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 벤처M&A펀드 '또 외면'…"투자처 발굴이 문제"
입력 16.11.01 07:00|수정 16.11.01 08:08
올해 네 차례 추진…결성된 펀드는 1개뿐
중소·벤처M&A 거의 없어…"투자처 하늘에 별 따기"
  • 모태펀드의 벤처M&A펀드 결성이 또다시 무산됐다. 모태펀드는 올해 네 차례에 걸쳐 해당 펀드의 출자사업을 진행했으나 결성목표액을 달성하는 데 번번이 실패했다. 모태펀드의 낮은 출자비율, 투자처 발굴이 어려운 점 등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모태펀드를 운용하는 한국벤처투자는 지난 24일 4차정시 운용사 선정을 완료했다. 총 1790억원 규모의 벤처M&A펀드 결성은 무산됐다. 해당 펀드를 조성·운용하겠다는 운용사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초 한국벤처투자는 중진계정에서 총 1358억원을 출자해 2000억원 규모의 조선업 구조개선 펀드와 1790억원 규모의 벤처M&A펀드를 결성할 계획이었다.

    벤처M&A펀드는 중소·벤처기업의 인수에 약정총액 60%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 중견기업이 중소기업을 인수·합병(M&A)할 경우에는 약정총액의 40%까지 중견기업에 투자할 수 있다. 전략적 투자자와 공동으로 투자하는 것 또한 가능하다.

    한국벤처투자는 중소·벤처기업의 M&A 활성화를 돕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정시에서 벤처M&A펀드 출자사업을 진행했다. 모태펀드 출자비율 역시 10% 내외에서 20%로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상반기(1·2차)에 이어 이번 4차 정시에서도 펀드를 만들겠다는 운용사는 나타나지 않았다. 3차정시에서는 지원한 운용사가 1곳 있었지만 펀드 규모가 아쉬웠다. 해당 펀드는 최초 결성목표액(2000억원)에 못 미치는 213억원 규모다.

    이에 대해 한국벤처투자 관계자는 "모태펀드가 앵커출자자로 참여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며 "모태펀드 외 공제회·연기금 등도 해당 펀드 조성에 나서 출자를 진행한다면 상황이 달라지겠지만 다른 기관들 역시 M&A펀드에 대한 관심도가 낮아 (M&A)펀드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VC업계 관계자들은 주목적 투자대상인 중소·벤처기업 M&A 자체가 많지 않은 점을 근본적인 문제로 꼽는다. 모태펀드의 낮은 출자비율보다 '투자처 발굴'이 더 큰 걸림돌이라는 것이다.

    한 VC업체 운용역은 "해외와 달리 국내의 경우 중소·벤처기업 M&A건이 많지 않아 투자할 곳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더구나 VC가 운용하는 펀드 사이즈(200억원~300억원)를 감안하면 M&A에 투자하기 위해선 전략적 투자자를 찾아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인수 여력이 있는 중견·대기업들은 외부 벤처업체 인수보다 사내벤처를 직접 만드는 것을 선호하므로 전략적 투자자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중소·벤처기업의 M&A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 역시 투자처 발굴을 어렵게 하는 요소다. 실제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 2곳 중 1곳은 M&A를 제의 받았을 때 M&A보단 자체성장을 선택하겠다고 답했다.

    다른 VC업체 운용역은 "그간 적지 않은 업체들에 M&A투자 의향을 물어봤지만 대부분이 적대적인 반응을 보인다"며 "펀드가 투자해야 하는 중소·벤처기업 M&A 딜 자체가 거의 없어 모태펀드 출자비율을 상향 조정한다고 하더라도 관심을 갖는 GP(운용사)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