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공식적으로 연임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포스코 차기 리더십을 두고 그룹내부와 외부에서는 여러 관측과 논평이 엇갈리게나오고 있다.

권 포스코 회장은 이달 초 열린 정기 이사회에서 연임 의사를 공식 표명했다. 권 회장은 "지난 3년간 추진해왔던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겠다"며 향후 포스코의 3년을 이끌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014년 3월 취임한 권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 만료된다.

시장 관계자들 상당수는 권오준 회장의 연임 가능성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한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에 권 회장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는 게 주요 근거다. 특히 취임 당시 최순실 씨의 입김 작용했다는 의혹이 연임 도전에 힘을 잃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2014년 포스코 회장 선출 당시 김기춘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 당시 오영호 코트라 사장에 포스코 회장직 응모를 적극 권유한 사실과 함께 권 회장 부인과 최순실 씨 사이의 친분이 있다는 점도 새롭게 조명됐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김기춘 비서실장이 밀었던 후보가 회장에서 탈락하고 권 회장이 선임된 것은 결국 최순실 씨의 입김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대부분"이라며 "최순실 게이트에 권 회장 자신이 직접 거론되고 있어 연임은 힘들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이어 "이 때문에 권 회장이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결백함을 주장하기 위해 연임 의사를 내비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일부 건설사가 시공을 포기한 사업(부산 해운대 엘시티)에 포스코건설이 참여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한 점 등 포스코 그룹이 '최순실 게이트'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 뿐만 아니라 포레카 매각·미르 및 K스포츠재단 출연 논란 등이 모두 권 회장 재임 기간에 이뤄졌기 때문에 CEO후보추천위 심사에서 적잖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선 지금의 탄핵정국이 오히려 '권오준 체제'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반대의 지적도 나온다. 정치권 외압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상황이기에 경영실적만으로 재신임 여부를 평가할 수 있다는 게 주요 근거다. 이른바 탄핵정국이 오히려 반전 카드라는 것. 그간 권 회장이 강조한 구조조정 전략이 '소기의 성과'를 거둔 점도 이 같은 해석에 무게를 실리게 한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권 회장은 취임 이후 정준양 전 회장이 벌여놓은 사업을 정리하며 재무구조를 개선했으며 철강 본원경쟁력도 강화시켰다"며 "권 회장이 구조조정 성과를 어느 정도 낸 것이 사실이고 목표한 구조조정을 달성하기엔 주어진 시간(3년)이 비교적 짧았다는 의견이 많아 (권 회장)이 연임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권오준 회장은 목표한 구조조정과 재무건전성 확보에서 정량적인 성과를 거뒀다. 임기 동안 비핵심 계열사 및 자산을 매각·합병·정리, 지난 3분기까지 목표로 제시한 구조조정 149건 중 98건을 마무리했다. 실적 역시 나쁘지 않았다. 연결 부채비율은 전 분기 대비 5.5%포인트 낮아진 70.4%를 기록했으며 연결 기준 차입금도 전 분기보다 2조2643억원 감소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권 회장이 자산을 팔아서 현금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했다는 회의적인 평가도 있지만 정량적인 성과는 거둔 셈"이라며 "외풍을 배제하고 실적만 평가한다면 (연임) 명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CEO후보추천위에서 새 CEO가 탄핵정국이 마무리된 이후 들어설 새 정권에 의해 흔들릴 수 있다는 점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며 "결국 이런저런 상황들을 고려하면 권 회장이 연임에 성공할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권오준 회장이 연임 의사를 공식적으로 표명함에 따라 포스코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된 CEO후보추천위원회는 권 회장의 연임 적격성 여부를 심사하고 있다. CEO후보추천위원회의 자격심사 결과는 이르면 내년 1월께 나올 전망이다. 권 회장이 심사를 통과하면 포스코는 3월 주주총회에서 권 회장 연임을 최종 결정한다.

CEO후보추천위원회의 연임 불가 결정이 이뤄질 경우 포스코 이사회는 CEO승계카운슬을 구성해 권 회장을 제외한 사내외 후보를 물색해 최종 후보 1명을 가리게 된다. 이후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차기 회장이 취임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