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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월, 황창규 회장이 KT 회장으로 선임됐다. 전임 이석채 회장의 '방만경영'에 대한 정리 작업과 현장 중심 경영을 천명했다. '주인 없는 회사'라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외풍에 시달려 왔던 KT였다. 황 회장이 전임자의 전철을 또 밟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만도 했다.
당시 업계와 시장은 기대반 우려반이었다. 국내 굴지의 기업 삼성전자의 사장 출신인 황 회장만큼은 다를 것이라는 의견, 지금의 시스템에선 황 회장이라도 손 쓸 수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팽배했다.
황창규 회장 역시 이를 의식한 듯 보인다. 취임 직전 내정자로서 임원회의에 참석한 황 회장은 "외부 인사청탁을 근절하고 인사청탁을 하면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KT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돼 온 낙하산 인사를 근절하겠다는 의지였다. 또 이석채 전 회장의 낙하산 인사들을 정리하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됐다. 황 회장은 취임하자마자 지원부서의 임원급 자리를 50%가량 줄이는 인사를 단행했다.
하지만 1년도 안돼 정치권의 입김이 불어왔다. 황 회장의 선언은 힘을 잃어갔다.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 KT에 차은택 씨의 지인인 이동수씨 영입을 요청했다. 광고마케팅 전문가인 이 씨는 과거 1993년 차은택씨가 보조감독으로 몸담았던 CF작사 '영상인'에서 몇 개월 간 함께 근무한 사이다. 당시 이 회사 대표가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었다.
이후 KT는 내부 검증과정을 거쳐 작년 2월 그를 KT 브랜드지원센터장 자리에 앉혔다. 9개월 뒤에는 회사 전체 광고업무를 총괄하는 IMC본부장(전무)으로 자리를 옮겨줬다.
검찰 조사에서 안 전 수석은 이씨를 KT 전무로 앉히기 위해 황창규 회장에게 직접 연락을 취해 청탁을 했다는 것, 그리고 이것이 "VIP 관심사항"이라고 말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였다고 진술을 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안 전 수석은 KT 상무급 인사에도 같은 방식을 쓴 것으로 전해진다. KT는 작년 12월 광고계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40대 초반 여성인 신혜성 씨를 광고부문 상무로 영입했다. 안팎에서 파격인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신 씨는 차은택씨가 강제로 인수하려고 했던 포스코 광고계열사 포레카의 전 대표인 김영수씨의 부인이다. 재계 관계자는 "청와대 수석이 회장에게 직접 얘기를 했고, 회장의 OK 사인이 없으면 이뤄지기 어려운 인사 조치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후 KT는 특정회사에 광고물량을 몰아줬다. 올해 KT 광고 24건 중 차은택씨의 ‘아프리카픽쳐스’가 6건, 차씨가 실소유주로 알려진 ‘플레이그라운드’가 5건을 각각 제작했다. 관련업계에선 이 전무와 신 상무의 역할이 컸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KT의 130주년 기념 행사 역시 이 전무가 진행 외부업체 선정을 주도했다. 최씨, 차씨 관련회사와 연결된다. 이후 신 씨는 올해 3월 건강 등 '일신상의 이유'로 갑자기 퇴직했다. 이 씨는 의혹이 불거지자 지난 15일 사임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런 인사들이 내부 검증을 거쳤다고는 하지만 황 회장 입장에선 자의든 타의든 자신이 내 뱉은 '외부 인사청탁을 근절하고 인사청탁을 하면 처벌하겠다'는 말을 1년도 안돼 어기게 된 셈"이라고 전했다.
공교롭게도 이런 인사 청탁이 있던 해인 2015년, 통신업계에는 빅 이슈가 터졌다. 그리고 KT로서는 다행스러운 결과가 나왔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 추진, 그리고 무산이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인수를 선언하자 투자은행(IB) 시장은 목적에 대해선 '윈-윈(win-win)', 구조에 대해선 획기적인 딜(Deal)이라는 평가를 내놨었다. 하지만 SK텔레콤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통신업계와 케이블방송업계의 불만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KT가 그 선봉에 섰다.
2015년 11월 KT는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었다. 유료방송시장의 독점화, 방송통신융합의 지배력 전이를 문제 삼아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의 인수가 불가하다고 공세에 나섰다. 이후 KT는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와 연합 작전을 전개하기도 한다. 통신업계간 이전투구 양상이 펼쳐졌고 이후 이를 주관하는 공정거래위원회는 7개월간 장고를 거듭한다.
2016년 8월, 공정위는 위원들의 큰 이견없이 공정위 사무처의 'SK텔레콤-CJ헬로비전 M&A 금지' 의견을 최종안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방송·통신업계는 이 결과로 발칵 뒤집혔다. 조건부 승인 의견이라도 나올 것으로 기대했지만 공정위원 전원 불허 방침에 당혹감을 드러냈다. 정부 내에서조차 모든 공정위원들이 이견 없이 사무처의 심사보고서 의견을 그대로 최종안으로 결정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공정위는 시장의 경쟁 제한성을 판단하기 위해 주로 기업 간 거래나 경영문제 등을 다뤄왔다. 심의해야 할 경우의 수도 다양하고 이해관계도 복잡하다. 이로 인해 이동통신 도·소매시장, 방송시장 등 그 어느 사안보다 이해관계자도 많아 결론을 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이런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가 무산된지 두달이 지나자 정부(미래창조과학부)가 갑자기 유료방송 발전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유료방송 시장의 M&A 활성화를 위해 케이블TV, 인터넷TV(IPTV) 등 사업자간 지분보유 규제를 폐지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SK텔레콤-CJ헬로비전 M&A 불허 방침이 무색해졌다는 평가가 제기됐다.
이후 KT는 평창동계올림픽 공식 파트너로서 국내 기업 중 가장 적극적인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다. KT는 LTE보다 20배 빠른 5G를 준비 중인데 상용화의 시작을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에 맞추겠다는 목표다. 지난 2월에 있었던 KT의 올림픽준비현황 발표에서 KT는 "투자 규모를 아직 밝힐 순 없다"면서도 "현재 전 평창지역에 1300Km에 달하는 전송망, 통신관제 센터, 클라우드 센터 등 필요한 모든 것에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17일에는 알펜시아에 5G 전초기지인 '평창 5G 센터'를 열기도 했다.
당시에도 사업 정리와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인 KT가 올림픽에 너무 많은 투자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안팎에서 제기됐다. 그리고 너무 서두르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렇다보니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이후에는 KT가 이토록 올림픽 마케팅에 적극적인 배경이 무엇인지 의문을 품고 있다.
KT는 한국마사회와도 협력을 하기로 해 이 역시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7월 KT와 마사회는 '중소기업 상생 및 산업 디지털 비즈니스 생태계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자리에는 황창규 KT 회장, 현명관 한국마사회 회장 및 양사 주요 임원들이 참석했다. KT는 최고 수준의 통신인프라 제공, KT가 보유한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첨단 ICT기술을 경마, 승마를 비롯한 말 산업 전반에 접목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양사는 중소기업 상생과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한국마사회가 보유하고 있는 축적된 말산업 데이터를 활용한 개방형 비즈니스를 발굴하고 이를 디지털 비즈니스 생태계 구축에 활용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평창 올림픽 부지 인근 24만9144㎡(약 7만5000평)의 부지가 최순실씨와 정유라씨가 소유한 것으로 확인된 점, 그리고 마사회가 정유라 특혜 의혹에 연루된 점을 감안하면 KT의 활동이 순수하게 읽혀지지 않는다는 게 관련업계의 냉정한 평가다.
황창규 KT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말까지다. KT 측은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황 회장의 연임 여부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은 어렵다"며 "올 연말 또는 내년 초 결정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2014년 1월29일 3만800원이었던 KT의 주가는 2016년 11월18일 기준 3만700원을 기록했다. 지난 3년간 KT의 주가는 최고점은 주당 3만7000원, 최저점은 2만6050원이었지만 사실상 제자리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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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11월 20일 09:00 게재]
인사청탁 엄벌 의지 밝혔지만 1년만에 의혹 불거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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