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 '구조조정' 계열사에 또 출자…출구 찾기 어려운 中사업
입력 17.02.01 07:00|수정 17.02.02 11:35
롯데쇼핑홀딩스·롯데홈쇼핑코에 407억 출자
차입금 상환 목적
中사업 유지하기도 철수하기도 '모호'
투자자들 "구조조정 성과부터 지켜보자"
  • 롯데쇼핑이 중국 관련 계열사에 대한 추가 출자를 결정했다. 롯데는 그간 투입된 자금을 고려했을 땐 중국 유통업에서 손을 쉽게 떼기가 어려운 처지다. 그렇다고 중국에서 투자를 늘리기도 모호하다. '계륵'과 같은 롯데의 중국사업을 철수하는게 나은지에 대한 업계 시각도 엇갈린다.

    롯데쇼핑은 올 상반기 롯데쇼핑홀딩스·롯데홈쇼핑코에 407억원을 출자할 예정이다. 이들은 롯데가 각각 타임즈(7500억원), 럭키파이(1500억원)를 인수할 당시 세워진 특수목적회사(SPC)로, 롯데는 이 SPC들을 통해 중국 대형마트, 홈쇼핑 사업들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이후 적자가 누적됐고 이들의 자본잠식을 막기 위해 이번 출자가 진행된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대부분의 출자자금이 차입금 상환에 쓰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두 SPC는 이미 설립된 지 7년째 접어들고 있지만 성과가 부실하다.

    롯데가 중국에 소유한 대형마트( 116개) 중 절반을 운영 중인 롯데쇼핑홀딩스는 2015년에만 430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후 이 회사에 대해 대규모 손실을 반영했지만 부채만 여전히 7000억원에 달하고 있다. 롯데그룹 홈쇼핑사업(중국)의 중간지주회사 격인 롯데홈쇼핑코도 럭키파이 지분인수를 완료한 2015년에 164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봤다. 부채규모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 공격 투자로 뒤탈이 난 중국사업은 롯데의 발목을 수년간 붙잡고 있다. 롯데쇼핑은 2008년을 시작으로 약 1조원을 중국에 투자했으나 동일한 규모만큼의 손실을 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중국 경제의 부진 ▲현지화의 어려움 ▲중국 당국의 행정절차 지연 등이 중국시장의 벽을 높였다.

    일단 롯데는 중국에서의 철수계획은 없고 비용절감과 손실폭 줄이기에 박차를 가한다는 입장이다. 회사는 "중국에서의 철수는 어렵다"라며 "인도네시아·베트남 등지에서 중국사업의 손실을 메꿀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신 현지업체와 손을 잡는 방식으로 사업리스크를 줄여나갈 계획이다. 롯데백화점이 올 3월부터 중국 중신그룹 소유의 상하이 쇼핑몰을 위탁 운영하는 사례가 그 출발점으로 여겨지고 있다.

    롯데쇼핑의 이같은 전략을 바라보는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아직 철수는 시기상조'라는 입장과 '철수를 고민해야 한다'는 입장이 공존하고 있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중국사업은 고용문제와 얽혀있어 구조조정 성과를 지켜보면서 다음 노선을 고민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일부 투자자들은 롯데가 특정지역의 대형마트에 대해 위약금을 지급하고 철수를 원하고 있지만 중국 당국과의 협의 지연이 이를 불가피하게 가로막고 있다고도 전했다.

    반면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10여년의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롯데쇼핑이 중국에서 거둔 성과가 없다"라며 "조단위 손실을 본 이상 중국사업의 매각·철수를 진지하게 고려해봐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롯데쇼핑 중국사업 손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형마트의 경우 국내시장과는 사업구조가 상이하다는 게 문제다. 때문에 현지 업체에 롯데쇼핑의 대형마트들을 매각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국내와 달리 대형마트가 고급제품을 파는 곳과 아주 저렴한 제품을 파는 곳으로 양분화돼있다"라며 "국내 대형마트의 사업구조로는 중국시장에서 성과를 보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중국시장에서의 확장 또는 출구는 국내 대형 유통사들이 당면한 공통 과제로 평가받고 있다. 롯데보다 중국에 먼저 진출한 이마트는 외연 확장 대신 철수를 택했다. 업계는 "롯데쇼핑은 국내 유통사로서는 처음으로 중국 시장 확장 또는 구조조정의 과제를 안게 됐다"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