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G 보고서 "국내 후판공장 3곳 문 닫아야"…철강업계는 반발
입력 16.09.20 13:24|수정 16.09.20 13:24
보스턴컨설팅그룹 "후판 500만톤 공급과잉"
철강업계 "경영 참고용 컨설팅에 불과하다"
산자부 "컨설팅 결과에 따른 정부 관여 없다"
  •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내놓은 국내 철강업 구조조정 방안 중간보고서 내용을 두고 철강업계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내 후판 생산량 중 500만톤(t)의 생산능력(CAPA)을 감축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철강업계와 정부당국은 해당 보고서의 실효성에 대해 모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BCG는 한국철강협회의 의뢰를 받아 지난 5월부터 국내 철강업 구조조정과 관련한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지난 4월말 금융위원회 주재로 열린 '제3차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고용노동부·국토교통부·해양수산부·금융감독원·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논의에 따른 결과물이다.

    당시 금융위를 비롯한 정부당국은 철강업종을 '선제적 구조조정' 대상업종으로 선정한 뒤 "업계 자율의 컨설팅을 통해 수급전망·경쟁력 진단 후 설비감축·인수합병(M&A) 등 구조조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조선·해운업과는 달리 철강업의 경우 기업 스스로 선제적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민간 자율주도의 형태의 구조조정이다.

    BCG가 최근 내놓은 철강업 구조조정 관련 중간보고서에는 후판공급과잉에 대한 내용이 포함됐다. 현재 국내 후판 CAPA는 포스코(700만t)·현대제철(350만t)·동국제강(150만t) 등 1200만t에 이른다.

    철강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BCG의 중간보고서에 '후판 공급과잉 물량이 400만~500만t에 이르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후판공장 3곳을 폐쇄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값싼 중국산 후판의 국내 유입으로 단가하락, 수급악화 등이 이어지는 데다 조선업 침체도 심화되고 있어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철강협회는 해당 보고서 내용에 대해 "현재 최종보고서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으로 중간보고서에 대해 품목별 전망을 검토하고, 회원사 의견 등을 다양하게 수렴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 등 업체들은 이러한 결과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는 것은 거부하면서도 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한 철강사 관계자는 "철강업계에서 후판이 공급과잉인 상황인 것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단순히 공급과잉 공장을 폐쇄하라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컨설팅 업체는 개별 업체들 간·중국 등 역내 국가들 간 이해관계가 복잡한 상황에서 공급과잉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지에 대한 혜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철강사 관계자는 "공급과잉 상황 자체에 대한 내용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중국발 공급과잉 원인도 있고, 세계적 경기불황으로 인한 공급과잉도 있는데 국내 생산능력만 줄이려는 식의 접근법으로는 공급과잉을 해소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한 철강업체들은 대체로 "해당 컨설팅은 단순히 경영상 참고를 위한 컨설팅이기 때문에 최종 보고서에서 해당 내용이 채택되더라도 반드시 우리들이 따를 이유는 없는 것으로 본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부당국은 해당 보고서 자체에 대해 관망하는 태도를 보였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철강협회가 진행중인 컨설팅은 순수 민간 의뢰로 진행되는 것이며 그 결과에 대해 정부가 관여하는 부분은 없다"며 "해당 결과에 따라 만약 기업활력제고법 등의 적용이 필요하게 될 경우 정부차원에서 조언을 주거나 도움을 줄 수는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