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개선에 웃은 포스코·현대제철…"美·中 변수가 관건"
입력 17.02.07 07:00|수정 17.02.07 10:33
양사 모두 양호한 수익성·재무건전성 거두며 체질 개선
美 보호무역 정책 '유탄'ㆍ中 구조조정 효과 실효성 '의문'
  •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실적 반등에 성공하며 한해 장사를 마무리했다. 양사 모두 재무구조가 개선돼 올해 사업에 기대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두 회사를 바라보는 시장 관계자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미국·중국발 악재 등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2조844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별도기준 10.8%로 2011년 이후 5년 만에 두 자릿수를 회복했다. 부채비율은 74%로 낮췄다. 현대제철 역시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 연결기준 매출액이 전년도 보다 3.5% 증가한 16조6915억원을 기록했으며 부채비율은 2013년 말 120%에서 89.9%로 크게 줄었다.

    양사는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인한 철강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이를 감안할 때 올해 실적도 양호한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시장과 투자자들은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이러한 실적 개선·차입금 감축 성과에도 안심하기는 이르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발 보호무역 강화 등 글로벌 리스크가 현실화하는 가운데 마땅한 대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의 철강 구조조정 성과에 대한 의문마저 제기되고 있다.

    가장 큰 악재는 미국 발(發) 보호무역 강화다.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후 '모든 제조과정을 미국에서 거친' 자국산 철강재 사용을 강제하도록 하는 등 규제 마련에 나서고 있다. 미국이 해외 철강제품 수입 통제를 본격화할 경우 포스코·현대제철이 미국 시장에서 입을 타격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중국 다음으로 국내 철강제품을 많이 수입하는 나라로, 지난해 11월까지 열연강판·냉연·도금강판 등 약 350만톤을 수입했다"며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 강화로 포스코·현대제철의 대미 수출시장이 위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및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방침에 따른 간접적인 피해도 예상된다. 멕시코산 제품에 대한 무관세 혜택이 사라지면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고, 나아가 향후 매출처 확보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포스코 멕시코법인은 아연도금 강판을 연간 90만톤 생산해 멕시코 내 자동차 공장에 납품하고 있다. 현대제철 역시 현대·기아자동차 멕시코 공장 등에 자동차용 강판을 공급하기 위해 작년 3월 멕시코 스틸서비스센터(SSC)를 완공, 5월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미국으로의 수출길이 막히면서 제3국 시장에서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라며 "이미 중국은 동남아 현지 철강사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베트남·인도네시아 등에 적극 진출하고 있으며, 일본 철강사들도 중동·동남아 등을 공략 중"이라고 설명했다.

    중국발 구조조정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최근 중국 정부의 철강생산 능력 감축 발표에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제기되고 있다"며 "중국 정부의 발표와 달리 철강 과잉공급이 유효하다면 (철강제품) 가격 정상화를 통한 수익성 제고를 기대했던 국내 철강사에 또다른 악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중국은 동아시아 철강 과잉생산 해결을 위해 지난해부터 2020년까지 1억톤 가량의 철강을 생산할 수 있는 생산설비를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이에 따라 지난해엔 연간 8000만톤을 생산하는 설비를 폐쇄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중국의 지난해 조강 생산량은 8억톤으로 2015년보다 오히려 1000톤 가량 증가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전방산업인 조선·건설 업황 역시 밝지 않다"며 "각종 대내외 변수들을 고려한 정부의 철강 구조조정 정책과 각 사의 구체적인 대응 방안이 요구되고 있지만 이렇다 할 대안이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