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발전 상장, 남동발전에 달렸다…'공모가 조정 근거'
입력 17.02.01 07:00|수정 17.02.01 10:39
주관사 경쟁으로 기업가치↑ 시장에선 벌써 '안 산다'
계약서상 공모가는 입찰시 제시한 가격 이상으로 해야
남동발전 상장 성공 시 동서발전 가격 조정 가능성
  • 동서발전의 상장 가능성이 남동발전의 상장 성공 여부에 달리게 됐다. 입찰 경쟁으로 동서발전의 몸값이 시장 추정치보다 크게 높아진 상황에서, 공모가를 현실화하려면 '남동발전 사례'라는 '논리'가 있어야 하는 까닭이다.

    증권사들은 동서발전 입찰에서 공격적으로 가격을 제시했다. 대표주관사로 선정된 한국투자증권은 주가순자산비율(PBR) 1.5배를 제시해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모회사인 한국전력 PBR보다 세 배 규모다. 2015년 말 실적에 대입하면 동서발전의 기업가치는 무려 6조원까지 확대된다. 장부가보다 2.6배 크다.

    입찰 경쟁이 심화한 탓이다. 앞서 진행한 남동발전 주관사 입찰에서 PBR 1배를 써낸 미래에셋대우가 대표주관사로 선정되자 증권사들이 이보다 더 공격적인 가격을 제시했다.

    'PBR 1배'에서도 놀랐던 시장 관계자들은 PBR 1.5배를 두고 '상장이 불가능한 가격'이라고 말하고 있다. 아직 상장이 진행한 것도 아닌데 '투자할 생각이 없다'는 말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한전과 비슷하게 밸류를 제시해도 살까 말까 하는데 이런 가격은 말도 안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주관사는 시장의 요구에 맞춰 가격을 재조정하기 어렵다. 인수계약서 상 '주관회사로 선정된 후 제안서에 제시한 공모희망가격 산출근거 및 산식을 불리하게 변경할 수 없다'는 조항 때문이다. 대표주관사가 실제 공모 과정에서 입찰시 제시한 가격 밑으론 공모가를 낮추지 못하도록 묶어놓은 것이다.

    먼저 상장하는 남동발전이 PBR 1배 가치로 상장하지 못할 경우 PBR 1.5배 가격으로 시장을 설득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남동발전의 성공이 동서발전 상장의 전제조건인 이유다.

    남동발전 IPO가 성공하면 동서발전이 이를 활용해 가격을 조정할 가능성도 있다. 계약서 상에는 일종의 면피 조항이 있다. '정당한 사유 없이 입찰 시 제시한 가격보다 낮추어 제시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만약 남동발전이 상장에 성공하면 동서발전은 이를 '정당한 사유'로 삼아 공모가를 조정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모 시장 환경 악화나 증시가 안 좋다는 이유는 '정당한 사유'로 반영되지 않지만, '사업구조가 거의 유사한 기업의 시장 가격을 적용해 상장 실패 가능성을 낮추겠다'는 논리는 통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주관사단 선정을 끝낸 남동발전과 동서발전은 이달부터 기업 실사를 진행하고 다음 달 부터 기업설명회(IR) 진행할 예정이다. 오는 3월에는 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