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개선 요구받는 현대차, 승계-순환출자 해소 갈림길
입력 16.11.11 07:00|수정 16.11.13 16:03
실적 감소에 재계 지배구조 개편 움직임 확산
지배구조 취약한 현대차, 승계와 순환출자 해소 압박 커져
  • 현대자동차가 위기 경영에 돌입했다. 국내에선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었고, 해외에선 성장의 한계에 직면하면서다. 국내외 금융시장에서 현대차에 대한 평가도 차가워지고 있다. 그에 더해 재계는 지배구조 개편 압박을 받고 있다. 성장이 둔화하면서 투자자들은 ‘기다림’ 대신 ‘성과’를 요구하고, 소유와 경영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 삼성에 쏠렸던 시선이 현대차로 넘어오면 현대차도 승계와 순환출자 해소 등 지배구조 개편에 손을 대야만 한다.

    현대차의 취약한 지배구조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좋은 ‘먹잇감’이다.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목소리는 꾸준하게 나왔지만, 성장을 앞세운 현대차는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 유예기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삼성그룹이 순환출자와 금산분리 이슈에서 벗어나게 되면 경제민주화 법안의 부담은 현대차그룹이 지게 된다. 순환출자 해소는 이미 시장에서 인지하고 있고, 야당이 발의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방안도 부담이 될 전망이다.

    당장 현대차그룹이 승계 얘기를 꺼내긴 어려워 보인다. 표면적으로 정몽구 회장이 건재한 상황이다. 먼저 순환출자를 해소하고,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최소한의 개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관련업계는 보고 있다.

  •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뤄진 순환출자 구조에서 ‘기아차-모비스’ 간의 연결 고리를 끊으면서 모비스 지분을 정의선 부회장이 확보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기아차 보유 모비스 지분 16.9%와 정의선 부회장 보유 글로비스 지분 23.3%의 지분 스와프가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글로비스 지분 가치에 대한 과대계상은 주주들과 정치권으로부터의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

    승계가 전제된 상황이라면 지주사 전환이 유력한 카드로 거론된다.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동시에 정의선 부회장의 그룹 지배권을 강화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우선 현대모비스, 현대차, 기아차 3개 회사를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 후 3개 회사의 투자부문을 합병한다. 다음으로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차그룹홀딩스의 합병, 또는 정의선 부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현대차그룹홀딩스에 현물출자해 지배권을 강화할 수도 있다.

    정의선 부회장이 승계를 하게 되면 또 다른 ‘난관’이 예상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마찬가지로 그저 오너일 뿐인지 아니면 실력 있는 오너경영인 지 선택하고 보여달라는 투자자들의 압박이다. 3세 승계 경영을 당연시하던 분위기는 사라졌다. 정의선 부회장의 승계 과정에서도 “그에 걸맞는 경영 능력을 보여달라”, “그렇지 못하면 주주 환원을 더 해달라”라는 요구의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여러모로 이재용 부회장과 비교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