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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인터내셔널은 올초 '포스코대우'로 사명을 변경하며 그간 불거진 내홍을 일단락했다. 그러나 해결할 사안들은 산적해 있다. 포스코 식구가 된지 6년째지만 그룹 내 회사 입지는 불안하다. 주력사업인 상사(商社)에서는 지난해 1000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내며 수익창출에 대한 근본적 고민도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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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지금 포스코대우를 먹여살리는 건 한때 '매각대상'으로 거론되기까지 한 미얀마 가스전이다. 가스전에서만 최소 2300억원에서 최대 3000억원의 영업이익이 기대된다.
그럼에도 불구, 가스전의 향방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가스전 개발은 양수영 전 포스코대우 자원개발본부장(부사장)이 (주)대우 에너지개발팀장으로 재직할때부터 키워낸 작품이다. 올해 초 퇴임한 그는 최근 '황금가스전'이란 책을 출간, 그간 자원개발 진행상황을 소개했다.
양 전 부사장은 "포스코대우의 긍정적 발전을 위해 자원개발 전문회사를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포스코대우의 상사부문 부진은 공교롭게도 자원개발 부문에서 수천억원대 현금이 유입되기 시작한 시기와도 일치한다"며 "무역부문은 미얀마 가스전에서 유입되는 수익은 염두에 두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얀마 가스전의 현금창출력에 의지할 경우, 포스코대우 상사맨들이 그간 비즈니스에서 보여온 '치열함'과 '처절함' 등 본성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포스코그룹이 자원개발 부문에 더 큰 관심을 보이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다음은 일문일답.
-작년에 있었던 미얀마 가스전을 둘러싼 내홍은 어떻게 된 일인가?
“애초 논의는 업무가 상이한 무역 부문과 자원개발 부문을 분리함으로써, 대우인터내셔널의 자산가치를 더 증대시킬 수 있지 않겠느냐는 취지에서 출발한 것으로 안다. 합병으로 시너지를 올리는 경우도 있지만 분리해서 각각의 효율을 높이고 경쟁력을 더 갖출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자원개발이란 건 무역과는 완전히 다른 분야다. 때로는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전문가가 주요 사업현안과 투자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자원개발 전문회사가 돼야 시장의 평가를 제대로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돈 되는’ 미얀마 가스전을 팔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는데 그게 ‘매각설’로 와전된 부분이 있다.”
- 자원개발 부문이 발전하려면 어떤 방안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자원개발에 직접 참여한 전문가들이 투자결정 의사소통과정에도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자원개발은 과감한 투자결정이 필요한데 지금의 '상사 중심의 의사결정 과정'에선 적기에 투자가 이뤄지기 어렵다. 기존 주력 사업인 상사의 자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자원개발과의 분리가 필요하다"
- 포스코대우는 작년 무역부문에서만 98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원래 상사다. 대우사태와 워크아웃을 거치면서도 무역에 있어서는 지난 수십년간 한국 최고의 경쟁력을 가져왔다. 하지만 재작년부터 실적이 상당히 나빠졌다. 공교롭게도 자원개발 부문에서 수천억원대 현금이 유입되기 시작한 시기와도 일치한다. 상사는 치열하게 때론 처절하게 영업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 사업이다. 자원개발 사업에서 수천억원대 현금이 유입되는 상황은 어쩌면 무역부문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좋지 않은 일일 수 있다.
무역 부문은 미얀마 가스전에서 유입되는 수익은 염두에 두지 말고, 이전에 가지고 있던 영업력과 생존력을 십분 발휘해 이전처럼 자체적으로 1000억원대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경쟁력을 회복해야 한다."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는 지금이 자원개발 투자확대의 적기라고 봐야하나?
“유가가 바닥까지 내려 온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자원개발은 앞으로도 100년, 200년 계속될 것이므로 우리나라가 절대 포기해서는 안되는 산업이다. 전(前) 정권과 관련된 자원개발에 대한 검찰 수사 등으로 자원개발 자체가 위축된 면도 있다. 지금 우리가 미얀마에서 판을 잘 깔았다. 지금 매년 몇 천억원씩 현금이 유입되는 데 만족할 게 아니라 제2, 제3의 성공을 위한 투자가 과감히 이뤄져야 할 때라고 본다.”
-포스코그룹은 자원개발 사업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나?
“포스코는 사실 재무구조 개선, 철강 역량 강화 등에 더 집중하고 있으며, 자체적으로도 해결해야 할 현안이 많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철강업 구조조정 이슈도 있고, 해외 사업에서의 수익성 제고 문제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원개발 사업 확장을 크게 신경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된 것 같다. 포스코가 한국의 대표 기업으로서 자원개발의 중요성을 공감할 수 있게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양수영 前포스코대우 부사장
2011.03~2016.02 대우인터내셔널 자원개발본부장, 부사장
2011.01~2011.03 대우인터내셔널 에너지자원실장
2004.05~2011.01 대우인터내셔널 미얀마 E&P사무소장
1996.06~2004.05 대우인터내셔널 에너지개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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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7월 15일 09:34 게재]
양수영 前 포스코대우 자원개발본부장 부사장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