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는 미국·몸은 베트남'…체질 변화 나선 삼성
입력 16.12.16 07:00|수정 16.12.19 11:20
M&A 통한 해외 업체 '연결' 전략
방산·석유화학 '비주류' 사업 매각
기전 부문 설비, 베트남 이전 확대
  • 삼성의 지주사 전환에 여전히 지배 구조 변화·법적 규제 등 물리적 난관이 남아있지만 이미 사업 전략은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 홀딩스’ 시대를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글로벌 투자를 전담하는 독립 조직에 힘을 실어 지주사 역할에 대한 '예행 연습'을 진행하고 있다. 비주력 사업에 대한 매각과 일부 제조 설비의 베트남 이전 등 ‘가벼워진 삼성’으로 체질 변화도 지속될 전망이다.

    ◇삼성종합기술원에서 美 실리콘벨리로

    이재용 시대 삼성의 변화를 상징하는 장소는 미국 '실리콘벨리'가 꼽힌다. 삼성은 지난 2014년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등장한 이후로 삼성글로벌이노베이션센터(GIC), 삼성전략혁신센터(SSIC)로 대표되는 미국 내 투자 조직을 통한 M&A를 확대하고 있다. 주로 GIC는 삼성 페이의 기반이 된 루프페이 등 소프트웨어 및 스타트업 기업 인수를 담당해왔다. SSIC는 하드웨어 기업에 대한 M&A 및 육성을 주도해오고 있다.

    중·소규모 M&A뿐 아니라 대규모 ‘메가딜’에도 인수 후보를 발굴하는 등 일정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월 하만(Harman) 인수 이후 손영권 SSIC 센터장(사장)이 그룹을 대표해 삼성과의 시너지를 발표하기도 했다.

    올해 6월과 8월엔 GIC와 SSIC 산하에 각각 펀드 자회사를 설립해 본사로부터의 출자도 쉬워졌다. 인사에서도 데이비드 은 GIC 센터장이 연초 사장으로 승진하는 등 힘을 실었다.

  • 반면 삼성의 '10년 후 먹거리'를 담당해온 삼성종합기술원(이하 종기원)의 위상은 이와 비례해 축소됐다. 기존 연구 인력 일부는 사업부에 배치되고 장기 연구과제도 일부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선대 시절의 ‘내재화’ 전략에서 보유 현금을 기반으로 기술이 앞선 글로벌 업체를 적극적으로 ‘연결(C&D; Connect & Development)하겠다는 전략으로 변화했다"며 "글로벌 시각이 필요하기 때문에 미래전략실보다는 주로 GIC·SSIC와 같은 미주·유럽내 지사들이 현지에서 적합한 회사의 인수 작업을 전담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설비 이전·구조조정 등 슬림화 작업 병행 전망

    ‘연결’(C&D)로의 전환을 선보인 대표적인 기업은 '구글'이다. 구글은 지난해 8월 지주사 ‘알파벳’ 체제로 전환을 완료했다. 기존 사업은 자회사 구글에서 전담하고, 창업자 래리 페이지(Larry Page)는 지주사 경영을 맡아 기술을 갖춘 업체들을 '쇼핑'하며 미래 전략을 채워가고 있다.

    지주사 전환을 검토 중인 삼성에도 선례가 되고 있다. 하지만 IT기반 구글과 제조업 기반 삼성의 결정적 차이는 제조 설비 유무다. 이 때문에 삼성이 지배구조 개편과 비주력 사업에 대한 정리·인력 구조조정 등 슬림화 작업도 여전히 병행할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 방산과 석유화학 사업을 매각하면서 구조조정 방향성을 보이기도 했다. 두 사업 모두 지속적으로 국내에서 설비 투자가 집행돼야 하는 대표적인 산업으로 꼽힌다. 비슷한 성격의 삼성중공업·삼성엔지니어링·삼성물산 내 일부 건설사업 등 중후장대(重厚長大) 사업에 대한 방향성 제시와 일부 부품사들의 통폐합 여부 등 구조조정에 대한 고민은 이어질 전망이다.

    반도체·모바일 OLED 등 일부 설비를 제외하곤 생산 설비의 해외 이전 기조도 지속될 전망이다. 이미 삼성전자는 90%이상의 스마트폰 생산 설비를 해외로 이전해 비용절감 효과를 누리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에 이어 가전부문 설비도 낮은 인건비·법인세 감면 등 비용 절감을 누릴 수 있는 베트남으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한 증권사 담당 연구원은 “스마트폰의 평균판매가격(ASP)이 지속적으로 하락해도 삼성이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확보한 원인은 ‘베트남’으로 대표되는 생산 전략에 있다”라며 “경쟁사와의 기술격차가 워낙 커 해외에서 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운 일부 사업을 제외하곤 설비 해외 이전 기조는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