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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연임의 9부 능선을 넘었다.
권 회장은 지난해말 연임 의사를 밝혔고, 포스코 이사회는 사외이사 6명 전원으로 구성된 CEO 후보추천위원회(이하 후추위)를 구성해 권 회장을 차기 CEO로서 자격심사 하기로 했다. 한달 뒤인 지난 25일, 포스코 이사회는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권오준 회장을 주주총회에 추천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권오준 회장의 연임은 3월에 최종 확정된다.
권오준 회장의 연임 가능성을 판단하는 요소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경영 성과, 또 다른 하나는 도덕성 측면의 결격 사유였다.
후추위 위원들은 권 회장이 취임 이후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 체질을 개선하고, 철강 본원 경쟁력 강화 및 수익성 개선에도 성과가 컸다고 평가했다. 포레카 매각, 회장 선임 등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각종 의혹들에 대해선 권 회장의 해명과 대내외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근거가 없거나 회장직 수행에 결격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의견을 모았고 이에 대한 외부 법률 전문가 자문 절차도 거쳤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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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들이 권 회장의 경영 성과는 높이 사면서도 도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한 셈이다. 재무구조를 개선한 경영 성과를 십분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도덕성 문제는 여전히 찜찜하다.
포스코 이사회에서 권 회장의 연임을 확정한 직후 뉴스가 쏟아졌다. 권 회장이 최순실씨의 각종 이권 챙기기 행보를 적극 도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여러 차례 청와대가 채용을 요구한 '낙하산 인사' 동향 등을 보고했다는 내용이다. 박영수 특검팀은 권 회장이 의무 없는 행동을 한 배경에 주목하고 필요할 경우 권 회장을 소환해 조사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시장에선 포스코의 경영 리스크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오히려 더 커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본업'보다 '정치'가 앞서있다고 지적한다.
포스코는 2000년 완전 민영화가 이뤄졌다. 정부가 전혀 지분을 갖지 않은 민간 기업이다. 하지만 포스코를 문자 그대로 ‘민간 기업’이라고 받아들이는 시장 참여자들은 없다. 경영진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물갈이됐다. 정권의 입맛에 맞는 회장이 취임한다는 얘기는 새삼스럽지도 않다. 새로 취임한 회장은 전임자의 ‘업적’을 이어가기 보다는 ‘과오’를 청산하는데 주력했다.
이를 바라보는 현장의 시선은 날이 서 있다. 내부 관계자의 얘기다.
“포스코의 본사는 서울이 아닌 경상북도 포항에 있다. 생산량으로 놓고 보면 전라남도 광양에 위치한 광양제철소가 제일이다. 언제부터인가 현장인 포항과 광양은 외면 받고 있다. 서울 포스코센터에 있는 직원들은 공장에 대한 관심은 없다. 올라와 보면 현장을 무시한다는 생각이 든다. 서울에선 온통 누가 회장이 되는지, 어떤 라인을 잡아야 하는지가 최고의 관심사가 됐다. 사내 정치가 점점 중요해지면서 이제는 포스코 본사가 선릉역에 있는 줄 아는 사람이 더 많다”
한국 경제는 아직 재계 중심이다. 대다수 그룹에서 최고의 자리는 오너가(家)가 차지하고 있다. 평범한 직원으로 입사해 회장직까지 오를 수 있는 기회는 포스코처럼 전신이 공기업이거나 금융권, 아니면 스타트업에서 시작한 기업들로 국한돼 있다.
그래서 사내정치가 이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정치가 ‘기업 가치 제고’의 필수불가결한 요소는 분명 아니고 최우선 역시 아니다. 그럼에도 포스코 내부에선 현장보다 서울이, 본업보다 사내정치가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다. 최순실 사태와 관련해 책임지겠다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대신 듣고 싶은 것만 듣겠다는 것이 포스코의 언론 대응이다.
세계 3위 철강사로 도약을 하겠다는 글로벌 기업 포스코가 간과하는 것이 있다. 갈수록 ‘도덕성’이 글로벌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단순히 많이 팔아 많이 남기는 것이 최선이었던 세상은 저물었다. 외신들은 최순실 사태가 한국 경제가 자정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며 투자자들은 이제서야 한국에 투자할 때라고 할 정도다. 정치 리스크에서 한 번도 자유롭지 못했고 지금도 여전히 흔들리는 포스코를 바라보는 밖에서의 시선은 어떨까.
권오준 회장이 새롭게 주어진 3년의 임기를 정상적으로 마칠 수 있을지, 정권이 바뀔 것을 감안하면 1년도 못 채우지 않을까 하는 전망들이 벌써부터 나온다. 권 회장의 연임을 결정한 이사회는 성적만 잘 받으면 도덕적 흠결은 눈 좀 감아도 된다고 판단한 듯 하다. 추후에 문제가 커져 경영 리스크가 발생하고, 이에 따른 경영 공백이 생기면 후추위 위원을 포함한 이사회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포항제철소가 설립된 지 50년 가까이 됐다. 설립 때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국가 경제에 기여한 바는 크다. 오랜 시간 현장을 지켰던 한 이는 고(故) 박태준 회장이 지금의 포스코를 보면 땅을 칠 것이라며 안타까워 했다.
“과거에는 포항제철(현 포스코)이 나라를 위해 일을 한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현장의 전문가들은 점점 홀대 받고, 위로 올라가기 위해 '줄'을 찾고 잡는 데만 혈안인 정치'꾼'들만 많아진 것 같다. 최고의 자리에 올라가면 기업의 영속성을 위한 후발주자들을 키우는 데는 나 몰라라 하고, 한 번 더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데만 급급하다. 지금의 정부 모습과 무엇이 다른가? 후진적인 경영 구조를 바꿀 생각도 안하면서 글로벌 기업이 되겠다고 하는 것은 공언(空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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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1월 26일 12:3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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