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 LP지분유동화펀드 두고 '눈치싸움'
입력 16.09.21 11:01|수정 16.09.21 11:01
[Weekly Invest ] 밸류 산정·포트폴리오 정보공유 어려워
"필요성 공감"…"다른 GP가 만들면 좋지만, 직접 나서긴 꺼려져"
  • 정부가 정책금융을 통해 벤처펀드 투자자(LP)지분을 전문적으로 인수하는 LP지분 유동화 펀드 결성을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국내 벤처캐피탈(VC)들의 반응이 시원찮다.  필요성엔 공감하지만 당장 결성에 직접 나서진 않는 분위기다. .

    모태펀드를 관할하는 주무부처인 중소기업청은 2014년 국내 1호 LP지분유동화 펀드를 조성한데 이어 지난해엔 1000억원을 출자했다.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M&A) 전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유통시장을 조성, 회수한 자금이 신규투자로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의도였다. 신규 벤처투자가 활발히 이뤄지는 미국시장의 경우 세컨더리펀드 가운데 약 90%가 LP지분유동화 형태다.

    VC들은 LP지분유동화 펀드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선 이견이 없다는 입장이다. 펀드에 투자금이 장기간 묶이는 '기간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VC업계 관계자는 "GP 입장에선 회수가 늦어지는 구주를 매각해 수익률을 높이고, 투자손실을 줄일 수 있다"며 "LP도 펀드 만기나 조기 청산 전 투자금을 회수해 다른 괜찮은 업체에 투자할 수 있어 긍정적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LP지분유동화 펀드를 만드는 VC들은 그리 많지 않다.

    현재까지 모태펀드 출자를 받아 결성된 전문 펀드는 2개(K2인베스트먼트,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정도다. 지난해 모태펀드가 진행한 출자사업에선 네 차례에 걸친 공고 끝에야 운용하겠다는 곳이 나왔다. 성장사다리펀드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올해 6월 이뤄진 2차 정시 출자사업에서 제안서를 제출한 운용사는 네오플럭스 한 곳이었다. 지난해엔 한 곳도 없었다.

    VC들이 LP지분유동화 시장에 적극 나서지 않는 이유는 일반 펀드에 비해 운용이 까다롭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운용사는 LP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해당 LP가 투자한 펀드의 전체 포트폴리오를 파악해야 한다. 운용사 간 신뢰 및 네트워크가 구축돼 있지 않다면, 정보 공유가 어려워 투자처 발굴이 힘는 구조인 셈이다. LP가 보유한 지분의 가격 눈높이를 맞추는 것도 쉽지 않다. 펀드 수익률을 위해 할인된 가격에 구주를 인수하려는 운용사와 달리, 대부분의 출자자들은 큰 할인폭을 원치 않는다. 개별 기업이 아닌 포트폴리오 내 LP가 보유한 여러 기업들의 가치를 선정하는 것 역시 운용사엔 익숙치 않은 일이다.

    제도적 한계도 있다. 국내 대부분 펀드들은 규약 상 LP가 펀드 지분을 매각할 때 펀드 출자자 전원의 회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최근 성장사다리펀드와 모태펀드가 LP 동의 여부를 서면으로 받는 방안 등 규약 완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조성된 펀드 중 LP 전원 동의 없이 지분을 유동화할 수 있는 펀드는 없다. LP지분유동화 펀드의 투자 대상이 되는 거의 모든 펀드의 규약을 바꾸는 일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LP지분유동화 펀드를 운용 중인 한 운용역은 "LP들의 지분 유동화에 대한 수요가 있고, 이해도가 높은 만큼 LP지분유동화 펀드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점점 더 커질 것"이라며 "다만, 정보 공유 및 정확한 가격 산정 등의 어려움이 있어 GP들이 선뜻 발을 담그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