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다스'가 좌우할 화승엔터프라이즈 IPO
입력 16.08.22 07:00|수정 16.08.22 07:00
베트남 화승비나 아디다스向 매출 93%
유럽 경기 악화로 아디다스 매출 둔화
상반기 실적 연환산…계절적 매출 변화 정확도 떨어져
  • 화승인더스트리의 베트남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는 화승엔터프라이즈가 유가증권시장에 오는 10월 상장한다. 베트남 계열사는 신발 브랜드 아디다스에 대부분의 매출을 의존하고 있다. 아디다스 그룹에 대한 시장 평가가 화승엔터프라이즈 공모가격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화승엔터프라이즈는 LS전선아시아 같은 특수목적회사(SPC)다. 베트남 법인인 화승비나의 한국 상장을 위해 화승인더스트리가 세웠다. 화승인더스트리는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그룹의 제조업자개발생산(ODM)을 담당하는 9개사 중 하나다.

    화승엔터프라이즈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베트남 법인 화승비나는 아디다스 발주 물량을 책임지는 회사다. 화승비나의 최근 5년간의 매출을 살펴보면 아디다스 매출 비중은 93%를 차지한다. 사실상 아디다스를 위해 존재하는 회사다.

    화승비나가 직접 아디다스 그룹과 거래하는 것은 아니다. 아디다스는 화승인더스트리와 직접적인 계약관계를 맺고 있다. 화승비나는 화승인더스트리로부터 원재료를 공급받고, 완제품을 생산한 후 화승인더스트리에 납품한다.

    아디다스의 성장세가 화승엔터프라이즈의 실적에 직결되는 구조다. 아디다스 그룹의 최근 성장세가 주춤하다는 게 변수다. 아디다스 그룹의 주매출처인 유럽이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운동화 매출은 최근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던 아디다스그룹의 운동화 매출액은 유럽발 경제위기의 영향으로 2013년과 2014년 66억유로(약8조원)에서 성장을 멈췄다. 다만 2015년에는 2016년 하계 올림픽과 유로2016의 특수로 전체 매출이 16%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경쟁사 나이키와도 시장 점유율에서 격차를 보이고 있다. 2011년 37%였던 나이키의 점유율은 2014년 기준 40%로 올랐다. 반면 아디다스는 같은 기간 점유율이 21%에서 18%로 뒷걸음질쳤다.

    아디다스의 부진에도 화승비나의 아디다스 향 매출 규모는 최근 증가했다. 대만계 제조사의 생산비중이 높아 이를 줄이는 과정에서 화승비나에 주문량을 분산한 효과다. 아디다스 운동화 전체 생산물량 중 화승비나가 차지하는 비중은 기존의 10%에서 2016년 상반기 기준 12%까지 상승했다. 이 덕분에 화승비나는 올해 상반기 매출로 약 2844억원을 냈다. 지난 한 해 매출(약 3800억원)의 74% 수준이다.

    지난해 11월에 설립된 화승엔터프라이즈는 1년치 실적을 확보하지 못한 탓에 올해 상반기 실적을 연환산해 기업가치를 산정한다. 다만 이런 방식은 화승비나의 기업가치를 정확히 반영하기 어려울 거란 지적도 있다.  운동화 시장의 계절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운동화 시장은 1,3분기보다 신학기나 크리스마스 등과 같은 특정일이 몰린 2,4분기가 높은 매출을 기록한다. 화승비나 역시 최근 4년간 2분기와 4분기에 계절 특수를 누렸다.

    화승엔터프라이즈는 비교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을 19.23배로 적용했다. 한국과 대만, 홍콩 상장기업 등 총 3곳을 비교대상으로 한다. 3개사 모두 베트남을 주요 거점으로 하고 있는 OEM/ODM 기업이다.

    화승엔터프라이즈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화승인더스트리는 이번 기업공개에서 164만주의 구주매출을 결정했다. 이로 최소 240억원을 현금화한다. 상장 후 지분은 70%로 낮아진다. 화승엔터프라이즈의 신주매출 자금인 686억원은 베트남 현지 생산설비 투자와 공장 신축에 활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