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 '美진출 필요'ㆍ카밤 'IPO 포기'...두달만에 1조 M&A 뚝딱
입력 16.12.21 07:00|수정 16.12.21 07:00
카밤, 4개 스튜디오 가운데 벤쿠버만 실적 양호
IPO 시도 실패...히트작 '마블' 생명력 끝나가자 매각 타진
내년 상반기 '트랜스포머' 흥행이 넷마블 득실 가를듯
  • 넷마블게임즈가 인수한 카밤의 벤쿠버스튜디오는 카밤에서 유일하게 흥행에 성공한 게임을 보유한 스튜디오다. 내년 출시 예정인 '대작'도 개발하고 있다.

    성공한 게임의 가치가 떨어지기 전에 '현금화'를 원한 카밤과, 미국 진출을 염원하고 있던 넷마블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게 이번 대규모 인수합병(M&A)의 배경으로 분석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근거를 두고 있는 카밤은 밴쿠버 외에도 베이징과 로스엔젤레스(LA)에 스튜디오를 보유하고 있다. 2011년 이후 5년 동안 9개의 게임을 만들었다. 2013년 '호빗:중간계의 왕국들'을 시작으로 영화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한 전문 게임 개발사로 자리잡았다.

    2014년 알리바바·구글벤처스 등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당시 평가받은 기업가치는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에 달했다.

  • 그러나 대규모 투자 유치 이후 만드는 게임마다 모두 실패했다. '헝거게임:판엠 라이징', '분노의 질주:유산', '스타워즈:업라이징' 등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를 기반으로 한 주력 게임들이 매출 차트 상위권에 한 차례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 게임들은 주로 샌프란시스코와 베이징 스튜디오에서 제작을 담당했다.

    유일하게 흥행에 성공한 게임이 밴쿠버 스튜디오의 '마블 올스타배틀'(원제 : MARVEL Contest of Chapions, 이하 마블)이다. 2014년 12월 출시된 이 게임은 이듬해 4월 미국 구글플레이 매출 상위 10위에 입성했고, 이후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며 4억5000만달러(약 53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카밤은 당초 기업공개(IPO)를 염두에 뒀지만, 마블 외 다른 게임이 모두 실패하며 상장의 꿈을 접었다. 설상가상 올해 여름 '포켓몬 고' 열풍이 불며 마블의 매출 순위가 10위권 밖으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마블의 평균 미국 매출 순위는 8위로 예상 연순환매출(ARR:특정 서비스의 현재 기대 매출을 연환산한 수치)는 3억5000만달러(약 400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하반기들어 매출 순위가 한때 16위까지 밀리며 ARR이 2억5000만달러(약 3000억원)로 급감했다.

  • 위기를 느낀 카밤은 구조조정과 함께 벤쿠버 스튜디오 매각에 착수했다. 7월엔 샌프란시스코 스튜디오 임직원 25명을 해고했고, 비슷한 시기 밴쿠버 스튜디오 인수자 물색에 착수했다. 넷마블 외에도 6곳의 미국 및 아시아의 게임·미디어 회사가 대상이었다.

    10월엔 입찰 제안을 받았다. 메릴린치가 카밤을 자문해 입찰가를 평가했다. 이 시기 현지 미디어들은 입찰에 참여한 회사를 넷마블이 아니라 넥슨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넷마블은 미국 현지 네트워크 등을 통해 밴쿠버 스튜디오 입찰 참여를 제안받았다. 재무자문사 없이 딜로이트안진을 통해 미국 딜로이트로부터 회계자문만 받았다. 현지 법률 자문은 국내 진출 해외로펌 1호인 롭스앤 그레이(Ropes & Gray LLP)가 맡았다.

    넷마블은 약 8억달러의 최고가를 써내 벤쿠버 스튜디오를 품에 안게 됐다. 지난 7월 글로벌 온라인 카지노업체 플레이티카 인수전에 40억달러(약 4조원)를 써내기도 했던 넷마블의 자금 동원력이 앞섰던 것으로 평가된다.

    넷마블은 지난해 1500억원에 미국 잼시티(당시 SGN)를 인수하는 등 미국 현지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3분기 기준 해외 매출 비중이 50%를 넘어서는 등 '글로벌화'엔 성공했지만, 아직 세계 최대의 시장 중 하나인 미국에서는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마블 IP를 바탕으로 한 성공사례를 가지고 있고, 내년 상반기 블록버스터 영화인 '트랜스포머' IP를 기반으로 한 신작을 준비하고 있는 벤쿠버 스튜디오는 넷마블에 충분히 매력적인 매물이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넷마블은 자체적으로 준비 중인 '스타워즈:포스 아레나'와 밴쿠버 스튜디오의 '트랜스포머' 게임이 내년 미국 시장 공략의 핵심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밴쿠버 스튜디오를 매각한 카밤은 나머지 스튜디오를 별도 회사로 분리하고, 일부는 추가 매각할 예정이다. 영화 '아바타2'와 함께 공개될 아바타 기반 게임을 개발 중인 LA스튜디오가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