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난골 사태 해결한다해도"...대우조선 수주절벽 첩첩산중
입력 17.02.02 07:00|수정 17.02.02 13:33
지난해 수주잔액 39조원대로 급감
일감 확보해야 소난골 시추선 인도 효과 봐
올해 9400억 회사채 만기 집중…미청구공사는 4조원대
  • 소난골 시추선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이 사태 해결 이후에도 앞길에 '첩첩산중'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해 수주절벽 현상이 가시화되고 올해 들어 수주 소식이 좀처럼 들리지 않으면서다. 대우조선이 서둘러 일감을 찾지 못한다면 1조원 규모의 소난골 원유 시추선 인도는 크게 유의미하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우조선 수주잔고는 2016년 기준으로 약 39조원대까지 급감했다. 2014년 17조원대에 달했던 연간 수주액이 지난해 10분의 1수준인 1조7000억원대로 줄었다. 올해는 상선·해양플랜트를 통틀어 수주가 전무한 상황이다.

    올해 수주가 중요한 1차적인 배경은 차입금 만기가 집중됐기 때문이다. 대우조선은 4월 4400억원, 7월 3000억원, 11월 2000억원어치의 회사채를 갚아야 한다. 단기차입금 규모를 합하면 필요한 자금은 1조원을 훌쩍 넘는다. 비핵심자산 대부분을 처리했지만, 별도기준 현금성자산이 6500억원 수준에서 크게 늘지 않고 있다. 이 규모의 현금성자산은 선박 건조에 있어 필수로 확보하고 있어야 할 수준이다.

    대우조선은 "소난골 드릴쉽은 연내 인도를 목표로 협상을 진행 중이며 올 4월 만기도래하는 공모채는 다른 설비들의 인도자금 등을 동원해 상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채권 상환자금 마련이 녹록지 않을 시엔 남아있는 7000억원어치의 산업은행·수출입은행 지원금이 투입될 전망이다.

    일감이 줄어들자 대우조선은 조선사에 있어 중요한 선수금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대두된 소난골 시추선을 비롯한 시추설비 8척도 인도가 모두 지연되고 있다. 이 때문에 미청구공사 규모가 여전히 4조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  그나마 유가가 상승 중이지만 올해 조선업을 둘러싼 국내외 수주 여건은 비우호적이다.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대규모 선박 인도에 따른 선복량 증가 ▲낮은 수준의 해운운임 등이 업황 회복을 제약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글로벌 조선산업은 연간 신규수주가 전년 동기 대비 70% 이상 축소되며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수준에도 달하며 못했다"라며 "올해 전방산업인 해운업 추이와 향후 유가 전망을 고려하면 큰 폭의 수주실적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고 언급했다.

    대우조선을 향한 저하된 투자자 신뢰 역시 수주에 약영향을 끼칠까 우려되고 있다. 2015년 대규모 회계오류를 수정한 대우조선은 외부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2016년 반기 및 3분기 재무제표에 대한 검토의견으로 '한정의견'을 받은 상태다. 조선사의 부실한 회계처리는 신규수주 계약 시 발주사에 부정적인 인상을 줄 가능성이 크다.

    한국신용평가는 "영업실적의 추가 변동 가능성이 있다"라며 "회계정보 산출과 관련 내부 통제 절차, 재무제표 작성 결과 등에 대한 신뢰성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우조선이 먹거리 확보에 속도를 내지 못하면 소난골 원유 시추선이 인도되더라고 큰 효과를 보지 못할 전망이다.

    대우조선은 앙골라 국영석유회사인 소난골이 발주한 드릴십 2척의 인도가 연기되면서 1조원이 넘는 대금을 받지 못해 왔다. 1여년간 인도가 네 차례나 연기되면서 대우조선 유동성 문제의 발목을 잡는 요소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당장 소난골 인도가 중요하긴 하지만, 주요 시추설비 인도·신규수주 증가·신인도 회복 등의 요인이 맞물려 진행돼야 유동성 위기가 해소될 수 있는 처지다. 채권단 측도 이런 여건을 고려해 조선 업황과 회사 자체를 동시에 다각도로 감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소난골 시추선 외에도 대우조선의 생존을 좌우할 다양한 조건들을 지켜보고 있다"라며 "어느 한 요인이 개선됐다고 회사 전체의 재무상황이 호전됐다고 언급할 수 있는 회사가 아니지 않나"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