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검찰 수사 여파 이후 '인사풍년'…각 부문장 정통 롯데맨 배치
입력 17.02.23 14:52|수정 17.02.23 15:58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친정체제' 강화
정책본부, 경영혁신실·컴플라이언스위원회 등으로 분리
내부승진 통한 세대교체
  • 검찰수사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연루 등으로 미뤄졌던 롯데그룹 임원인사가 두달만에 단행됐다.

    부회장 승진ㆍ대표이사 선임 등이 줄을 이으면서 등장한 '인사풍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최종적으로는 신동빈 회장의 친정 체제 강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롯데그룹은 지난 21일을 시작으로 3일에 걸쳐 2017년도 정기 임원인사를 실시했다. 황각규 정책본부 운영실장(롯데쇼핑 사장)이 롯데의 2인자로 등극한 가운데 정통 '롯데맨'들이 유통, 화학, 식품, 호텔·서비스 등 주요 사업부문을 진두지휘하게 됐다.

    ◇ 롯데 '심장' 정책본부 해체…경영혁신실·컴플라이언스위원회·사회공헌위원회로 기능 이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해 검찰 수사 직후 선언한대로 정책본부의 흔적을 지우고 대신 경영혁신실·컴플라이언스위원회 그리고 사회공헌위원회를 신설했다.

    황각규 현 정책본부 운영실장(롯데쇼핑 사장)이 초대 경영혁신실장으로서 그룹전반의 업무를 기획·조정한다.

    소진세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롯데슈퍼·코리아세븐 총괄사장)은 신동빈 회장이 맡았던 사회공헌위원장을 맡게 됐다. 컴플라이언스위원회는 준법경영과 감사의 역할을 맡는다. 컴플라이언스위원장은 인사절차가 마무리되는대로 외부 법률전문가를 영입할 예정이다. 준법경영과 사회공헌은 신동빈 회장이 밝힌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의 실현을 위한 핵심 업무들이다. 소진세 사징은 신동빈 회장을 보좌하며 롯데 각 계열사들의 사회적 책임 관련 활동을 관장한다.

    250여명의 정책본부 인원은 140명으로 감축된다. 이 중 100여명은 경영혁신실로, 40여명은 컴플라이언스위원회로 이동할 예정이다. 경영혁신실 아래에는 4개 팀(HR혁신실·가치경영팀장·재무혁신팀·커뮤니케이션팀)이 구성, 각각 윤종민 사장, 임병연 부사장, 이봉철 부사장, 오성엽 부사장이 맡는다.

  • ◇ 중간지주 역할 할 4개 사업부문, 공동 부회장 체계 하에 '시동'걸어

    93개의 롯데 계열사는 유통, 화학, 식품, 호텔·서비스 네 개의 비즈니스유닛(BU) 체제로 묶인다. 롯데의 중장기 과제인 지주사 전환작업을 위한 포석이다. 신 회장은 지난해 관련 법규와 정부 정책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롯데그룹을 최대한 가까운 시일 내에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각 사업부문장엔 40여년 가까이 롯데에서 일해 온 주요 계열사 대표들이 임명됐다.

    각 BU장은 이원준 롯데백화점 사장,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 이재혁 롯데칠성음료 사장, 송용덕 호텔롯데 사장이 임명됐다. 허수영 사장을 제외한 세 명의 부문장은 부회장으로 승진, 이인원 전 부회장이 담당했던 역할을 분담하게 됐다. 황각규 사장, 소진세 사장, 허수영 사장 등 재판을 받고 있는 임원은 국민 정서를 고려해 이번 승진 대상에서 제외됐다. 추후 재판 사항이 마무리되면 부회장 승진이 유력할 전망이다.

    이원준 사장은 1981년 롯데그룹 공채 출신으로 입사해 25년간 유통 계열사에 몸담아 왔다. 백화점 상품본부장과 영업본부장을 거쳤고 2012년 롯데면세점 사장에 이어 2014년부터 롯데백화점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다. BU 부문장이 되는 동시에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중책을 맡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케미칼의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끌어 온 허수영 사장도 1976년 롯데케미칼의 전신인 호남석유화학 사원으로 입사, 사장까지 오른 정통 화학맨이다.

    6년째 회사를 이끌고 있는 이재혁 롯데칠성음료 사장은 1978년 롯데칠성 기획조정실에 입사한 뒤, 2006년 롯데리아 대표를 시작으로 2011년부터 롯데칠성과 롯데주류BG, 롯데아사히주류의 겸직 대표직을 역임했다 했다. 송용덕 사장은 1979년 호텔롯데에 입사한 호텔롯데 출신 1호 대표이사다.

    ◇ 50대 젊은 임원들 대거 승진…'세대교체' 이뤄져

    각 부문장의 빈 자리는 '후배' 중진들이 그 바통을 이어받는다.

    롯데백화점을 이끌 새 대표로는 강희태 롯데백화점 부사장이 낙점됐다. 강희태 부사장은 차이나사업부문장을 맡은 지 3년 만에 승진과 동시에 중국에서 귀국을 하게됐다. 강 부사장은 이원준 대표와 함께 롯데백화점 내 정통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유통(상품) 전문가로 꼽힌다.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의 후임으로는 김교현 롯데케미칼 부사장이 내정됐다. 김 신임 대표는 롯데케미칼이 2010년 인수한 말레이시아 롯데케미칼 타이탄의 대표를 맡으며 에틸렌사업을 안정적으로 영위해왔다는 평이다.

    새 호텔롯데 대표에는 김정환 현 호텔롯데 부사장이 임명됐다. 롯데칠성음료는 이재혁 사장이 총괄했던 음료와 주류를 분리해 각각 이영구 전무와 이종훈 전무가 대표로 승진했다.

    이밖에 롯데물산은 노병용 대표의 후임으로 박현철 사업총괄본부장을 부사장 승진과 함께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롯데카드는 채정병 사장 후임으로 김창권 롯데자산개발 대표를 내정했다. 김 신임대표는 한국산업은행 등을 거쳐 2007년 롯데자산개발 창립때부터 대표직을 맡아왔다.

    이번 인사는 신동빈 회장의 의중에 따라 이뤄진 첫인사로 내부교체를 통한 세대교체에 방점이 찍혀 있다. 신동빈 회장의 친정체제을 강화한, '변화'보단 '안정'을 택한 인사라는 평이다. 지난해 신 회장이 약속한 다양한 경영쇄신안들이 새 체제 하에서 얼마나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시장의 이목이 쏠릴 전망이다.

    롯데그룹은 임원 인사가 끝나는대로 경영과 투자, 고용 계획 등도 잇달아 확정지을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