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즈숍 1위 ABC마트, IPO 2전3기…10년의 '우여곡절'
입력 16.07.21 07:00|수정 16.07.22 09:40
한국형 카테고리킬러로 우뚝…매출액 4000억원 눈앞
리먼 사태·내부 갈등으로 상장 시점 두 번 놓쳐
우려 딛고 성장 지속…안영환 전 대표와의 대결도 '관심'
  • 국내 멀티슈즈숍 1위 ABC마트코리아가 다시 상장에 도전한다. 최근 10년간 세 번째 도전이다. 첫 도전은 글로벌 경제위기탓에, 두번째 도전은 내부 갈등으로 인해 실패했다. 내우외환(內憂外患)을 한번씩 겪은 셈이다.

    이런 와중에도 ABC마트코리아는 최근 5년새 두 배의 매출 성장을 달성했다. 우려에도 불구하고 갈등을 딛고 사세(社勢)도 커졌다. 다만 업황으로 보면 성장성은 둔화되고 있고, 후발 주자들의 추격은 본격화됐다.

    ◇ 신발 무역 전문가 아래서 승승장구…리먼 사태로 IPO 연기

    ABC마트코리아는 지난 2002년 국내에 진출했다. 재일교포 사업가 미키 마사히로(한국명 강정호) 회장이 이끄는 일본 ABC마트의 첫 해외 진출이었다.

    회사의 중심에는 안영환 전(前) ABC마트코리아 대표가 있었다. 안 전 대표는 선경물산(현 SK네트웍스)에서 20년 가까이 신발 무역을 담당한 전문가였다. 마사히로 회장과의 신뢰 관계도 두터웠다.

    ABC마트코리아는 하이마트와 더불어 대표적인 한국식 '카테고리 킬러'(Category Killer) 기업으로 꼽히며 승승장구했다. 진출 5년만에 점포가 40여곳으로 늘고, 매출액도 700억원에 육박했다.

    이 성공을 바탕으로 2007년말부터 상장을 준비했다. 유통망 확대를 위한 투자비용 마련을 위해서였다. 2008년 하반기를 목표로 실사를 진행했지만, 리먼 사태가 터졌다. 증시가 삽시간에 얼어붙으며 상장 계획을 포기해야 했다. 이후 사업 확대에 필요한 자금은 상당부분 일본 ABC마트로부터 차입했다.

    ◇ 안영환 대표-日 ABC마트 사이 금가며 2011년 재도전도 실패

    리먼 사태의 후폭풍이 잠잠해진 2010년.  회사는 다시 상장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 사이 연매출은 2000억원을 넘볼 정도로 커졌다. 반스·호킨스 등 해외 유명 브랜드와 단독 계약을 맺어 PB(자체 브랜드)처럼 유통하고, 가격 할인폭을 높여 재고를 최소화했고, 트렌드에 맞춘 신제품을 빠르게 출시하는 전략이 맞아 떨어졌다.

    2011년 상반기를 목표로 상장 예심까지 통과했다. 그러나 상장의 문턱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문제는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터졌다. 안 전 대표와 일본 ABC마트 사이에 균열이 생긴 것이다.

    당시 안 전 대표와 일본 ABC마트 본사간의 갈등은 ABC마트코리아 매장 인테리어를 전담하는 '디자인오소'라는 회사에서 비롯됐다. 이 회사의 대표는 안영환 전 대표의 동생이었으며 안 전 대표가 지분을 투자했다.

    일본 ABC마트는 디자인오소가 공사비용을 부풀려 부당한 이득을 챙겼다고 판단했다. 안 전 대표 측은 '일본 쪽에서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며 욕심을 내고 있다'고 반박했다. 당시 이를 지켜본 업계 관계자는 "일본 ABC마트는 마치 본인이 오너인양 행동하는 안 전 대표를 매우 불쾌하게 생각했다"며 "디자인오소라는 회사를 매개로 이런 불만과 갈등이 터져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태는 안 전 대표가 보유한 주식 33% 전량을 400억여원에 일본 ABC마트에 넘기며 물러나는 방식으로 간신히 일단락됐다. 이때 ABC마트코리아는 당시 일본 관동지방을 강타한 동일본 대지진때문에 상장을 철회한다고 공공연히 밝혔지만 사실과는 거리가 멀었다. 디자인오소 주식 양수도계약 체결일이 2011년 3월11일로 지진이 일어난 날과 일치한다. 사실 상장 철회는 그 전에 결정된 사안이었다.

  • ◇ 안 대표 물러났지만…'5년간 매출 2배' 우려 씻어

    국내에서 ABC마트를 키운 주역이었던 안 전 대표가 물러나자 업계에서는 회사의 성장세도 끝났다는 예상이 나왔다.  맨손으로 100여개 매장을 일군 안 전 회장의 카리스마가 그만큼 컸다는 판단에서다.

    예상과 다르게 회사는 이후에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일본 ABC마트 본사는 안 전 대표 아래서 최고운영책임자(COO)로 8년간 일해온 이기호 대표를 사령탑에 앉혔다. 이 대표는 신발 편집숍 1위의 구매력을 바탕으로, 나이키·아디다스 등 프리미엄 브랜드와 협업을 강화했다. 프리미엄 편집숍 '프리미어 스테이지'와 '메가 스테이지'를 론칭했다. 또 여성 슈즈 브랜드 '누오보'의 단독 매장을 내는 등 사업을 다각화해 나갔다.

    ABC마트 코리아의 작년 매출액은 4000억원에 육박, 5년 전에 비해 두 배 성장했다. PB브랜드 중심의 성장 전략을 활용함으로써, 유통업체로는 드물게 영업이익률이 10%를 넘겼다.

    ◇ '아버지가 적으로'…어떤 성장 전략 내놓을지 관심

    다시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지금 ABC마트코리아의 상황이 녹록하지는 않다. 한때 연 40%를 훌쩍 넘던 매출 성장률은 지난해 7%에 그쳤다. 레스모아, 슈마커 등 국내 후발주자들의 추격도 매섭다. 두 회사의 지난해 매출액 합계는 2500억여원으로 아직 차이는 있지만, ABC마트코리아가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ABC마트코리아를 키워낸 안영환 전 대표가 멀티슈즈숍 업계에 복귀한 것이 변수로 꼽힌다. 그는 ABC마트코리아 사임 이후 친정 격인 SK네트워크로 돌아가 IT유통(컨시어지)을 맡았다가, 지난 3월 슈마커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ABC마트코리아로서는 회사를 키운 아버지가 라이벌 회사의 수장이 된 셈이다.

    ABC마트코리아는 이르면 연내 상장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현재 시가총액은 1조원 안팎이 거론된다. 신주-구주 비율에 따라 다르겠지만 많으면 공모를 통해 2000억~3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자금을 어떤 분야에 어떻게 투자해 성장성을 확보하고, 후발주자와의 격차를 벌리느냐가 ABC마트코리아의 과제다. 상장 과정에서는 어떤 사업전략과 청사진을 제시해 투자자들을 유인할지가 관심사로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