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과잉' 호텔업계, 사드 직격탄에 위기감 확산
입력 17.03.15 09:30|수정 17.03.15 09:30
중국인 수요에 발맞춰 확장한 호텔사업
중국 사드 보복에 속수무책
15일 CCTV '완후이' 방영이 분수령 될듯
  • 국내 호텔업계가 중국 사드보복의 1차 피해자가 되고 있다. 실적 효자 노릇을 하는 면세사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고 중국인들의 숙박 예약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

    앞서 공급과잉으로 몸살을 앓던 호텔업계는 사드 이슈로 위기감이 더 빠르게 확산되는 모습이다. 호텔 관련 투자시장도 찬바람이 불며 준비했던 상장 작업을 미루는가 하면 투자를 앞둔 펀드들이 연기되거나 무산되고 있다.

    전방위로 확산 중인 중국의 사드보복은 호텔업과 밀접하게 연관된 관광업에 가장 큰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크루즈선을 타고 제주를 찾은 중국인 단체관광객 3000여명 전원이 급기야 하선을 거부하는가 하면 중국 단체관광객들이 호텔 예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관광업이 활기를 잃으며 대형 호텔들이 보유한 시내면세점의 수익성 하락은 불가피할 것이란 시각이 많다. 주요 호텔업체 매출의 84%(2016년 기준)를 차지하는 면세점 부문은 지난 5년 평균 18.2%의 고성장을 지속하며 호텔 사업자의 핵심 사업이 됐다.

  • 특히 대형사들의 타격이 크다. 호텔롯데는 연이어 미룬 기업공개(IPO)를 또 늦추게 됐다. 전체 매출의 90%가량을 차지하는 면세사업의 실적하락을 막을 방법이 많지 않다. 호텔롯데 시내면세점 매출의 70%는 중국인들의 지갑에서 나온다. 중국 매출 비중이 65%에 달하는 호텔신라는 주가가 여파를 방증하고 있다.

    사드 이슈와 무관하게 호텔업체들의 근본적인 경쟁력은 이전부터 위협을 받고 있었다. 국내 호텔들은 중국인 관광객 수요 급증에 발맞춰 4년 전부터 비즈니스호텔을 중심으로 무리하게 호텔 수를 늘리기 시작했다. 서울 명동에만 크고 작은 호텔들을 포함해 10여 곳의 새 호텔들이 문을 열 준비를 하고 있다.

    2012년 센카쿠 열도 사태 이후 일본을 방문하려던 중국인들이 대신 한국을 찾으며 그 수요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난 영향이 컸다. 이 호재는 중국의 '관광보복'이라는 장애물에 힘없이 무너지고 있다. 중국인 수요 급증이란 호재만 믿고 사업을 확장한 호텔업체 대부분은 이제 '객실 채우기'가 최대 과제로 부상할 전망이다.

    국내 호텔업계는 중국 사드보복의 분수령이 될 CCTV의 '완후이' 방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 국영매체 CCTV는 소비자의 날인 3월15일 외국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을 방영한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집중 조명된 업체들은 하나같이 홍역을 치른 바 있다. 1차 피해 대상이 되고 있는 관광·문화콘텐츠 분야에 속한 국내 기업들은 방송 내용에 따라 실적이 움직일 수 있을 전망이다.

    과거 일본·대만 등이 겪은 중국의 관광보복을 돌이켜보면 그 여파는 짧지 않았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중국 리스크를 뛰어넘어 국내 호텔들의 근본적인 경쟁력을 끌어올리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정부의 관광 활성화 정책이 호텔업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호텔·관광업 놓고 민-관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라며 "관광정책에 있어 방향이 모호하고 일관성이 떨어지는 국내와는 상반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