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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가 좋아 천만다행이었다. 상장 첫 날 지분 2%를 한꺼번에 시장에 풀었는데 이튿날부터 주가는 오히려 상승했다. 거래량도 세 배 가까이 늘었다. 폭발 하기 직전이었던 투자자도 일단 조용해졌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헝셩그룹 상장 이야기다.
다른 곳도 아니고 일을 이렇게 진행한 곳이 상장주관사였다. 당사자는 '해명'을 내놓았지만 자본시장 경력이 조금이라도 되는 이들은 '이유 같지도 않은 이유'라고 평가한다. 거의 예외가 없다.
먼저 오버행 부분. 신한금융투자의 설명은 "주관사가 떠안은 실권주의 오버행 우려가 주가하락의 원인이었다"라는 것. 그래서 상장 첫날 물량을 싹 풀었고 정작 자신들도 13억원의 손실을 보며 '살신성인'의 태도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해명에 시장의 반응은 차갑다. "정말 그렇게 오버행이 걱정이었다면 6개월 락업을 걸면 되지 않나요?", "오버행 이슈가 걱정된다고 누가 상장 첫날에 김빠지게 지분을 그렇게 내다팝니까? " 무엇보다 주관사가 실권주를 이런 식으로 떨어버리면 "상장주관사도 외면한 기업이다"라고 인식하게 될 위험이 너무 컸다. 신한금융투자 스스로도 이런 평가를 우려 했다.
그럼 다른 방법이 없었을까. 얼마든지 '모범답안'이 있었다. 성공 사례를 제시하는 이들도 많았다. 매각의사를 사전에 시장에 알리는 블록딜 방식도 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아예 실권을 대비, 서브 언더라이팅을 준비하고 투자자를 구한뒤 이를 처리해 주관사도 신뢰를 얻고 투자자들도 이익을 거두는 '일거양득'의 사례를 제시하는 이들도 많았다. 이를 모두 건너뛰고 너무나 극단적인 선택을 해놓고는, 당사자도 손해를 봤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언급이 주를 이뤘다.
'정보 비대칭성 문제'도 그렇다. 신한금융투자는 중국 국적 헝셩그룹 공시 대리인으로서, 지분을 계속 보유하고 있으면 내부정보 파악 문제로 공정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고민이 되었다고 해명했다. 자기희생적인 지분 매각에는 이런 고려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런데 신한금융투자는 주관사로서 의무인수한 헝셩그룹 지분 69만주(0.86%)를 아직 보유 중이다. 이 지분만큼은 팔고 싶어도 매각제한 기간이 걸려있어 당장에 못판다. 신금투의 설명대로라면 2.86%를 쥐고 있을때는 정보 비대칭성이나 공정성에 문제가 생기고, 0.86%를 들고 있을 때는 문제가 적다는 뜻이다.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다"는 게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평가다.
업계 관계자들은 신한금융투자가 왜 이런 비상식적인 행동을 했을까 궁금해한다.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 예측하기도 한다.
가장 많은 예상이 "내부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손절매'(Loss cut)를 선택한 것 아니었겠느냐"는 점이다. 본인들도 주가가 안 오를 것이라 보고 주식을 내던졌다는 것. 또 이 정도 의사 결정은 실무부서가 마음대로 내리는 것이 아닌, 강대석 대표이사를 포함한 신한금융투자 경영진이 승인한 사항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당사자인 신한금융투자는 손절매는 아니라고 부인한다. 하지만 다른 증권사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사실 벌어진 사안만 놓고 보면 매우 간명하다. 헝셩그룹은 상장 첫날 장 열리자마자 주가가 -15%로 시작했다. 이 판국에 누가 지분 2%를 한꺼번에 장에 내던지면서 투자자들의 공분을 샀다. 알고보니 바로 상장주관사가 이런 일을 했다. 다행히 다음날 주가가 올라 당사자는 '우리가 던졌기 때문에 주가가 올랐다"는 식으로 해명하는데, 업계 관계자들 대다수가 "변명이다"고 입을 모은다. 비슷한 사례가 발생했을때 다른 증권사들은 그 누구도 이런 선택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만약 헝셩그룹의 주가가 떨어졌다면 이런 해명이 통했을까. 발행사와 투자자 모두 손실을 입고도 가만히 있었을까.
결과가 전부가 아니다. 주가 상승만으로 신한금융투자의 이번 결정이 '적절했다'고 정당화 될 수 있을까. 현재 시장 평가들은 단연코 '아니다'이다. 대형 증권사들은 이런 행동이 정당화될 경우 다른 증권사들이 오히려 피해를 입는다고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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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8월 26일 11:54 게재]
증권업계, "투자지 신뢰를 저버린 행동" 평가 대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