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의 헬스케어, '신사업' 타이틀 유효할까
입력 17.02.01 07:00|수정 17.02.01 07:00
非통신 확장 위해 헬스케어 진출했지만 존재감 미미
"성장 잠재력 인정하지만 수익 창출력 보여줄 필요"
  • SK텔레콤이 신사업 확대 차원에서 헬스케어 사업에 뛰어든지 수년째다. 투자를 지속하고 있지만 이익 기여도가 낮고 존재감 역시 미미해 신사업 전략이 유효한 지 의문도 커졌다. SK텔레콤은 최근 자회사 나노엔텍을 중심으로 헬스케어 사업 의지를 다시 보여줬다. 이제는 구체적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11년부터 SK텔레콤은 헬스케어 사업을 적극 추진해왔다. 통신사업 수익성이 정체되자 새로운 수익원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체외진단기 전문업체인 나노엔텍을 인수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이후 헬스케어 사업본부를 독립시키며 인수·합병(M&A)과 투자를 이어갔다. 서울대학교와 ICT 융합의료서비스 구축을 위해 합작사(헬스커넥트)를 설립했고 미국 바이오업체 소마로직(Somalogic)과 사업 협력에서 나섰다. 중국 의료진단기기 업체 티엔롱 지분 투자도 단행했다.

    나노엔텍을 통해 체외진단 시약제조사인 바이오포커스를 인수해 진단 시약 기술력도 키웠다. SK텔레콤도 추가 유상증자로 기술개발을 지원했다. 이에 힘입어 나노엔텍은 자체 개발한 진단기기를 잇달아 내놨고 미국 및 중국 내 판매 승인을 받기도 했다.

    SK텔레콤의 헬스케어 사업 의지는 여전하다. SK텔레콤의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헬스케어 제품과 연계하는 등 수익창출 기회도 찾을 수 있다. 헬스케어 시장은 몇 안 되는 성장 산업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IDC는 전 세계 헬스케어 시장 규모가 연평균 10.2% 이상 성장해 2018년에는 124억달러(약 14조원)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18일에는 나노엔텍의 현장진단기기 'FREND 비타민D'의 미국 FDA 승인 결과를 발표하며 제품 시연회도 개최했다. 올해부터 미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미국 FDA 승인 절차가 다른 나라에 비해 까다롭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 의지와 달리 나노엔텍 실적이 저조한 것은 부담 요인이다.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2012년부터 회사는 100억~200억원 내외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영업적자와 순손실을 기록했다. 주가도 지지부진하다. 한때 1만2000원대까지 올랐던 나노엔텍 주식은 주당 5000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헬스케어 사업이 변방으로 밀려났다는 시각도 극복해야 할 숙제다. 과거에 비해 SK텔레콤의 헬스케어 사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줄었다. 오히려 4차산업 혁명과 맞물린 IoT와 5G 등이 새 수익처로 떠올랐고 통신 기술을 기초로 한 사업 계획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대표이사 교체도 변수다. 앞서 하성민 사장에서 장동현 사장으로 대표가 바뀌었을 때도 '플랫폼'으로 신사업 방향이 일부 수정됐다. 새로 부임하는 박정호 사장 역시 헬스케어 사업을 조정할 수 있다는 우려섞인 관측도 나온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불과 3~4년 전만해도 통신업체들은 탈(脫)통신이 대세였고 다른 분야에서 새 수익원을 발굴하려고 했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역전됐다"면서 "투자 시장에서도 SK텔레콤의 헬스케어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없어진 지 오래"라고 전했다. 이어 "홈 IoT 서비스도 이익으로 연결되기 어려운데 헬스케어 제품과 통신 기술을 현실화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관계자는 "그간 성과가 뚜렷하지 않아 앞으로 달라질 것이란 기대감도 크지 않다"면서 "나노엔텍이 앞으로 미국 시장에서 실제로 수익을 거두는 모습을 보여줘야 존재감도 드러나고 그룹 내 바이오산업에서 한 축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측은 "신임 대표이사 취임 이후 헬스케어 및 신사업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들이 정해질 것"이라면서 "헬스케어 분야는 초기 투자 부담이 크기 때문에 단기 성과 보다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