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체불 '암초' 만난 이랜드리테일...거래소 "사실 여부 검토 예정"
입력 17.01.17 07:00|수정 17.01.17 07:00
이랜드리테일 패스트트랙 적용 어려울 것으로
이정미 의원 거래소에 의견서 전달 "계속성 심사 필요"
거래소 "이 의원 측 주장 사실여부 검토 후 심사에 반영"
  • 오는 5월 유가증권시장 상장(IPO)을 계획했던 이랜드리테일의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계열사의 임금 체불 사안이 그룹 전체로 확대되면서 거래소의 상장 심사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 10일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이랜드리테일의 불법경영행태와 관련 상장심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거래소에 전달했다. 기간제 직원 뿐 아니라 정규직원에게도 임금을 지불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 거래소가 공익적 결정을 내리도록 압박한 것이다. 이 의원 측은 다수의 이랜드 계열사가 근로시간을 조작하고 초과 수당을 지급하지 않아 900억여원을 축적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의원은 특히 이랜드리테일이 우량기업으로서의 누리는 특전을 문제삼고 있다. 이랜드리테일에게 적용되는 패스트트랙제도(상장심사간소화) 적용 여부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우량 기업에게 적용되는 패스트트랙제도 대상자는 계속성 심사를 면제받을 수 있다. 이로 심사기간은 기존의 45영업일에서 20영업일까지 짧아진다. 지난해 호텔롯데와 두산밥캣 등도 패스트트랙제도를 적용해 심사 기간을 단축시켰다

    기업계속성 심사도 예외없이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의원 측은 "많은 계열사들의 불법행태와 수백억원대 미지급 임금문제, 유동성 위험확대 징후 등을 볼 때 이랜드리테일이 우량기업이라는 거래소의 입장에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거래소도 이 의원의 주장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거래소 역시 국회의 감사를 받아야 하는 공공기관 중 하나인데다, 상장 심사를 두고 국회의원이 직접 의견서를 제출한 경우는 흔치 않아서다. 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포괄적 규정에도 적시된 내용이다. 이를 지키지 않은 기업에 비판하는 여론을 거래소도 무시하기 어렵다. 호텔롯데는 상장 심사에 통과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대주주의 비자금 의혹과 압수수색과 맞물려 상장을 철회한 바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상장심사와 관련한 국회의원의 의견서를 받아 본 일은 처음이라 당혹스럽다"면서도 "부실기업이 아닌 기업에서 임금 체불 문제가 불거져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거래소 측은 이 의원이 의견서를 통해 제시한 주장의 사실 여부를 검토한 후 심사 기간 등을 조정할 예정이다.

    상장 심사 통과 여부에 대해 한국거래소 측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고 언급했다.

    이 의원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발표는 3월까지 미뤄질 수 있다. 이 경우 5월을 목표로 했던 상장시점은 뒤로 밀린다. 이랜드리테일은 지난해 12월 28일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했다. 패스트트랙을 적용하면 설 명절 전후로 심사 결과를 받을 예정이었다.

    이랜드그룹의 임금 미지급 사태와 관련한 제보는 최근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12일 정의당 게시판에는 "리테일 인사팀에서 이 의원의 발언으로 위기의식을 느끼고 출퇴근명부, 협력업체 매니저 사유서 등을 폐기하고 있다"는 제보가 올라왔다.

    이에 이랜드그룹 측은 "이랜드파크 임금 미지급 사태와 관련한 내용은 거래소에 제출한 감사보고서에도 반영한 내용"이라면서 같은 사례가 타 계열사로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