비하며 마케팅 강화에 나섰다.

    특히 국내 맥주시장 2위 하이트진로는 절치부심하며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광고시장 블루칩인 송중기를 앞세워 리뉴얼한 '올뉴하이트'에 이어 과일믹스 신제품인 '망고링고'까지 홍보할 계획이다.

    실제로 송중기의 파워는 피부에 와 닿는다. 업소에 설치된 송중기 포스터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청이 끊이지 않고 있고, 등신대와 입간판은 동이 날 정도다. 하이트진로는 올해 시장점유율 확대, 더 나아가 맥주사업 흑자를 목표로 하고 있다.

    회사 측은 "하이트맥주가 이른바 ‘송중기 맥주’라는 별칭까지 얻으며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송중기 효과가 판매량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선 맥주 성수기 이후 추이를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하이트진로는 올뉴하이트 출시와 함께 40%의 시장점유율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단계적으로는 1위 탈환을 위한 전략을 펼쳐간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시장과 소비자가 요구하는 대로 공격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는 의지다.

    근래 들어 가장 좋은 분위기를 탄 것은 확실하다. 그런데 이를 바라보는 금융시장의 시선은 한층 더 냉랭해진 분위기다. 잇따른 신용등급 강등이 상징적이다. 지난해 국내 3대 신용평가사들이 하이트진로의 기업 및 회사채 등 장기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하향조정하더니 올해 7월엔 NICE신용평가가 하이트진로 단기 신용등급을 A2에서 A2-로 떨어뜨렸다.

    장기 신용등급의 경우 통상 회사채 만기인 최소 3년간 회사의 사업 및 재무안정성을 점검한다. 단기 신용등급 평가에선 그보다 짧은, 1년 안에 회사에 발생할 수 있는 상황들을 점검한다. 이번 단기 신용등급 하향 배경은 단기적으로 하이트진로의 유동성 대응능력이 이전에 비해 약해진 점이다.

    NICE신용평가는 "하이트진로의 단기성차입금 규모가 6000억~7000억원 수준에서 유지되는 가운데 맥주 사업부문의 시장점유율 하락, EBIT(이자및세전이익) 적자 발생 장기화로 전체적인 현금창출이 이전에 비해 축소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금창출력 대비 높은 차입부담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이트진로는 맥주사업 실적 개선으로 등급 상향을 꾀하겠다는 목표다. 회사 측은 "1분기 맥주사업 실적, 그리고 보수적인 신용등급 책정으로 등급을 좋게 평가 받지 못했다"며 "소주부문의 높은 사업경쟁력과 하이트 리뉴얼 출시 이후 맥주사업 부문의 실적 개선이 반영된다면 등급상향 조정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소주부문은 여전히 높은 사업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소주부문의 매출액 대비 EBIT은 2011년 이후 11~13% 수준의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맥주는 수익성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2014년과 2015년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2015년엔 영업손실 규모가 축소돼 회사 전체 매출액 대비 EBIT이 7.0%로 소폭 회복됐다. 하지만 경쟁사의 증설계획, 수입맥주 성장세 등에 따른 맥주시장 내 경쟁강도 심화 등을 감안하면 회사의 영업수익성이 지금의 수준에서 크게 개선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게 NICE신용평가의 판단이다.

  • 하이트진로는 장부가액 1조3000억원어치의 토지와 건물, 600억원을 웃도는 자기주식을 보유하고 있어 재무적 융통성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최근 삼청빌딩 매각(390억원), 하이트진로에탄올 매각(735억원)에 이어 서초동 옛 진로 사옥도 매각 중에 있다"며 "유휴 부동산 매각대금은 해외사업 확대는 물론 사업구조 재편을 위한 투자금으로 사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NICE신용평가는 "유동성 확보방안이 실현될 경우 차입금 축소가 가능하지만 그룹 전체 차입금 대비 크지 않은 수준"이라며 "그룹 내 현금창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하이트진로의 이익창출력이 떨어져 자체사업을 통한 현금창출이 제약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당분간 회사의 재무안정성은 현 수준에서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룹 차원의 차입금도 좀처럼 줄이지 못하고 있다. 현재 하이트진로그룹의 총차입금 규모는 2조원가량이다. 지주회사인 하이트진로홀딩스의 개별 차입금만 8000억원이 넘는다. 하이트진로홀딩스는 하이트진로에 사옥과 산업재산권 매각(2165억원), 하이트진로 지분 매각(806억원) 등을 단행했다. 하지만 하이트진로의 자금 소요가 늘어나면서 회사의 차입금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개별적으로 보면 지주회사의 차입금이 준 것처럼 보이지만 그룹 차원에서 합산하면 그대로다. 지주사의 재무구조 개선을 단행할수록 사업회사인 하이트진로의 부담은 더 커지는 셈이다.

    시장에선 맥주시장 1위 재탈환이라는 목표보다 하이트진로의 체질 개선이 우선이라는 목소리가 대부분이다. 소비자들의 기호가 빠른 속도로 바뀌기 때문에 모델 효과가 언제까지 지속될 지 불확실하다. 경영 성과에 대한 개념도 바뀌고 있다. 많이 파는 것보다 많이 남기는, 다시 말해 마진을 많이 남길 수 있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 그런 변화의 바람에 대비하기 위해 회사의 체력을 먼저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몇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하이트진로그룹 전반의 차입금은 줄지 못하고 있는데 이것이 맥주 사업의 흑자전환으로 일시에 해결될 수 없고 그 가능성도 잘 모르겠다"며 "무엇보다 차입금 감축을 통한 그룹 전반에 대한 시장 신인도를 높이는 작업이 우선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하이트맥주에 대한 잦은 리뉴얼은 맥주 1위를 되찾아야 한다는 회사의 조급함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각 부문에서 1위를 목표로 하기 보단 종합주류회사라는 보다 큰 관점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선 무엇이 먼저 선행돼야 하는 지는 자명하다"고 덧붙였다.

    국내 유일의 종합주류회사인 하이트진로그룹은 진로소주를 기점으로 한 창사 100주년이 10년도 채 남지 않았다. 시장과 관련업계는 하이트진로가 100년 기업에 걸맞게 보다 멀리 내다보길 바라고 있다. 현 시점에선 당장의 치열한 마케팅을 통한 점유율 확대보다 내부 점검이 먼저라고 얘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