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대우의 준말은 미래대우가 아니라 '미래에셋'입니다"
입력 17.02.23 07:00|수정 17.02.24 09:57
[취재노트]
  • "미래에셋대우의 줄임말은 '미래대우'가 아니라 '미래에셋'입니다. 꼭 반영해 주십시오." (미래에셋대우 핵심 관계자)

    미래에셋대우가 '대우'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 지난 해 5월 사명을 변경할 당시 "대우 이름을 유지해 대우증권의 1등 유전자를 이어가겠다"고 했던 미래에셋대우다.

    미래에셋대우는 대우증권이 1982년부터 써오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사옥도 조만간 비우기로 했다. 전산 인력을 제외한 대부분은 센터원빌딩으로 이주한다. 빈 공간은 미래에셋생명이 채울 예정이다.

    대우증권 출신 직원들은 안팎에서 느껴지는 온도차에 불만을 터뜨린다. 회사가 '눈 가리고 아웅' 식 달래기에 급급하다는 비판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최근 '통합 증권사의 이름은 미래에셋대우이므로 외부와 협력할 때 사명을 제대로 사용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직원들에게 배포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증권은 국내 최초로 트레이딩룸을 설치한 증권사다. 민간 경제연구소 설립도 처음이다. 특유의 맨파워(Man Power)에 '증권사관학교'라는 별칭을 얻었다. 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강했던 만큼, 대우증권 출신이 느끼는 박탈감도 크다는 전언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조직 융합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대우증권 출신 직원은 "인사 이동 시 자신의 선호보다 부서장 혹은 대표의 출신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생겼다"고 전했다. 팔이 안으로 굽지 않겠느냐는 판단에서다. "요즘에는 대우증권 출신 임원들도 미래에셋증권 임원의 눈치를 보는 상황인데, 그 아래 직원들은 오죽하겠느냐"고 지적했다.

    통합 증권사 출범을 앞둔 작년 말에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점찍은 대우증권 직원 20여명 전원이 스카우트 제의를 거절하기도 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전화를 받으면 (기뻐서) 센터원빌딩을 두 바퀴 뛰고 들어온다'는 우스갯소리를 하는 미래에셋증권 직원 사이에서 이 일화는 한동안 화제가 됐다.

    회사를 떠나는 대우증권 출신도 늘었다. 대우증권을 30여년 간 지켰던 '터줏대감' 홍성국 전 미래에셋대우 대표가 지난 해 11월 회사를 나간 뒤 이탈이 가속화됐다. 채권운용·기업공개(IPO)·컴플라이언스(Compliance)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임원부터 실무진에 이르기까지 많은 대우증권 출신이 회사를 떠났다.

    업계에서는 아쉬움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미래에셋이라는 이름에 대한 박현주 회장의 애착이 아무리 크다지만, 대우라는 이름을 이렇게 서둘러 떼어낼 줄은 몰랐다"고 전했다. 미래에셋금융그룹의 대우 지우기가 예상보다 빠르고 강하게 진행된다는 관측이다.

    최근 미래에셋대우를 나온 한 증권사 직원은 "회사에 남은 대우증권 출신들은 '미래 없는 대우, 대우 없는 미래'라는 말을 많이 한다"고 귀띔했다. 대우증권과 미래에셋대우가 같은 증권사라는 느낌이 들지 않아 이직을 결심했다고 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올해 안에 해외 법인명에서 'Daewoo'를 뺄 방침이다. 해외 상표권은 포스코대우에 있어 브랜드 수수료를 아끼기 위한 결정이다. 일반적으로 수수료 사용료율은 순영업수익의 0.5%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