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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위 국적선사였던 한진해운의 기업회생절차 결정이 국내외에서 복합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국내 선사들은 해외에서 '한진해운 리스크'로 피해를 봤고, 경쟁사인 현대상선 회생에도 오히려 악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이번 사태가 글로벌 화주들이 한국 선사들을 꺼리는 결과를 낳았고 현대상선의 2M 동맹 가입은 선복을 교환·매입하는 '준회원' 수준에서 1차 매듭이 지어졌기 때문.
이 와중에 한진해운의 마지막 자산인 롱비치터미널 매각도 현대상선 2M 가입을 위한 불쏘시개로만 쓰였을 뿐 가치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대신 해외선사들만 오히려 반사이익을 얻었다.
◇ 연매출 8조·자산 7조 세계 7위 '한진해운', 대비책 없이 좌초
한진해운이 좌초하는 데는 예상보다 짧은 시간이 걸렸다. 법원도 한진해운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높다고 판단했다.
기업회생절차가 시작되자마자 한진해운 전체 선박(141척)의 31%(44척)가량이 운항을 멈췄다. 곧바로 한진해운 8300곳의 화주들이 맡긴 140억달러(16조원)에 달하는 화물 중 일부가 갈곳을 잃었다. 부산항(출발지)으로 돌아온 화주와 한진해운과 거래하던 포워딩업체들은 대부분 자율협약 하에 있던 현대상선 대신 다른 나라 선사들의 선박을 이용했다. 두 배 운임을 내더라도 화주와 약속한 정시성을 지켜야 했기 때문. 당시는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추수감사절·크리스마스를 앞둔 컨테이너선들이 화물을 가장 최대로 적재하는 성수기(9월·10월·11월)이었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금융당국이 한진해운 법정관리 이후의 상황을 예측하고 시나리오별로 대응안을 마련해놓는데 미흡했다.
그 틈에 머스크는 한진해운이 용선하던 대형선 4~5척을 용선해 '한진'이라는 마크를 지우고 본인들의 회사명을 달며 선박을 새로이 도색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세계 선사들도 한진해운의 물동량을 가져갔다. 한진해운 법정관리 직후 올 10월까지 부산항 전체 컨테이너 환적 화물은 81만6717개로 전년 동기 대비 6.5% 줄었다. 이 기간 현대상선의 규모는 10만1164개로 10.9%(1만2315) 감소했다. 2M (머스크·MSC)의 부산항 환적 물량은 같은 기간 13.2% 늘었다. 해외선사들은 한진해운이 부산항에 중도에 내려놓은 화물을 대신 맡으며 수익성을 확대해 나갔다.
한진해운 자산들은 매각과정에서 가치를 많이 인정받지 못하거나 해외 경쟁사로 이관되는 수순을 거치고 있다.
한진해운의 아시아-미주노선의 자산가치는 예상보다 높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해운업계 고위관계자는 "노선이라는 게 허가만 받으면 누구든지 이용이 가능한 것"이라며 "대한해운이 사실상 인수할 자산은 300여명의 인력과 시스템 정도이며, '한진해운' 자산 인수로 해외에서 오히려 영업의 피해를 입는 경우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한진해운이 보유하던 미국 서부지역 롱비치터미널의 경영권은 MSC로 넘어가게 될 확률이 커졌다. 그나마 최상의 시나리오는 국내 선사들이 사모펀드와 손을 잡고 롱비치터미널을 계속 보유하는 것이었지만 이는 실현되지 못했다. 현대상선은 MSC가 보유한 지분 중 소수의 지분만을 사들인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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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상선 중심의 해운업 재편도 '불투명'....연이은 정부 헛발질
그렇다고 경쟁사인 현대상선의 구조조정이나 재기가능성이 크게 부각된 것도 아니다.
현대상선은 머스크·MSC가 세계 최대의 해운동맹인 2M의 정식회원이 되기 위해 수개월여간 협상을 벌였지만 '준회원'이 되는데 그쳤다. 2M은 3년 후 현대상선 재무구조가 개선되면 정식 가입 전환을 논의할 계획이다.
현대상선 실무진은 MOU 체결 후 5개월이 지나서야 덴마크 현지에서 머스크와 협상을 벌이는 등 동맹 합류에 대한 불확실성을 스스로 키워왔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MOU 발표 당시와 다르게 현재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 있는 등 상황이 현저하게 달라졌다"라며 "머스크·MSC가 굳이 현대상선을 2M의 정식 회원으로 합류시켜 영업을 같이할 이유가 줄었다"고 밝혔다.
그나마 정부가 지난 10월말 6조5000억원 규모의 해운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지만 이 또한 실효성이 떨어진다.
이때 정부는 ▲한국선박회사(가칭) 설립 ▲선박 신조 프로그램·선박금융펀드 지원 ▲우량자산 인수를 통한 현대상선의 경영정상화 등을 제안했다. 하지만 현대상선이 2M에 합류하지 못하면 이런 목표도 달성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현대상선은 올 3분기 연결기준으로 영업손실 2303억원, 누적 영업손실 6473억원을 기록했다. 뚜렷한 대비책 없인 성수기(9월~12월)가 지난 후 유동성 위기가 재초래될 수 있다는 게 회사 내부의 관측이다.
따져보면 정부가 2000년과 2008년 두차례 주도한 해운업 구조조정 모두 탁상행정과 주먹구구식 정책으로 점철되었다는 평가다.
지난 2000년 정부는 선사들에게 부채비율을 200%로 낮출것을 요구했다. 이는 선박 한 척을 지을 때마다 선사 부채비율이 300~400%씩 올라가는 특성이 반영되지 않은 정책이었다. 해운사들은 당시 비영업용 자산뿐 아니라 영업용 자산까지 모두 팔아 치웠다. 이후 2008년 구조조정 직후에는 80여개의 선사가 퇴출당하거나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이 때 회생한 해운사가 팬오션(구 STX팬오션)과 대한해운이다.
반면 세계 유수의 선사들은 정부의 뚜렷한 정책과 지원금에 힘입어 인수합병(M&A)로 성장했다. 중국과 일본은 선박은행의 기능을 수행하는 선박대출센터와 선박투자회사를 두고 자국 조선사-선사 간의 유기적 협력을 유도하며 수조원대의 자금을 투입했다. 정부가 나서 특정산업을 사실상 자멸의 길로 몰아넣은 국내와는 완전히 반대되는 양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조원에 달하는 정부 정책의 지속성이 크게 떨어진다"라며 "20%에도 못 미치는 국내 컨테이너 선사들의 국내 화주물량을 50%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정책과 같은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취약업종이 어려워지면 해당 업종의 전체 대출규모부터 줄이는 시중은행의 관행에도 심사기준 조율과 함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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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12월 13일 15:33 게재]
[국내 해운업 좌초①] 자율협약 개시 4개월만에 법정관리행 결정
화주·영업망 등 해운업계 유무형적 자산 손실 확대
해외 해운업계 "한진해운 리스크 피하자"
2M은 현대상선 동맹합류 놓고 입장 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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