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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전체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횡령·배임 혐의로 청구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그룹이 경영공백 위기를 모면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로 중단됐던 주요 투자사업에 재시동을 걸 명분도 찾게 됐다. 사업의 중심에는 주요 계열사인 롯데쇼핑이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 생각해보면 롯데쇼핑의 근본적인 사업경쟁력은 신동빈 회장을 둘러싼 잡음들과 관계없이 경쟁사 대비 뒤처져 있었다. 신 회장이 경영권 분쟁의 승기를 잡아가는 일련의 과정에서도 롯데가 유통부문에서 보여준 전략들은 특별한 것이 없었다. 오히려 일부 사업(대형마트·편의점)은 역성장세를 보이기까지 했다.
롯데쇼핑의 덩치(연간 매출규모)는 국내에서 가장 크지만 점포 효율성 기준으로는 신세계그룹·현대백화점 대비 현저하게 떨어진다. 유통 매출이 지난해 20조원 수준에 달하는 동안 5년전 연결기준으로 7%대였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2%대까지 대폭 하락했다. 투자은행(IB) 업계는 수년전부터 수익성이 떨어지는 문제도 있지만 원가 부문이 관리되지 않다고 지적해왔다.
롯데쇼핑의 원가구성비를 보면 판관비율이 지난해 원가비의 27%를 차지할 정도로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4년~2015년 2년 동안의 판관비용이 신세계·이마트, 현대백화점 대비 4-6% 높았다. 그만큼 영업이익률은 감소했다. 롯데가 세일즈 앤드 리스백과 인수·합병(M&A)를 활발하게 진행하면서 임차료 상승폭과 인건비 증가폭이 컸는데, 이 부분만으로는 판관비가 높은 배경이 명쾌하게 납득되지 않는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투자설명회(IR)가 열릴 때마다 판관비용이 증가하는 원인에 대해 거듭 물었다고 한다. 하지만 회사 측은 매번 그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면서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도 롯데쇼핑 재무제표상의 숫자를 신뢰할 수 없다는 이야기들이 흘러나왔다.
손실을 회계상에 반영하는 부분도 개운치 않다. 여러차례 거론된 롯데쇼핑 중국사업의 손실은 차치하더라도 지난해 반영한 국내사업장의 손실처리 부분이 미심쩍다. 롯데쇼핑은 2010년에 인수한 GS리테일의 백화점·마트사업부 4곳에 대한 대손상각금 1400억원가량을 지난해 마지막 분기에 반영했다. M&A에 대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일부분 상각시켰다는 점을 고려해도 손실처리된 규모가 컸고 롯데쇼핑이 왜 기존 유통채널의 사업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회계처리를 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도 국내사업장이 손실을 털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해 IR에서 관련해 많은 질문이 나왔지만 회사가 대답을 안해줬다"라며 "회사 자체가 복잡하기도 하지만 회계처리에 있어 이런 건들이 비일비재해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실적을 둘러싼 이러한 잡음들도 문제지만 롯데쇼핑 자체적으로 변화하려는 고민이 많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공격적으로 자체브랜드를 강화하고 있는 신세계나 실탄을 바탕으로 유통이 아닌 영역으로 끊임없이 덩치를 불리는 현대백화점과 달리 롯데쇼핑은 사업구조를 변화시키려는 전략적인 부문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백화점·마트사업에 대한 일부 손실을 직접 경험하고도 신규출점을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롯데쇼핑 현안에 대한 최종결정이 내려지는 롯데정책본부 담당자들의 유통업에 대한 이해도가 그리 높지는 않은 분위기라고 한다. 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나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처럼 유통부문의 변화를 외부로 크게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라며 "신씨 오너가의 의사결정 속도가 느려지면서 롯데쇼핑이라는 회사의 기업가치도 하락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쇼핑은 오판하고 있는 듯하다. 롯데라는 브랜드 영향력만 믿고 회사의 기업가치 향상 대한 전략 마련이나 소비자 입장에서의 제품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 이는 경쟁사와의 격차를 더 뚜렷하게 벌어지게 하는 요소가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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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10월 03일 09:0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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