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흔적 지우는 카카오…안팎으로 쌓이는 불만
입력 17.03.03 07:00|수정 17.03.03 07:00
[취재노트]
  • "만들거면 제대로 만들지…왜 멀쩡히 잘 되고 있는 다음(tv)팟을 없앤거냐"

    다음tv팟에서 생중계 하던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 '마이리틀텔레비전'을 시청하기 위해 접속한 유저(user)들 사이에서 터져나온 불만이다.

    카카오가 '다음tv팟' 서비스를 종료한 후 통합 '카카오TV' 출범을 발표한 다음날이었다. 평소 수준의 접속자가 몰렸으나 생방송 시작 직후 접속장애가 발생했다. 이용자가 직접 이관 신청을 하지 않은 다음tv팟에 저장돼 있던 영상들 마저 삭제되면서 이용자들의 불만은 더 거세졌다. 다양한 콘텐츠 확보에 집중하겠다던 카카오다.

    카카오가 종료한 옛 다음 서비스는 다음tv팟에 그치지 않는다. 카카오는 2014년 다음커뮤니케이션을 합병한 이후 기존 다음 서비스들을 하나둘 종료했다. 다음뷰·다음지도·다음클라우드·팟인코더·다음뮤직·다음여행 등은 사라졌고 김기사·다음tv팟 등은 카카오내비·카카오TV 등으로 통·폐합됐다. 이 과정에서 다음 고객들의 불만은 날로 커져갔다. 다음 포털 역시 카카오로 바뀌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 마저 나왔다.

    서비스가 바뀌는 과정에서 기존 이용자들의 불편함 호소는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급작스러운 서비스 변화가 사용자들의 거부감을 키운 것이다. 카카오는 "사용자들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적극 수용할 것"이며 "'즐겨찾기' 등 카카오TV로 통합되며 사라진 기능을 다시 탑재하는 방향으로 논의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더 좋은 서비스로 사용자들을 붙잡아 둬야 하는 카카오가 또다시 연착륙에 실패했다"는 부정적인 평가는 계속되고 있다.

    카카오 내부에서조차 회사가 무리하게 '카카오화'를 진행하며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키울 수 있었던 서비스들을 놓친 게 아니냐는 자조적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다음 합병 이후 회사 안팎에선 모바일 이해도가 높은 카카오 출신들과 포털 이해도가 높은 다음 출신들의 시너지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 카카오 부사장급 임원들 가운데 다음 출신은 최세훈 CFO와 임선영 부사장 정도다. 내부 관계자들은 "외부 이미지를 고려해 부사장급 임원에 다음 출신 몇몇을 기용했지만 나머지 요직은 카카오 출신이 모두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더 큰 문제는 다음 출신 직원·개발진들의 패배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내부 직원은 "최근엔 다음 출신, 카카오 출신 내부 구성원들간 불만·갈등보다도 다음 출신들이 새로운 아이디어와 개선점 등을 회사에 제시하는 것 자체를 포기했다는 점이 문제다"고 귀띔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일종의 다음 흔적 지우기' 역시 김범수 의장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는 것을 누구다 인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반기를 들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후문이다. 다음 출신 개발진의 의견을 수용하는 것 자체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란 얘기다. 실제 카카오 최대주주는 지분 36.2%를 보유한 김범수 의장이다.

  • 외부 시각도 보수적으로 돌아서고 있다. 다음 합병 발표 시기 18만원대까지 치솟았던 카카오 주가는 현재 8만5000원대로 반토막났다. 시장 관계자들과 투자자들은 카카오가 다음과 합병한 이후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이런 저런 시도들을 많이 했지만 사실상 수익성 확보에 성공한 사업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다음이 운영하던 김기사를 통·폐합한 카카오내비가 자리를 잡는 데 성공했지만 그마저도 아직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구축하진 못한 상황이다.

    주력사업인 광고에서 고전하며 한때 경쟁사로 불렸던 네이버를 한참 뒤에서 쫓고 있는 카카오다. 카카오는 지난해 실적을 발표하는 컨퍼런스콜에서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 플랫폼에 여러가지 서비스를 도입하며 성장의 불씨를 살리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안팎으로 쌓이는 불만들이 카카오의 발목을 잡는 새로운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시장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