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요건 상장 풋옵션 부담...증권사들 '그린슈'로 방어 검토
입력 17.02.03 07:00|수정 17.02.06 09:52
'테슬라요건' 개정에 위험성 낮추는 인수 구조 고민
그린슈 활용해 헤지 가능...대주기간 제한 없어
  • 상장 주관사의 자율성을 인정하는 '테슬라 요건'을 두고 증권사들이 새로운 수익구조를 고민하고 있다. 상장 후 주가가 하락할 경우 주관사가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리스크가 있어서다.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초과배정옵션(그린슈옵션)을 함께 설정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최근 미국 테슬라의 나스닥 상장 사례에 착안, 적자기업도 성장성이 입증되면 상장을 허용하는 특례제도를 신설했다. 재무조건을 갖추지 못했더라도 주관사의 추천이 있으면 상장할 수 있도록 했다.

    대신 주관사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일반 청약자를 대상으로 매수청구권(풋백옵션)을 제공해야 한다. 즉 공모후 주가가 하락해 투자자들이 매수를 청구하면 주관사가 공모가의 90% 가격에 주식을 사줘야 할 의무가 있다. 증권사 입장에서는공모가가 100원이었던 주식이 상장 후 80원으로 떨어졌다면 매수청구 요청에 따라 일반투자자의 주식을 90원을 주고 되사와야 하기 때문에 손실이 예상된다. 주가가 떨어질수록 주관사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게 증권사들의 고민거리였다.

    이에 대한 방어책으로 시장에서는 그간 사문화됐던 '초과배정옵션'(그린슈옵션)을 다시 활용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초과배정옵션제도란 상장 이후 대표주관사가 회사로부터 추가로 공모주식을 취득, 이를 배정하는 제도다. 주관사는 공모 물량의 최대 15%까지 대주할 수 있는 일종의 공매도다. 상장 후 주가가 공모가보다 상승할 경우 발행사로부터 신주를 공모가에 취득해 반환하면 되고, 주가가 하락할 경우 시장에서 주식을 시장가격으로 매수해 차입분을 반환한다. 이때 주관사가 매수한 주식의 가격은 공모가의 90%이상이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초과배정옵션과 환매청구권을 함께 활용하면 주관사가 위험분산(헤지)할 수 있다는 게 관계자의 분석이다. 주관사가 초과배정옵션을 행사해 주식을 빌렸다가, 환매청구권이 발생하면 일반투자자로부터 사온 주식으로 이를 반환하는 식이다.

    주관사가 초과배정옵션을 행사해 발행사로부터 공모가 100원의 주식을 빌렸을 경우. 상장 후 주가가 80원으로 떨어져 환매청구 요청이 발생하면 주관사는 이를 90원에 사와 빌린 주식 대신 갚는다. 결과적으로 주관사가 입는 손실은 없다. 발행사와 주관사 간 대주 조건과 일반투자자의 환매청구 규모에 따라 완충되는 정도는 다를 수 있지만, 위험분산은 가능하다.

    테슬라 요건으로 환매청구기간은 최대 6개월까지 늘어나지만 이 또한 대응이 가능할 전망이다. 발행사와 주관사의 합의 하에 환매청구권이 발생하는 시점까지 주식을 대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초과배정옵션의 대주 신청은 매매개시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진행해야 하지만, 대주 기간은 제한이 없다"고 말했다.

    사실 초과배정옵션제도는 국내에서 2010년 이후로는 거의 활용되지 못했다. 상장 시 초과배정옵션을 설정하면 주관사가 상장 후 주가에 자신이 없다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어서다. 최대주주의 지분율 희석에 대한 우려도 있어 발행사를 설득하기도 어려웠다.

    그럼에도 일부 증권사가 초과배정옵션제도를 꺼내 든 이유는 '테슬라요건'에 맞는 새로운 인수 구조의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주관 경쟁이 심화하면서 상장 수수료가 하락하고 있는데다, 풋백옵션이라는 장치로 주관사의 손실이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새로운 인수구조에 대한 업계의 고민은 앞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IPO 실무진은 "(주관사에) 리스크가 높은 테슬라 요건을 활용하더라도 발행사가 높은 수수료율을 받아들일 것 같지 않다"면서 "주관사가 리스크를 줄이는 장치를 찾지 않으면 테슬라요건도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