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 유탄, 화장품 기업 IPO로 튀었다
입력 16.07.19 07:00|수정 16.07.19 07:00
정책·외교관계에 영향 고스란히 받아
IPO시 참고하는 동종기업 주가 일제히 하락
'화장품 끝물?'…"투자자들 손 떼는 분위기"
  • # 화장품 기업 A사의 주식은 장외시장에서 '없어서 못 구하는' 종목이었다. 외부 투자를 받은 적도 거의 없는데다, 기업공개(IPO)도 앞두고 있어 주식을 사려는 벤처캐피탈의 문의가 끊이지 않았다. 정부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확정하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중국 정부가 경제적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우려에 투자자들의 관심은 밀물 빠지듯 사라졌다. A사는 울며 겨자먹기로 상장 시 밸류에이션을 조정하기로 했다.

    지난해 기업공개를 하겠다고 나선 화장품 기업은 10곳이 넘었지만, 올해 상반기까지 상장한 기업은 한 건도 없었다. 중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클리오, 클레어스코리아, 카버코리아, SD생명과학 등은 지난해부터 상장 작업을 진행해왔다.

    이들 기업은 지난해 중국 정부의 따이공(보따리 상) 규제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로 위축된 매출을 보완해 올해 하반기 상장할 예정이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올해 화장품 실적이 개선된 것은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기저효과"라며 "이 부분을 활용해 매출성장률을 강조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지난 8일 정부의 사드 배치 발표 후 분위기는 다시 가라앉았다. 화장품 업체 상당수가 중국 성장성에 기대고 있는데, 한중 관계 악화가 불보듯 뻔해지며 투자 심리가 눈에 띄게 차가워진 것이다.

    국내 증시 화장품 섹터 지수는 이날에만 약 5% 급락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날 44만원에서 42만원으로, LG생활건강은 118만원에서 112만원으로 떨어졌다. 잇츠스킨과 토니모리, 에이블씨엔씨 역시 하락세를 보였다.

    IPO시 기업가치 산정을 위한 비교기업의 주가가 무너지자 IPO시장에서 화장품주도 '끝물'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한국 화장품산업 성장성의 상당수는 중국인 수요에 기대고 있다.

    지난해 화장품 국내 제조규모 10조원 중 중화권 수출 규모가 2조원에 달했다. 전체 수출의 70%에 달한다. 따이공이나 주문제조생산(OEM) 등을 합치면 화장품 산업 전체 규모의 4분의 1 이상이 중국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내부의 정책이나 외교 상황에 실적이 흔들릴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중국내 위생허가 요건이 강화되며 국내 화장품 제조사의 실적도 꺾이기도 했다. 잇츠스킨이 대표적이다. 잇츠스킨은 지난해 달팽이 점액물질(뮤신)에 대한 중국 정부의 위생허가를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유가증권시장에 안착했다. 그러나 상장한 지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위생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위생허가 실패에 따이공 규제가 이어지면서 매출은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1분기 1150억원을 기록했던 매출액은 올해 1분기 830억원으로 감소했다. 잇츠스킨의 매출에서 따이공과 역직구는 40%를 차지했다.

    화장품은 또 비공식 거래가 많은 품목 중 하나다. 그동안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던 편이지만 한국 화장품에 대한 중국 정부의 규제는 매년 구체화되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크는 "비공식적인 판매 채널이 대규모로 형성되어 있어 중국 정부의 단속이 이뤄질 경우 한국 화장품 업체 실적에 부정적 영향 가능이 있다"고 설명했다.

    사드 배치는 당장 화장품 기업의 매출에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 그러나 중국정부가 중국인의 한국 여행을 제한하고, 수입 비관세 장벽을 강화할수 있다는 우려는 떨쳐내기 어려운 지점이다.

    화장품을 담당하는 또다른 애널리스트는 "사드 배치 여파가 가라앉으면서 일부 종목의 주가는 회복되고 있지만 우려는 여전하다"면서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놓칠 수 있는 상황인 만큼 향후 IPO시장에서 화장품주가 예전만큼의 인기를 누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