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업계 中 리스크 하반기 해결 '낙관'…국가 차원 대응 필요"
입력 16.08.18 07:30|수정 16.08.23 14:05
김광주 SNE리서치 대표이사 인터뷰
中의존도 높은 업체 리스크도 커
LG화학·삼성SDI 등 국내 기업
다른 글로벌 시장에도 신경써야
  • 중국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국내 배터리 업체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베스트조선은 전기차·2차전지 전문 리서치·컨설팅 업체인 SNE리서치의 김광주 대표이사를 만나 최근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광주 대표는 "중국 정부의 규제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다"고 단언했다. 전기차는 중국이 정부차원에서 강력하게 육성하고 있는 산업인 만큼, 앞으로도 타국 업체들이 주도권을 쥐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개별 업체 차원의 대응보다는 정부 차원에서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 삼성SDI와 LG화학이 최근 결정한 유럽 투자 건에 대해선 높게 평가했다. 김광주 대표는 "중국이 중요한 시장인 것은 맞지만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큰 것은 리스크"라고 말했다. 또한 2020년까지 양사의 글로벌 수주잔량은 보수적으로 잡아도 각각 15조원·22조원에 이르는 점을 들어 "(중국발 악재에도 불구하고)글로벌 시장에서 각 업체의 상황은 나쁘지 않다"고 평가했다.

    삼성그룹과 LG그룹이 최근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전장 부품 사업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광주 대표는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와 내부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기존 자동차 부품업체에도 전기차 전장부품 분야는 새로운 비즈니스"라며 "신규 업체에도 기회가 없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테슬라 현상'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기도 했다. 김 대표는 "테슬라는 양산 경험이 없는 데다 아직 일부 부품은 공급업체도 선정하지 못했다"며 "안전문제 등이 있기 때문에 내년 40만대 생산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중국 정부의 한국 전지업체에 대한 규제·견제가 심해지고 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중국 정부의 규제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될 것 같지 않다. 삼성SDI가 이번 기업설명회(IR)에서 하반기 내로 중국 규제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건 너무 낙관적으로 본 것이다.

    국내 업체들뿐만 아니라 글로벌 유수의 업체들이 중국 정부의 규제에 꼬투리를 잡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SDI와 LG화학만 하더라도 중국 업체들과 기술격차가 1년반에서 2년 정도 차이가 난다. 그런데도 품질문제로 꼬투리를 잡히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이 정부차원에서 기술격차를 따라잡을 시간을 벌려는 시도로 본다. 각종 규제들을 계속 도입하고 있다. 중국도 전기차 관련 사업이 돈이 될 것이란 걸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도 한국 업체들에 쉽게 주도권을 내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에서 규제가 풀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최근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도입을 둘러싸고 양국 갈등이 커지면서 중국 언론들도 한국 업체에 대한 티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된 상태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도 지금 시점에선 규제를 풀어주는 것이 부담이 될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국내 업체들은 이번 문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개별 업체들이 해결 방안을 찾고, 이에 대응하는 식으로는 해결책을 찾기 힘들다. 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 '중국이 G2로서 큰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

    정부 차원의 협상단을 꾸려야 한다. 생색내기 대응에 그쳐선 안 된다.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끼리 만나서 규제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도록 협상을 해야 한다.

    자동차 비즈니스 특성상 한 부품이 일단 채택되면 단기간에 그 부품을 바꿀 수 없다. 다시 말하면 일단 초기 디자인 과정에서 부품이 채택되지 않으면 향후 자동차를 개발하는 3~4년간의 기간 동안 그 모델에 부품이 채택되는 것이 힘들다는 말이다.

    올해부터 북경기차(BAIC)를 비롯한 여러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새로운 전기차 모델을 만들기 위한 '디자인 프리즈' 단계에 돌입한다. 디자인 프리즈는 아이디어를 내고 부품을 소싱하는 중간단계를 의미한다. 이번 시기를 놓치면 국내 업체들은 향후 몇 년간 기회를 놓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정부의 적극적이고 빠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LG화학과 삼성SDI의 향후 전망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중국 이슈로 많이 위축될까?

    "중국이 전기차 시장에서 가장 큰 시장인 건 맞다. 하지만 세계 다른 시장에서는 충분히 기회가 있다고 본다. 세계적으로 다른 시장에서의 전기차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지금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중국에서의 위기를 잘 극복한다면 향후 세계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보통 하나의 자동차 모델이 단종될 때까지 배터리 부분에서 나올 수 있는 총 매출 규모를 5조원으로 계산한다. 2020년까지 LG화학의 수주잔량은 22조~25조원 정도로 집계된다. 삼성SDI의 수주잔량도 15조~17조원 수준이다. 물론 해당 수주잔고 중에는 중국 수주도 일부 잡혀있는 것은 있다.

    두 업체의 전반적인 글로벌 수주량은 꽤 괜찮은 상황이다. 즉 현재 중국 상황이 어렵다고해서 배터리 시장 전체가 다 죽는 건 아닐 수 있다는 말이다. 당장 중국 이슈는 부정적일지라도 향후 수주잔량을 고려할 경우 각 업체의 상황은 나쁘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앞으로는 중국 시장 외에도 다른 글로벌 시장에도 집중을 해야할 것 같다.

    "여러 이유 때문에 늦어지긴 했지만, 삼성SDI와 LG화학 양사 모두 유럽에 이미 투자를 결정했다. 삼성SDI는 헝가리 지역에, LG화학은 폴란드에 공장 짓는 것으로 안다. 중국이 중요한 시장인 것은 맞지만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큰 것은 리스크가 있다. 유럽에 공장을 짓는 결정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SNE리서치 설립 계기는 무엇인가?

    "1988년부터 1999년까지 삼성SDI에서 근무했다. 당시에 회사는 주로 TV용 브라운관을 만들었다. 글로벌 마케팅과 기획을 하면서 글로벌 TV시장의 수요와 공급, 가격, 경쟁 등 현재 시장조사와 컨설팅 등의 기본을 자연스럽게 익혔다. 삼성SDI 근무시절 리서치 자료를 받아보며 해당 정보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 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정보의 신뢰성·연속성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자연스럽게 SNE리서치를 창업하는 계기가 됐다.

    배터리 분야는 우리나라가 1등을 하는 산업분야다. 관련 리서치·컨설팅 분야도 우리나라 업체가 당연히 1등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지식산업의 분야에서 우리가 자랑스럽게 내세울 만한 리서치회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SNE리서치가 그 위치에 오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LG화학의 배터리 가격이 공개되면서 저가수주 논란이 있었다.

    "문제가 된 것은 GM의 BOLT 모델이다. 셀 가격이 킬로와트(KWh)당 145달러라고 GM이 발표했다. 하지만 그 가격은 당시 가격이 아니라 올해 하반기 기준 가격이다. LG화학 관계자들은 '올해 하반기면 지금 제시된 가격 수준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였다.

    저가수주가 문제가 된 것은 오히려 중국 시장에서다. 이는 지금의 중국 규제 이슈가 불거진 근원 중 하나이기도 하다. 삼성SDI와 LG화학이 기술력이 높은 배터리를 싼 가격에 중국 완성차 업체들에 공급하다보니, 중국 배터리 업체 입장에서는 눈엣가시였을 것이다.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그렇게 싸게 팔지 않아도 많은 이익을 남기고 있다. 정부 보조금을 바탕으로 높은 가격에 납품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현지 배터리업체 CATL은 한국 업체들보다 경쟁력이 떨어지지만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20%에 육박했다. 개인적으로 국내 업체들도 중국 시장에서 저가수주를 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배터리를 저가에 공급하며 전장부품을 같이 팔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지 않나.

    "공급 대상마다 사정은 다르겠지만 그렇게 볼 수도 있다. 보통 자동차 비즈니스는 일단 5년을 주기로 본다. 첫 1~2년은 손실을 보더라도 향후 3년간 더 큰 이득을 볼 수 있으면 수주를 하는 전략일 수도 있다. 일단 초기에 못 들어가면 아예 기회조차 없기 때문이다.

    배터리 업체가 부가가치 영역을 발굴하기 쉽지 않다. 완성차 업체들이 셀 외에 부가가치 영역있는 것들을 잘 주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핵심 가치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특히 콘티낸탈·보쉬 등 전문회사들이 해오던 분야들은 더욱 어렵다.

    그렇지만 삼성SDI가 마그나 슈타이어(Magna Steyr)의 배터리 팩 사업부문을 인수한 것은 기존 사업과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딜이었다고 생각한다."

    -기존 부품사들의 헤게모니가 강력한 자동차 부품시장에 LG와 삼성 브랜드를 단 부품사업이 생존할 수 있을까?

    "원래 전장사업은 기존 부품사들이 잘 하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에 들어가는 전장부품은 기존 자동차 부품업체에게도 새로운 비즈니스일 수 있다. 기존 내연기관에서의 구조와 다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처음 진입하는 업체들도 충분히 참여 가능한 시장이다. 물론 기존 업체들이 더 잘할 수도 있지만 신규 업체에게도 기회가 없는 건 아니다."

    -향후 전기차 시장 전망은 어떻게 보나?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매년 전기차 예상 수치를 계속해서 올리고 있다. 2020년이면 연간 전기차 생산 대수가 1000만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테슬라 현상은 어떻게 바라보는가?

    "테슬라가 40만대 오더를 받아 모델3 양산을 준비한다고 한다. 한 부품업체 사장이 최근 테슬라 공장을 다녀온 뒤 '불안하다'는 소감을 밝히더라.

    연간 40만대 자동차를 생산한다는 건 어마어마한 규모기 때문이다. 자동차 생산에 들어가는 부품의 수가 엄청나게 많은데, 양산 경험이 없는 회사가 부품을 소싱해서 생산하는 것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다.

    기존 연산 5만대 수준에서는 이러한 체제가 가능하다. 연산 40만대에선 힘들 것으로 보인다. 모든 부품이 안정성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아직 모터에 들어가는 부품을 공급할 업체도 선정되지 않았다고 들었다. 이에 기존 자동차 부품업계 관점에서는 내년까지 양산은 불가능한 일로 보고 있다."

    ■김광주 SNE리서치 대표이사

    2010년~2016년 현재 SNE리서치 대표이사

    1999년~2009년 디스플레이뱅크 공동 대표이사

    1988년~1999년 삼성SDI 영업·마케팅·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