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업계 "못믿을 은행 共生, 이젠 보험에 기대볼까"
입력 16.07.28 07:00|수정 16.07.28 07:00
은행 지원은 장소 제공뿐…의사결정 느린 한계
"금융당국 눈치 덜 보고 공 보험사와 협업 기대"
  • 은행의 지지부진한 '지원' 모델에 지친 핀테크 업체들이 보험 등 다른 금융업권의 관심에 화색을 보이고 있다. 'OO멤버스 X기' 형식의 은행 핀테크 육성 프로그램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느낀 까닭이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핀테크 육성을 주요 의제로 제시하며 시중은행들은 앞다퉈 육성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올 상반기까지 백여 곳에 달하는 업체가 이에 참여해 사무공간과 멘토링 등을 제공받았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핀테크 업체 중 일부는 기대와 다른 지원 수준에 회의감을 나타냈다. 핀테크 업체가 꼽는 은행 지원의 한계는 크게 세 가지다. 이미 사업모델을 개발 중인 업체를 모아놓고 조언을 해주는 수준에 그치는데다, 은행이 손 대본 분야가 아니니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의사결정이 느리다는 것이다.

    한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의사결정 프로세스가 너무 느리다는 게 가장 곤란한 부분이었다"며 "특히 회사에 직접 지분을 투자하거나 합작사업을 추진할 경우 의사결정 속도는 상상이상으로 느렸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들이 먼저 핀테크 업체를 불러 모았지만 잘 된 결과물이래봐야 실체없는 양해각서 정도였다"며 "해외 진출 등에서도 은행은 각종 규제에 얽매여 자유롭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 재무적인 지원도 대부분 대출이었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시중5개 은행이 핀테크업체에 한 금융지원 규모는 총 1조4470억원으로 이중 대출은 99.4%, 지분투자는 0.6%에 불과했다.

    은행들도 핀테크를 육성해 시너지를 낸다기보다는 정부 정책에 발 맞춘다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과 관련한 IT 기술 수준은 은행 자체적으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며 "핀테크 육성 프로그램 등은 실무 부서에 적용해 성과를 내기보단 국내 금융시장에서 필요한 사업분야기 때문에 사회공헌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다보니 최근 핀테크 육성에 나선 한화생명에 관심이 집중되는 건 당연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한화생명은 지난 18일 핀테크 육성센터인 '드림플러스63'을 10월 중 설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발표는 최근 나왔지만, 이미 지난해 말부터 금융과 관련된 핀테크업체를 찾아 입주시키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핀테크 업체들은 보험사의 지원도 사회공헌 차원에 그칠 수 있단 점을 우려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대기업 그룹사에 소속한 보험사라면 업무 제안, 협의, 의사결정 등의 과정에서 신속한 업무추진이 가능할 거라는 기대를 걸고 있다.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그나마 한화생명은 보험사라서 은행보단 금융당국 입김에 덜 민감할 수 있고, 핀테크 업무를 추진해온 한화그룹 계열사, 보험사 다양한 부서들이 있어서 제휴 사업모델을 만들기가 나을 걸로 본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대출 투자 지원에 그쳤지만 보험사는 사업성만 뒷받침되면 지분투자·합작사업 등도 검토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판단이다. 핀테크 업체 중엔 금융 인프라가 발달하지 않은 아시아 권역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를 기획하는 곳이 많아서 해외 진출시에도 규제가 심한 은행보단 보험사와 협업하는 게 수월할 수 있단 관측도 나온다.

    또 다른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은 핀테크 업체들과 제휴하는 이유로 그들이 새로 추진하는 사업에 서로 도움을 주면서 장기적으로는 공존하는 방향을 원한다고 설명하고 있다"며 "당장 경쟁력있는 업체부터 골라 관계를 맺은 뒤 그들의 사업모델을 관찰하면서 지분투자를 하더라도 보험사로선 이득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