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뭇매 맞은 '이랜드그룹' 이랜드리테일 기업공개 성공할까
입력 17.01.19 07:03|수정 17.01.19 07:03
그룹 첫 직상장‐ 5월 공모 목표
재무구조 개선 '마지막 카드'
시장 신뢰 하락 등 걸림돌 많아
평판 리스크 부각, 부정적 기류
  • 이랜드그룹이 오는 5월 지주사격인 이랜드리테일의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다. 이랜드그룹의 상장 가능성은 지난 10년간 수차례 언급돼 왔지만 단 한 번도 성사된 적은 없었다. 신용등급 하락과 임금 미지급 사태 등으로 이번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이랜드리테일 IPO는 그룹의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로 풀이된다. ‘티니위니’ 매각, 부동산 매각 등 자구계획을 이행하고 있지만 그룹 전반의 현금창출력이 떨어지면서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상쇄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의존도가 높지만, 현지 패션법인의 영업부진으로 수익창출력이 악화된 상황이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이랜드월드의 연결기준 순차입금은 4조3000억원을 기록했고 순차입금 의존도는 51%까지 올라갔다.

    ◇ IPO 시장 '양치기 소년' 이랜드

    이랜드그룹은 지난 10년간 자금 조달이 필요할 때마다 자본시장 분위기를 살피며 IPO를 내세우다 발을 빼는 행동을 반복했다. 이런 행적은 금융시장에 좋은 인상을 심어주진 못했다.

    이랜드그룹이 상장이 처음 거론된 건 지난 2004년이다. 전환상환우선주(RCPS)를 발행하면서 조건으로 3년내 IPO를 하겠다는 조건을 내세웠다. 이후 이랜드는 상환을 택했고, 기업공개를 해야 할 의무는 사라졌다.

    2008년엔 홈에버(한국까르푸)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차이나홀딩스의 IPO를 결정했다. 그러나 테스코에 매각을 결정하며 리파이낸싱과 상장을 모두 중단했다. 2012년엔  LA다저스구단 인수 등 미국 사업 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중국법인 상장 카드를 다시 꺼냈다. 인수건에서 모두 고배를 마시며 조용히 발을 뺐다.

    이랜드리테일은 2014년 3000억원 규모 RCPS 발행을 위해 다시 시장에 나왔다. 이번에도 IPO를 내세웠지만 조건은 더 까다로워졌다. 3년 이내 IPO를 하지 않으면 연간 2%의 이자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는 특약이 걸린 것이다. 그동안 IPO를 언급만 하고 실행하지 않아 시장에서 페널티를 준 것으로 보인다.

    이번 상장 시도는 해당 RCPS에 언급된 조항을 이행한 결과물이다. 이랜드리테일은 약속대로 지난해 3월 주관사를 선정하고 12월 예심을 청구했다. 이를 통해 추가적인 이자 발생은 막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시장은 여전히 의구심을 갖는다. 예전처럼 물밑에서 작업해 언제든 리파이낸싱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랜드 측 관계자는 이에 대해 "그동안은 시장과 상황이 맞지 않아 상장을 못한 것"이라며 "내부적으로도 IPO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고 말했다.

    ◇ 이랜드그룹을 바라보는 시장의 매서운 '눈'

    상장까지 이랜드리테일이 넘어야 할 장애물은 많다. 우선 국내 한국신용평가가 최근 이랜드월드의 신용등급을 BBB(부정적)에서 BBB-(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투기등급을 눈 앞에 두고 있어 계열사 전반적인 유동화 채권이나 시중은행 대출 심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랜드는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국내 백화점 산업이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현대백화점, 롯데쇼핑, 신세계 등의 동종기업 가치도 많이 낮아진 상황이다. 지난해 상반기 20배까지 언급되던 주가순이익비율(PER)은 최근 10배 내외로 뚝 떨어졌다. 공모규모가 축소되면 이랜드월드에 유입되는 자금 규모도 작아져 새로운 자구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랜드리테일의 사업 구성도 매력적이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랜드리테일 실적의 핵심은 백화점 등 유통 부문이다. 유통 부문 매출은 지난해 3분기까지 전년대비 8.6% 성장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4.5% 늘어나는데 그쳐 마진은 박해졌다. 올해에는 예상 경제 성장률이 2%대로 뚝 떨어지며 내수 부진이 예상되는데다, 중국인으로 대표되는 해외 관광객도 줄어 유통 부문의 전망을 밝게만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이랜드리테일은 중국 유통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에 2곳의 점포를 열었고 2020년까지 100곳으로 늘린다는 포석이다. 롯데 등 굴지의 국내 유통사들이 중국에서 참패한 것을 고려하면 이를 모두 미래가치로 환산해 현 시점에서 인정해주긴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평판 리스크도 부각되고 있다. 이랜드리테일이 지분 85%를 보유한 이랜드파크의 임금 미지급 사태로 그룹 전반에 대한 여론이 악화된 상황이다. 국회의원들까지 나서 상장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이달 거래소에 이랜드리테일의 계속성 심사를 요구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패스트트랙제도(우량기업 상장 심사기간 단축)를 적용하려 했던 거래소 역시 심사 방안을 고심 중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이랜드그룹은) 부실기업도 아닌데 이런 사태 있어서 유감"이라면서 "이 의원이 제출한 내용을 검토 후 심사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