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 받고 삼성-하만 실사한 딜로이트안진…진짜 실익은 삼일?
입력 16.12.27 07:00|수정 16.12.27 23:18
9조4000억 거래에 딜로이트안진 수수료 고작 3억?
삼성 속사정 잘 아는 삼일PwC- PwC컨설팅에 PMI 맡아
삼성전자-하만 거래, '미흡한 PMI' 평가 벗을 수 있는 기회
  • 국내기업의 사상 최대규모 인수·합병(M&A) 거래였던 삼성전자의 하만(Harman International Industries) 합병에 참여한 국내 자문사는 딜로이트안진이 유일했다. 그러나 9조4000억원 규모의 거래에서 딜로이트안진이 받은 수수료는 3억원에 불과했다.

    M&A 거래에 참여한 자문사는 인수 후 통합(PMI; Post-merger integration) 과정까지 담당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삼성-하만의 PMI 과정에서 딜로이트안진은 제외됐다. 이후 이 자리를 삼일PwC가 꿰차며 이번 거래에서 오히려 실익을 거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재 삼일PwC와 PwC컨설팅, PwC(Pricewaterhouse Coopers) 본사는 올 11월 삼성전자와 하만의 합병계약 이후 사후실사를 진행 중이다. 하만이 보유한 전 세계 약 100여곳의 회사를 삼성전자의 관리체계에 들어오게 하는 작업에 대한 사전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1차 목표는 향후 2~3달간 관리체계 통합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는 일이다.

    이 과정에서 삼일PwC가 삼성전자 측으로부터 받는 수수료는 인수 측 회계자문을 담당했던 딜로이트안진이 받은 3억원을 훌쩍 넘는 상당한 액수로 전해지고 있다.

    M&A 과정에 참여하는 회계법인은 통상 일정기간 정기적으로 클라이언트(고객)인 기업에게 대내외 이슈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한다. 조직이 크지 않은 일반 기업은 회계법인이 제공하는 보고서에 의존하지만 삼성전자는 내부조직이 M&A를 비롯한 대내외 이슈 정리·분석을 전담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의 경영지원실 기획팀 산하 13명으로 구성된 CD(Corporate Development) 그룹에서 이 같은 작업을 전담하고 있다. 때문에 M&A 과정에서 회계법인의 역할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하만의 경우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만큼 많은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돼 있어 딜로이트안진의 역할이 크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딜로이트안진의 역할은 거래 기간 내내 자문을 제공하는 수준이 아닌 하만의 데이터룸이 개방된 약 3주 동안 관련 자료를 요약하는 정도에 그쳤다"고 말했다.

    이례적으로 인수과정을 건너뛴 채 PMI에만 참여하는 삼일PwC는 현재 삼성전자의 회계감사를 담당하고 있다. 삼일PwC의 자매회사인 PwC컨설팅이 삼성그룹 전담팀을 통해 삼성전자 관리통합 시스템의 컨설팅을 맡고 있다.

    딜로이트안진이 이번 인수 과정에서 보여준 역할의 성과를 차치하고도 삼성전자의 속사정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삼일PwC가 향후 수개월, 길게는 수년이 걸리는 PMI 작업에 참여하게 됐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이번 거래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하만이 전 세계 100여개가 넘는 회사를 보유하고 있어 삼성이 통합과정에서 상당한 공을 들여야 하는 만큼 재무제표를 비롯한 내부사정을 잘 파악하고 있는 PwC에 맡긴 것으로 보인다"며 "딜로이트안진이 사상 최대규모 거래에 참여한 유일한 국내업체로 알려지긴 했으나 사실상 수수료를 비롯해 삼일PwC가 더 실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하만의 인수(합병) 후 통합작업은 대형 M&A 이후 삼성의 PMI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최초의 사례가 될 전망이다.

    최대 규모의 거래를 성사시킨 삼성은 사실 M&A 시장에서 'PMI는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삼성의 기업문화를 인수기업에 이식하는 작업이 수월하지 않았던 탓이다. 1995년 15억달러(우리돈 약 1조17000억원)을 들여 인수한 AST는 대표적인 실패사례다. AST의 기술인력은 삼성을 피해 대거 퇴사했고, 주가는 바닥을 쳤다. 삼성은 인수 5년만에 경영권을 포기했다.

    한동안 M&A 시장에서 멀어졌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전면에 나서면서 기술 내재화에 초점을 맞춘 M&A가 진행됐고, 하만 인수는 기술 내재화 전략에서 브랜드를 인수하는 투트랙 M&A 전략을 추진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삼성과 하만의 합병은 내년 8월 14일까지 마무리 하기로 계약돼 있다. 내년 초 주주총회에서 하만 주주들의 50%가 넘는 동의로 합병안이 가결되면 미국의 외국인 투자심의위원회(CFIUS) 검토와 각 국가의 반독점규제 승인을 통해 합병작업이 완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