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의 계속된 '거버넌스 리스크'…해결책 없나
입력 16.11.17 07:00|수정 16.11.17 07:00
권 회장, 임기 내 전임 회장 색채 지우기에 '몰두'
매번 새 수장이 새 전략 제시…"일관성·연속성 모두 없다"
"정치권과의 단절 위한 대책 필요"
  • 포스코의 거버넌스 리스크는 ‘상수(常數)’가 됐다. 새로운 수장이 매번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경영전략의 일관성을 잃은 지 오래다. 구조적으로 정치권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세계적으로 철강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괜찮은 실적을 내고 있음에도 불구, 포스코에 대한 투자자들과 시장의 시선이 냉랭한 이유다.

    포스코는 새로운 회장이 선임될 때마다 새 경영기조를 내놓으며 전임 회장 색채 지우기에 힘써왔다.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금전적·사회적 비용이 발생했다.

    일례로 권오준 회장은 2014년 취임 직후 '몸집 줄이기'를 통한 '철강부문 강화'에 나섰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2014년부터 올해 3분기까지 적자가 지속됐던 계열사 및 자산 98건을 합병하거나 매각·청산했다. 전임 회장인 정준양 전 회장이 제시한 비(非)철강부문에 대한 투자 확대와는 전혀 다른 방향이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권오준 회장은 임기 내내 정 전 회장이 벌인 각종 사업들을 정리하는 데 모든 시간을 쏟아부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며 "구조조정 결과 실적 및 재무건전성이 개선된 것은 사실이나 손바닥 뒤집듯 그룹 전반의 경영기조가 달라져 정책의 일관성 및 연속성이 없다는 점은 시장의 신뢰를 저하시키는 중대한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주인 없는' 회사라는 점이 포스코의 기업가치 제고를 막는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구조적으로 정치권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해 정권의 입맛에 따라 경영전략이 멋대로 수립되고 있다는 것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정준양 전 회장은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에, 권오준 회장은 현 정부의 적극적인 구조조정 드라이브에 맞춰 정책을 세우고 사업을 진행했다는 점을 부인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실제 정준양 전 회장은 비철강부문 매출비중 및 원료자급률을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해외 자원개발 사업에 적극 뛰어들었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호주 로이힐홀딩스·미국 몰리브덴·캐나다 클라판 광산에 잇따라 투자했으나 철강경기가 위축되면서 관련 계열사에 대규모 적자가 발생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선 철강 업황이나 원재료 수급 상황 등을 중장기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채 정부의 자원외교에 발맞춰 사업을 진행한 결과가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권오준 회장 체제 역시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끊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비주류'출신인 권 회장이 선임되면서 정권에 휘둘리지 않는 일관되고 소신있는 경영전략이 추진될 것이란 시장의 기대감이 컸다"며 "하지만 취임 이후 포스코플랜텍 증자 결정, 최근 포레카 사태 등을 겪으며 전 회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라고 전했다.

    권 회장은 지난해 말 유상증자를 통해 포스코플랜텍(옛 성진지오텍)에 2900억원의 자금을 지원했다. 이후 반년만에 포스코플랜텍은 워크아웃에 돌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부실화 기업에 수천억원의 자금을 쏟아부은 것은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었다"며 "이 때문에 시장엔 정부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가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고 말했다.

    문제는 그룹 내부 분위기다. 기업가치 제고에 걸림돌이 되는 '거버넌스 리스크' 해소에 나서기 보단 오히려 손을 놓고 있는 모양새라는 평가다.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포스코 내부에 기형적인 내성이 생겨 웬만큼 큰 사건이 터지지 않는 이상 주가와 기업가치가 폭락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며 "하지만 정치적 리스크가 항상 존재하고 있다는 점은 향후 외국시장과 외국인주주들에 부정적인 인식을 줘 그룹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등 기업활동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당장 정치권 등 기업 외부의 입김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더라도 그룹 안팎에서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CEO추천위원회 등 거버넌스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한 시스템이 있지만 실제 도입 취지대로 운영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 문제"라면서 "우선 기존의 시스템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