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비철강' 집중하는 포스코 2기 권오준號
입력 17.02.13 07:00|수정 17.02.14 09:14
권오준-오인환 투톱 체제 구축…각각 철강·非철강 담당
포스코, "올해 리튬·니켈 등 에너지 신소재 사업에 4000억원 투자"
시장에선 리튬사업 성과에 대해서는 "아직 의문"
  • 포스코가 조직개편과 함께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철강 부문과 비철강·신사업 부문의 수장을 나눠, 본격적으로 그룹의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그간 포스코가 내세웠던 니켈 등 신사업의 성과가 미미해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달 초 포스코는 오인환 부사장을 사장으로 선임했다. 오인환 사장은 신설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철강부문장' 직을 맡는다. 권오준 회장은 미래 먹거리 발굴과 비철강 부문 개혁 등 그룹 전반의 경영에 집중하고 오인환 사장은 그룹 주력 사업인 철강 부문을 담당한다는 방침이다.

    오인환 사장은 2014년 권오준 회장 취임 당시 꾸려진 '혁신 포스코 1.0 추진반' 내 철강 부문을 담당했던 인물로 권 회장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오 사장은 2015년 포스코 철강사업본부장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처음으로 사내이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오 사장과 함께 '혁신 포스코 1.0 추진반'에 배치돼 신성장동력 부문을 맡았던 장인화 상무는 철강생산본부장에 올랐다.

    권오준 회장 연임에 라이벌로 꼽혔던 인사들은 주요 요직에서 물러난 모양새다. 권오준 회장 선임 당시 권 회장과 경쟁했던 김진일 사장은 퇴임했다. 김 사장은 포항제철소장, 탄소강사업부문장 등을 거쳐 철강생산본부장을 맡았다. 가장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됐던 황은연 사장은 포스코인재창조원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포스코인재창조원장 자리는 지금껏 전무급 인사들이 있었던 자리로 차기 회장직을 두고 경쟁했던 황은연 사장이 좌천됐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라며 "황 사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정창화 전무는 중국 법인장으로 발령났다"고 귀띔했다.

    오는 3월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 이후 공식 출범하는 '포스코 2기 권오준 호'의 향방을 보여주는 인사라는 평가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오인환 사장은 권오준 회장이 철강 미래 먹거리로 제시한 자동차 강판 수출시장을 개척한 인물"이라며 "(권오준) 회장이 비철강 신사업을 담당하는 공식 시스템이 만들어진 만큼 리튬 등 신사업에 대한 그룹의 집중도는 더 커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포스코 지난달 2016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리튬·니켈 등 에너지 신소재 사업을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포스코는 "올해 연결기준 3조5000억원을 투자비로 집행할 계획이며 이 가운데 4000억원은 리튬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신사업 추진과 해외철강법인의 항공정 투자 등에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포스코가 강조한 리튬 등 신사업의 투자 성과가 아직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철강업계와 시장 관계자들은 포스코가 기술 개발에 착수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 동안 리튬 등 신소재 사업에 2조원 가량을 투입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포스코는 2012년 볼리비아 광산을 시작으로 남미 시장에 진출했다. 2014년에는 아르헨티나 리튬아메리카스(LAC), 2015년엔 아르헨티나 리튬 광산 보유 업체 리테아(Lithea)에 차례로 투자했다. 작년에는 리테아가 보유한 아르헨티나 살타 주 소재 포주엘로스 염호에 연간 2500톤 규모의 상업생산 공장 착공싱을 가졌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리테아 투자는 포스코가 150억원의 기술이전료를 받고 리테아에 50억원 규모 지분에 투자한다는 내용으로 진행됐다"며 "현지에서 리튬을 추출하면 한국 공장에서 완제품을 생산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최근 리테아와의 계약은 지난해 파기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이어 "리튬 경제성 확보를 위해선 원료를 값싸게 들어와야 하기 때문에 포스코가 현지 상황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밀어붙인 경향이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포스코는 이런 우려를 부인한다. "리튬 부문에 대한 포스코 투자는 몇 백억원 규모의 자금에 그치고 있고, 리테아의 경우 상대방의 문제로 인해 계약을 파기했을 뿐 회사에 손실이 발생한 부분은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포스코는 전남 광양 포스코광양제철소 내 리튬생산공장(PosLX)이 상업 가동을 시작해 연간 2500톤 규모의 탄산리튬 생산이 가능해졌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 7년간 리튬에 투자한 결실을 얻었다"는 설명도 곁들여졌다. 하지만 이에 대한 시장의 반응도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리튬 사업의 경우 권오준 회장이 포항산업과학연구원장으로 있을 때부터 추진했던 사업"이라며 "그동안 적지 않은 투자금을 투입한 것을 감안한다면 이번 첫 상업생산이 큰 성과라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부에서도 '미래 먹거리 발굴한다'는 정도로 인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철강 외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취지는 바람직하지만 성과가 뚜렷하게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적합한 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정치권스캔들로 회장 임기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현재 포스코가 강조하고 있는 비철강 신사업 발굴의 구체적인 방향이 어떻게 바뀔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