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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였다"
삼성전자가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배당 확대와 글로벌 사외이사 1명 추천 이외에는 뚜렷한 결과물을 내놓지 않았다. 당초 기대했던 인적분할 및 지주회사 전환 등 기업구조 개편은 검토에만 6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린다고 밝혀 확답을 뒤로 미뤘다. 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획기적인 방안을 내놓기는 무리였다는 평가다.
지난달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서신을 통해 삼성전자에 3가지 사안을 제안했다. ▲삼성전자의 인적분할 뒤 지주회사 전환 ▲30조원의 특별배당 ▲사외이사 3명 추가가 그것이다.
당시 삼성전자는 주주 제안에 대해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그리고 지난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선 "11월말까지 전반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검토해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11월29일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발표했지만 내용 측면에서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획기적인 방안은 없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엘리엇의 30조원 특별배당 요구에 대해 삼성전자는 올해와 내년 잉여현금흐름의 50%를 주주 환원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배당 규모는 전년 대비 30% 증가한 4조원 규모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확실하게 밝힌 부분이 바로 이 4조원이다. 내년 1분기부터 분기별 배당을 실시하겠다는 점 정도가 눈에 띈다.
내부 보유 현금이 많다는 지적에 대해선 지금의 현금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시설투자와 필수 운전자본 확대, 인수합병(M&A) 등을 감안하면 65조~70조원의 순현금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10조원 가까이 들여 미국 전장전문기업 하만을 인수하며 M&A 의지를 드러냈다. 현 수준의 현금을 보유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만큼 실적 저하로 인한 배당 축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사외이사 3명 추가 요구에 대해선 “현재 외부 전문기관 등을 통해 추천된 다양한 경험의 후보자들을 검토하고 있으며, 2017년 정기주주총회에서 글로벌기업의 CEO 출신의 사외이사를 1명 이상 추천할 예정”이라고 회사 측이 밝혔다. 그 수가 엘리엇의 요구에 못 미치고, 후보자 선정 역시 회사가 직접 하겠다고 밝힘으로써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점을 시사했다.
기업구조 개편 가능성은 이번 주주가치 제고 방안의 핵심이었다. 삼성전자가 곧 인적분할 등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할 것이냐는 질의에 대해선 확답을 주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기업의 최적 구조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다양하고 중요한 사안들에 대한 검토가 필요해 여러 단계에 걸친 장기간 검토 과정이 요구될 수 있다”며 “외부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의뢰해 함께 협업하고 있으며, 검토하는 데 최소 6개월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단 6개월가량의 시간을 번 셈이다. 삼성전자는 “사업 구조 검토에 대해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장기적 가치에 미칠 수 있는 영향 등을 중점적으로 고려해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인 방향성에 대해선 공감을 하면서도 당장은 여러가지 가능성을 열어뒀다.
결국 삼성전자가 발표에서 확답한 것은 4조원의 배당 규모와 글로벌 사외이사 1명 이상 추천 정도다. 회사 측은 한 단계 나아간 주주가치 제고 방안이라고 밝히지만 기대에 못 미친다는 의견들이 많다. 지난 컨퍼런스콜에서 회사 측은 "기다려달라"고 했지만, 당시에도 구체적인 실행안이 나올 가능성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설사 삼성전자가 기업구조 개편에 대한 의지가 있었다 하더라도 이번에 결정짓기는 무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삼성그룹이 청와대 게이트와 관련해 현재 검찰 수사를 받고 있고 타깃이 그룹 미래전략실에 이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옮겨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오너가에 대한 수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배구조 개편과 승계 작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삼성전자 인적분할 및 지주회사 전환은 확답할 수 없다"며 "장기적 관점에선 지주회사 전환이라는 방향성을 견지하면서도 현 시점에서 주주들에게 제시할 수 있는 것은 배당 확대과 비전 제시 정도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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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11월 29일 10:44 게재]
"기업구조 개편 검토에만 최소 6개월 걸려"
그룹 검찰 수사 중에서 확답 어려워
그룹 검찰 수사 중에서 확답 어려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