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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증권사의 외형적 확장이 마무리되고 있다. 대형 투자은행(IB)을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유인책이 효과를 본 셈이다. 그러나 높아진 자본 규모에 걸맞는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지난 8월 금융당국은 자기자본 규모에 따라 증권사업무 영역을 단계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4조원 이상일 때 발행어음 발행과 외국환 업무를, 8조원을 넘을 경우 종합투자계좌 개설과 부동산 담보신탁 업무를 할 수 있다. 초대형IB 육성을 위해 정부가 내민 '당근'이었다.
미래에셋대우와 KB증권은 합병을 통해 자기자본을 높이면서 자연스럽게 4조원을 달성했다. 미래에셋대우의 자기자본은 연말 기준 7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KB증권의 합병 직후 자기자본은 약 3조9000억원으로 4분기 이익을 반영하면 4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다른 대형사들도 이번 달을 전후로 자본 확충을 결정하거나 완료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달 말 한국금융지주로부터 1조7000억원을 지원받아 자기자본 4조원을 넘어섰다. 삼성증권은 이달 초 삼성생명에 자사주를 매각했고 35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내년 상반기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삼성증권 역시 자기자본 4조원 증권사 대열에 합류한다. 우리투자증권 인수 후 자기자본 4조5000억원 규모를 유지하고 있는 NH투자증권은 현상 유지를 택했다.
결과적으로 금융당국이 대형 증권사 육성방안을 발표한지 4개월만에 국내 주요 증권사 5곳이 외형 확대를 결정했다. 순위권에 올라간 증권사들은 지난 2013년 금융당국이 종합금융투자사업자(프라임브로커) 제도를 실시했을 때 자기자본 규모를 적극적으로 늘린 증권사들이다. 당시 우리투자증권(現 NH투자증권), 대우증권(現 미래대우),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現 KB증권), 삼성증권이 가장 먼저 라이선스를 획득했다. 이번에도 합병 증권사가 대체했다는 점 외에는 탑5 라인업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 금융 당국이 대형사의 대형화를 이끈 셈이다.
동시에 금융당국의 지원 없이는 증권사들도 외형확장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는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합병사를 제외하곤 지난 2013년과 올해 모두 대형 증권사들은 정부가 제시한 기준에 충족할 수 있는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자본규모를 늘렸다. 자기자본 7조원에 달한 미래에셋대우도 "8조원 증권사에 주어지는 혜택을 가늠해 본 후 외형을 끌어 올리겠다"며 추가적인 자본규모 확대에선 부담을 드러냈다.
가장 큰 문제는 수익성과 이로 인한 낮은 자기자본이익률(ROE)저하 문제다. 유상증자를 결정한 삼성증권이 대표적이다. 초대형 IB에 한발짝 다가섰음에도 많은 애널리스트들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떨어질 것을 먼저 우려하고 있다. 국내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자기자본 규모만 늘린다고 해서 증권사가 대형화를 이끌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지적하면서 "덩치에 맞는 수익성이 따라줘야 하는데 (올라간 자기자본 규모를) 감당할 수 있을지 내부적으로도 고민이 있다"고 밝혔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 정부의 유인책이 있을 때 동시다발적으로 증권사들이 규모를 늘이는 이유는 신규사업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외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증권사 전반의 수익성은 악화됐고, 증권업 전반의 ROE 역시 올해 들어 크게 낮아졌다. 증권업 자체가 수익 구조면에서 차별화를 꾀하기 어려워 가능하면 많은 사업 영역을 확보하는 게 유리하기도 하다.
다만 내년 증권업에 대한 전망도 낙관적이지 않다는 경고도 나오면서 커진 자본만큼 수익성 확대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부정적인 전망이 적지 않다. 국내 주요 신용평가사들은 내년 증권업 전망을 올해 수준을 유지하는 것을 최선으로 보고 있을 정도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한 증권사의 경우 내년 상반기까지도 ROE 제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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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12월 28일 07:00 게재]
자기자본 4조 이상 증권사 5곳 확정
육성방안 발표 4개월만에 주요 증권사 자기자본 규모 확대
몸집은 커졌는데 먹거리는 부족...내년 수익성도 우려돼
육성방안 발표 4개월만에 주요 증권사 자기자본 규모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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