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회장 금호타이어 인수자금, 100% 대출로만 허용...인수조건도 승계
입력 17.02.14 07:00|수정 17.02.15 09:32
담보비율(LTV) 부족 고민거리...1조9000억원대 차입금 만기여부도 함께 논의
  • 금호타이어가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雙星)와 지분 42.01%를 포함한 경영권 매각을 협상중이다. 이르면 2월중으로 매매계약(SPA)체결에 대한 가시적인 그림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박삼구 회장의 우선매수권을 활용한 금호타이어 재인수 가능성도 부각되면서 1조원대 자금조달에 대한 언급도 나오고 있다.

    다만 박삼구 회장 측은 인수자금 전액을 '주식담보대출'(Loan)으로만 조달해야 한다. 그러나 담보인정비율(LTV)이 부족하다보니 대기업(SI)이든, 재무적 투자자(FI)든 박 회장에게 자금을 제공하기가 어렵다는 점이 걸림돌로 꼽힌다. 게다가 다른 세부적인 인수조건도 그대로 승계해야 하는 한편, 차입금 만기연장 등도 함께 거론되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담보비율 50%도 안나와...'대출 근거'가 미약해 배임 우려

    알려진대로 박삼구 회장과 아들인 박세창 사장은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 4개 계열사가 워크아웃ㆍ자율협약에 돌입하는 과정에서 경영정상화를 전제로 채권단으로부터 우선매수권(Right of first refusal)을 부여받았다.  공개매각 등을 통해 채권단과 특정회사가 금호타이어 경영권 매매계약을 맺을 경우. 그와 동일한 조건에 박삼구 회장이 사올 수 있는, 강한 수준의 권리다.

    다만 이 권리는 '일신전속권'(一身專屬權)으로 국한됐다. 박삼구 회장 본인 명의의 순수 개인 자금으로만 금호타이어 지분 42.01%를 살 수 있다는 의미다. 특수목적회사(SPC) 설립을 통한 인수도 채권단 내에서 허용여부가 검토되고 있지만 이 또한 박삼구 회장이 100%지분을 보유한 SPC에 국한된다.

    결국 과거 금호아시아나의 대우건설 인수 당시처럼 공동 투자자를 모집, 함께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는 것이 원천 금지돼 있다는 의미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붕괴가 금호 및 FI들의 대우건설 공동인수와 풋옵션 문제가 원인이었다는 점도 반영됐다.

    이러다보니 기업이든, 금융회사든 박삼구 회장에게 자금을 지원하려면 개인에 대한 '대출'을 제공하는 수밖에 없다.  또 박삼구 회장의 다른 모든 지분이 담보로 묶여있음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제공가능한 대출담보는 앞으로 인수하게 될 금호타이어 지분 42.01%가 대부분이다.

    문제는 현재 협상중인 매각가격이 1조원이지만 지분의 시가는채 5000억원에도 못미친다는 점이다. 그러니 박 회장에게 대출을 제공한다 해도 담보비율이 50%이하로 뚝 떨어지게 된다. 즉 A기업이 박 회장에 500억원~1000억원을 대출한다고 하면, 곧바로 장부상 -50% 손실이 남는다. 지분인수에 대한 주식투자라면 향후 업사이드를 감안, 투자가 합리화될 수 있지만 대출은 완전히 성격이 다르다. 자칫 주주들로부터 대출에 대한 '배임이슈'에 휩싸기가 십상이다.

    담보비율 이외에 '금리 조건'도 남아 있다. 다른 대출건과 비해 크게 손색 없는 대출이라는 평가를 받으려면 개인대출인데다 담보비율이 낮은 만큼 상당한 수준의 고금리 보장이 불가피하다. 또 해당주식은 인수후 1년간 매매금지(Lock-Up)이 걸려있다보니 행여 문제가 생겨 담보권을 실행한다고 해도 여러 복잡한 문제가 발생한다.

    ◆다른 협상조건도 그대로 적용....차입금 만기도 동시에 감안

    가격과 금액이 전부가 아니다. 다른 인수조건(Terms)들도 그대로 승계돼야 한다.

    우선매수권이 허용되려면 채권단으로서는 "더블스타에 팔았든, 박삼구 회장에 팔았든 동일한 현금과 협상조건을 받았다"라는 명분을 받아야 한다. 주식금액은 동일하더라도 다른 주요 협상조건이 한쪽에 유리할 경우 곧바로 '특혜 시비'가 불거지고 채권단으로서도 매각 명분이 사라진다.

    문제는 더블스타는 '법인'인 반면, 박삼구 회장은 '개인'자격이라는 점. 일례로 M&A 매매계약에서 기본으로 포함되는 진술과 보장(Representations & Warranties)만 해도, 법인인 더블스타는 이를 충족할 수 있지만 박 회장으로서는 감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이런 조건이 사전에 확인되지 않을 경우에는 박 회장 측에 자금을 대출할 기업 또는 투자자들도 선뜻 의사결정을 내리기가 만만치 않다.

    더 큰 사항도 있다. 금호타이어는 2016년9월말 기준 1조9000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갖고 있다. 이중 상당량이 우리은행ㆍ산업은행 등으로부터 빌린 원화 및 외화 장기차입금들로 구성돼 있다. 작년말 만기가 지난 장기차입금만 2600억원, 2021년 만기도래하는 차입금도 4200억원에 달한다. 이 차입금 담보로는 금호타이어의 각종 자산 이외에도 박삼구 회장, 박세창 사장 등이 봉한 금호기업 주식도 담보로 제공돼 있다.

    매각과정에서는 이 부채의 만기연장 등에 대한 계획도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더블스타와 채권단간의 매매계약 체결에 대한 검토에는 부채만기 재조정이나 상환에 대한 계획도 함께 승인사항으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박 회장 등도 우선매수권 승인사항에서 이 조건을 그대로 승인해야 한다는 점이지만 개인 인수와 법인 인수간 상황이 다르다보니 단정짓기 어렵다. 아울러 박삼구 회장은 현재 금호타이어 등기임원 자격이라는 점도 검토되어야 할 사안이다.

    결과적으로 박삼구 회장의 금호타이어 재인수를 위한 자금모집이나 성사가능성은 아직 단정짓기 어려운 사항으로 풀이된다. 채권단의 판단 역시 "일단 더블스타와 협상과 계약이 먼저 완료되면 그 이후 순차적으로 검토한다"는 입장으로 전해진다. 박 회장은 해당계약을 통보받은 후 1개월 내에 재인수 여부에 대한 의사를 표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