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록이냐, 세대교체냐…'2파전' 전개되는 신한은행장 인선
입력 17.02.02 07:00|수정 17.02.02 09:19
계열사 CEO 검증 거친 위성호 카드 사장
日 주주 인맥 탄탄한 임영진 지주 부사장
"누가 되든 그룹 쇄신에 기폭제 역할" 전망
  • 차기 신한은행장 후보 군이 좁혀지는 모양새다. 관록을 갖춘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과 재일교포 네트워크가 탄탄한 임영진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두 후보 모두 장·단점이 뚜렷해 선출 이후 그룹 전반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위 사장은 1985년 신한은행에 입행한 뒤 요직을 두루 거쳤다. 인사·영업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고, 신한금융 경영관리 담당 상무·부사장을 역임했다. 2013년 신한카드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에는 안정적인 실적을 꾸준히 기록하고 있다.

    위 사장이 부임한지 2년 만에 신한카드는 개인 카드 이용액 100조원(체크카드 포함) 기록을 달성했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라는 악재에도 같은 해 7000억원에 가까운 당기순이익도 냈다.

    위 사장의 강점으로는 안정성이 꼽힌다. 이미 2015년에 은행장 후보에 오를 만큼 은행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신한카드의 1위 자리를 수성해 능력에 대한 검증도 거쳤다. 연공 서열을 중시하는 신한 문화를 고려할 때 차기 은행장으로 위 사장이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상경 신한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장은 조용병 은행장을 차기 신한금융 회장 후보로 내정하며 "조 행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선임하는 과정에서 안정적인 발전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안정적이란 말은 순서를 의미한다"면서 "회장 다음은 은행장, 카드, 생명 순"이라고 그룹 내 '순서'를 밝힌 바 있다. 이 발언을 두고 차기 은행장은 위 사장이 유력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왔다.

    앞서 차기 회장 후보직을 사퇴하면서 위 사장도 "선배인 조 행장이 회장 자리에 오르는 것이 순리"라며 "차기 회장을 도와 조직의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며 순서를 강조했다.

    다만 조 행장과 두 차례 경쟁했던 과거는 부담이다. 조 행장과 위 사장은 1년 선·후배 사이로, 올 초 그룹 회장직 경쟁에 앞서 2015년에도 신한은행장 자리를 두고 겨룬 바 있다. 위 사장이 조 행장의 견제 세력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행장 후보 선출을 한 달여 앞둔 시기에 터진 고발 사태는 변수다. 금융정의연대는 1일 "'신한 사태' 핵심 인물 위성호 사장의 신한은행장 선임을 반대한다"며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고발 죄목은 위증 및 위증 교사 등이다.

    신한 사태는 신한금융 회장 후계를 두고 지난 2010년 벌어졌던 고위층 간 내분. 당시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과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은 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을 횡령·배임 혐의로 고소했고, 소를 취하하는 조건으로 신 전 사장은 사퇴했다. 위 사장은 이때 홍보 담당 임원을 맡아 라 전 회장의 '입'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이는 다만 일부 무혐의 결정된 사안이라 영향을 주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앞서 검찰은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이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에게 3억원을 건넸다는 혐의에 대해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리한 바 있다.

    위 사장의 경쟁자로 거론되는 임 부사장은 이전부터 조 행장의 러닝메이트로 언급됐다. 조 행장은 풍부한 해외 경험에도 불구하고 재일교포 주주와의 네트워크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오사카와 후쿠오카 등 일본 지점 근무 경력이 많은 임 부사장이 조 행장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줄 수 있다는 평가다.

    국내 현장 경험이 부족한 점은 임 부사장의 약점이다.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맡아본 경력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故) 서진원 행장 와병 당시 은행장 직무대행을 맡기는 했지만, 신한카드에서 뚜렷한 실적을 내 검증을 거친 위 사장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어느 후보가 차기 은행장이 되더라도 그룹 쇄신은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위 사장이 은행장이 될 경우 신한카드 사장 자리가 공석이 돼 계열사 CEO 인사가 '도미노'처럼 치러질 가능성이 있다. 임 부사장이 은행장에 오를 경우 세대 교체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조 행장의 회장 후보 선임보다 차기 은행장 결정이 그룹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신한금융 관계자는 "차기 은행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계열사 CEO를 비롯한 그룹 전반의 임원 인사가 영향을 받는 만큼 그룹의 눈과 귀가 차기 행장 선임에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