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자닌 투자 '함정' 조심
입력 16.08.18 07:01|수정 16.08.18 09:53
올 메자닌 발행 기업 40% 적자
투자 적성 심사 시스템도 '부실'
절차 배제한 '묻지마 투자' 우려
  • 지난해 KTB자산운용·산은캐피탈·IBK기업은행 등을 상대로 CB 80억원을 발행한 나노스가 올해 4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메자닌 펀드가 투자한 기업 중 첫 디폴트(Default) 사례였다.

    당시 투자를 검토했던 한 운용사 관계자는"회사 재무상황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투자하지 않았었다"며"메자닌 투자는 짧게는 1년에서 보통은 3년 후를 내다보고 투자하기 때문에 꼼꼼히 살펴보고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메자닌 투자는 중위험·중수익이 아닌 고위험·고수익 투자다.

    ◇메자닌 발행 기업 43%, 지난해 적자

    메자닌 투자 수요 증가로 재무상황이 열악하거나 검증되지 않은 기업들도 메자닌 증권 발행에 나서는 경우가 늘고 있다.

    메자닌 증권은 주로 중소·중견 코스닥기업들이 발행한다. 올 상반기까지 발행한 총 253건의 메자닌 증권 발행 중 186건이 코스닥기업이었다. 신용등급이 없는 회사들이 대부분이다. 신용등급이 있더라도 회사채 시장에 나서지 못하는 기업들또한 메자닌 시장을 찾는다. 올해 공모방식으로 메자닌 증권을 발행한 기업의 신용등급은 B급이거나 이보다 낮았다.

    실제로 올해 메자닌 증권을 발행한 168개 기업의 절반가량(74곳)은 지난해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코넥스와 기타법인의 적자기업 비율이 가장 높았고 코스닥 기업이 그 다음으로 높았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전년도 영업이익 흑자를 냈다면 2년은 버틸 수 있다고 보지만 적자기업은 2년 내 상장폐지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상장폐지 된 업체는 총 76곳이다. 이 중 이전상장과 합병, M&A를 진행한 기업을 제외하고 발행한 메자닌 증권의 만기가 도래하기 전 상장폐지 된 기업은 약 30%(22곳)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펀드 설립 이후 3달여 동안 총 42건의 투자처를 검토 해 이중 35건의 투자를 포기했다"며"발행시장에 나설만한 기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수요가 많아 자금모집이 수월 하다보니 발행에 나서고 있는 경우였다"고 말했다.

    ◇투자심사 '속도전'… '묻지마 투자' 우려

    투자 적성성을 검토해야 할 투자자문·자산운용사들은 시간에 쫓기고 있다. 메자닌 발행이 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투자 대기 자금이 더 많아 머뭇거리다가는 투자 기회를 놓친다는 압박감이 더 크다는 게 메자닌 투자 업계의 얘기다.

    올해 자동차 관련 업체 D사가 50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하겠다고 하자 자산운용사가 투자자를 모으는 데 일주일 정도 밖에 걸리지않았다. 메자닌 증권 발행 기업의 40% 이상이 적자기업임에도 투자자를 모을 수 있었던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투자 심사 시스템도 부실하단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형 운용사 수준을 기대하기도 어렵고 할 수도 없지만 적정 절차를 거쳤는지 의심이 가는 '묻지마 투자'가 나타나고 있어서다. 운용역 1~2명이 기업실사 후 바로 투자 결정을 내리는가 하면,운용사 1곳에서 투자 심사를 마치면 다른 운용사들은 별도의 기업실사나 투자검토 없이 따라가는 투자를 하는 경우가 흔하다는 것이다. 100억원 메자닌 발행에 운용사 한 곳이 50억원을 투자하면, 2~3곳의 운용사는 따라서 투자를 하는 형태다.

    상대적으로 경험이 많은 운용사나 자문사의 능력을 믿고 투자하는 형태이긴 하지만 향후 투자 실패시 책임을 나눌 수 있는 구실로도 활용할 수 있어 이같은 투자가 이뤄진다고 관계자들이 전했다. 국내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운용사나 자문사들이 투자를 선점하기 위해 무리하게접근하는 경우가 많다"고 언급했다.

    최근 발행된 메자닌 증권의 만기,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의 부도율 등을 고려했을 때 앞으로 1~2년 후에는 투자 부실이 현실화하거나 손실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 것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최근 부실 사례는 시작 수준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메자닌 투자를 말그대로'중위험'으로 투자자들에게 설명하는 점도 문제란 지적이다. 상대적인 위험을 절대적인 위험으로 포장하는 불완전판매 우려도 있다. 메자닌 투자업계 관계자들은 "메자닌 투자는 중위험이 아닌 고위험·고수익을 바라는 투자에 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