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회사채 만기도래 동국제강…산은 재관리 가능성 거론
입력 16.08.22 07:00|수정 16.08.22 11:13
CSP 적자·건설경기 하강 우려…신평사 "투기등급 적절"
6개월內 만기 회사채 총 4500억…보유 현금성자산 4700억
동국제강 "연말까지 현금자산 6000억원 확보해 대응할 것"
  • 동국제강이 개선된 실적을 제시하고 있지만 금융투자업계는 여전히 보수적인 시각을 내놓고 있다.  만기 도래할 회사채에 대응하고, 현금 버퍼를 마련하려면 결국 다시 산업은행의 지원을 기대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동국제강은 올 2분기까지 5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주택건설 경기가 좋아지면서 봉형강 판매가 늘어난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또 유니온스틸 합병과 후판사업 축소 등을 통한 냉연·컬러강판 사업의 안정화, 그리고 후판사업의 적자 폭이 감소한 것도 주요 요인이 됐다.

  • 하지만 국내 신용평가사나 시중은행들은 동국제강을 대하는 시선에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일단 은행권 여신한도가 지속적으로 축소됨에 따라 각종 장단기 차입금 만기가 다가올 경우 대응할 여력이 부족해졌다. 아울러 회사채 신용등급도 '투기' 단계 수준(BB+)이다보니 시장에서 자금조달이 힘든 상황이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동국제강의 실적이 개선된 점은 긍정적으로 판단한다"면서도 "브라질 CSP고로 현장의 정상화까지는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고, 내년 이후 건설경기가 하향세로 돌아설 수 있는데다 후판에서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현 수준의 등급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은행권의 판단도 신용평가사와 별반 차이가 없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철강 업종 자체를 5대 취약업종으로 선정한 데다, 동국제강이 투기등급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차원에서 여신을 늘리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 6개월 이내 만기가 도래할 동국제강 회사채의 규모는 4500억원이다.  당장 9월말에 700억원 만기가 도래한다. 내년 1월에 3500억원 가량의 회사채 만기가 한꺼번에 닥친다.

    올 상반기 기준 보유 현금성자산이 4700억원에 달하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 자금만으로 대비하기는 어렵다. 브라질 고로 적자와 은행권 여신한도 축소를 감안하면 운전자금 확보를 위한 재무적인 버퍼가 필요하다.

    결국 동국제강은 만기 회사채 대응 방안에 대해 산업은행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검토중인 방안은 만기 회사채 일부는 상환하고, 일부 물량은 산업은행이 차환 발행을 통해 인수하는 방안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동국제강 주채권은행이다보니 회사와 지속적으로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현 단계에서 해당 사안에 대한 구체적 대응방안에 대해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일단 회사 측은 내년까지 회사채 만기 대응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보유한 현금성자산과 하반기 영업활동으로 유입될 현금, 추가 자산매각 등으로 마련될 현금 등을 모두 합치면 연말 보유 현금 규모는 6000억원 이상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를 활용해 만기 회사채에 대응에 문제가 없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 되려면 추가적인 적자폭 감소와 함께 자산매각 등의 자구안을 통해 들어오는 현금규모가 꽤 커야 한다는 걸림돌이 남아있다.  그간 동국제강은 국제종합기계 매각과 함께 국제종합기계 등의 매각 이후 DK유아이엘, 골프장 페럼클럼 등에 대한 매각을 검토해왔다. 이 과정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으면 결국 6개월만에 다시 산업은행에 SOS를 쳐야 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동국제강은 지난 2014년 6월 산업은행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했다가 올 6월 이를 조기졸업했었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의 동국제강에 대한 지원이 현실화할 경우 시장의 신뢰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