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태 미래에셋 부사장 "미래에셋그룹의 정체성은 IB"
입력 17.03.16 07:00|수정 17.03.16 07:00
[2017년 4대 증권사 IB대표 인터뷰 : 미래에셋대우]"IB본부에 운용한도 없어 언제든 투자 가능"
미래에셋그룹 M&A 전사적 참여...시너지 기대
기업과 수평적 관계 정립...'파트너십' 인식 가져가야
  • 지난달 미래에셋금융그룹이 SK하이닉스의 도시바 반도체부문 인수에 투자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아직 논의 중인 사안으로 가시화되진 않았지만, 미래에셋그룹의 한 발 앞선 투자감각이 또 한 번 증명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내 최대 규모의 증권사' 미래에셋대우에 시장이 깊은 관심을 갖는 이유다. 박현주 회장의 투자 전략에 미래에셋대우를 비롯한 그룹의 자본력이 더해져 어떤 시너지를 낼지 증권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를 향한 뜨거운 관심은 IB1부문을 3개월째 이끌고 있는 김상태 미래에셋대우 부사장(사진)에게 부담이 되는 대목이다. 그는 "최근 투자한 메자닌의 경우에도 '최초','처음'이라는 수식어가 달려 무게감을 느낀다"며 "미래에셋 브랜드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을 몸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그룹은 현재 국내에서 가장 공격적인 투자 전략을 실천하고 있는 금융그룹이다. 미래에셋대우 IB부문에도 자금운용(북;book)의 한도가 없다. 경쟁사 IB 부문의 북은 적게는 3조원에서 많게는 7조원 수준이다.

    김 부사장은 "북의 한계 때문에 좋은 투자처를 놓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며 "투자심의위원회에서 오히려 투자한도를 높여주는 등 모든 부서가 투자 기회를 찾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좋은 투자처가 있다면 어디든 달려가겠다는 박현주 회장의 철학이 묻어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미래에셋대우는 타 증권사와의 경쟁에서 한 발짝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반기부터 어음 발행이 허용되면 투자여력이 4조원 가까이 벌어진다. 자기자본이 8조원을 넘게되면 시장에선 단독으로 종합금융투자계좌(IMA)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이자수익과 더불어 투자금융 수수료 수익까지 확보하게 된다.

    기업공개(IPO)부문에서도 리그테이블 상위권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에셋대우가 주관하는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상반기 중 상장할 예정이다. 2년전 2~3조원으로 예상됐던 셀트리온헬스케어의 기업가치가 최근 6조원 가까이 커지면서 주관사의 인수물량도 확대됐다. 올해 상반기 미래에셋대우가 주관하는 IPO 중 가장 규모가 큰 딜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호텔롯데와 스튜디오드래곤의 상장이 가시화될 경우 연말 리그테이블 1위도 기대할 수 있다.

    김 부사장은 업계 최대 자본력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인수합병(M&A) 및 인수금융 시장에서 보폭을 넓혀간다는 전략이다. 그룹과도 발걸음을 맞춘다. 김 부사장은 "미래에셋그룹의 아이덴티티(정체성)가 곧 IB"라고 말했다.

    아쿠쉬네트 인수가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미래에셋그룹은 지난 2011년 휠라코리아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세계 최대의 골프용품 브랜드 타이틀리스트를 보유한 아쿠쉬네트를 인수했다. 지난해 뉴욕거래소에 아쿠쉬네트가 상장을 완료하며 상당한 차익도 남길 수 있었다.

    김 부사장은 "투자 주선업무와 같은 보조적인 역할에 그치는 IB 모델은 장기적으로 한계가 분명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기업에 자금조달 등 솔루션을 제공함과 동시에 때에 따라선 함께 투자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되겠다"고 말했다. 기업의 비즈니스 구상 단계부터 들어가서 성장전략을 함께 짜는 전략이다. 미래에셋대우의 직원들이 고객 회사의 싱크탱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부터 대기업과 함께 조성한 신성장 산업 육성 펀드가 그 일환이다. 올해 미래에셋그룹은 네이버, 셀트리온, GS리테일 등을 포함해 총 1조원을 신성장 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미래에셋그룹이 펀드에 투자하는 금액은 대기업이 투입한 금액과 비슷하다. 김 부사장은 "기업의 성장 과실을 투자자와 공유할 수 있는 IB 모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

    - 합병 준비 작업으로 바쁜 연말을 보냈다.

    "지난해와 연초까지는 미래에셋그룹의 일원이 되면서 조직문화를 이해하는데 힘을 많이 썼다. 박현주 회장님이 그리고 있는 그룹과 계열사의 방향을 인식하려고 노력했다."

    - 박현주 회장이 그리는 그림은 무엇인가?

    "매번 'IB만이 살 길이다'라고 강조하신다. 그렇다고 증권사 혹은 운용사를 분리해서 말하지 않는다. 우리 회사의 16~17층을 200명의 IB인력이 쓰고 있는데, 우리에게만 국한한 메시지는 아니라는 것이다. 미래에셋 그룹 자체가 하나의 IB엔티티(entity)다."

    - '1위 증권사'라는 타이틀이 항상 붙는다.

    "나를 포함한 직원들이 상당히 부담감을 갖고 있다. 같은 일이라도 주위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 최근에 투자한 메자닌의 경우에도  '처음', '첫 베팅'이라는 말이 붙으니 무게감이 실린다. 미래에셋대우라는 브랜드에 기대감이 크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낀다."

    - '미래에셋'이라는 브랜드의 강점은?

    "미래에셋금융그룹은 증권 뿐 아니라 미래에셋생명,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계열사가 투자와 영업을 통해 함께 성장한 그룹이다. 연금 영업을 기반으로 한 법인 고객 네트워크가 방대하다. 관계도 돈독하다. 대우증권이 IB솔루션에서 강점을 보였던 점을 활용해, 미래에셋 브랜드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투자심의위원회를 했는데 대우증권 때와는 또 다르더라. (대우증권은) 산업은행 산하에 있어 리스크가 높은 투자건은 통과가 잘 되지 않았다.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투심위에서 오히려 투자 한도를 올려주는 경우도 있다. 형식적으로 질문하고 끝나는 게 아니다. 모든 부서에서 투자기회를 모색하는 모양새다."

    - 증권사 중 유일하게 IMA 사업이 가능하다. 준비는 잘 되어 가나?

    "발행어음과 IMA 는 지난해 만들어진 초대형 IB 추진단에서 꾸준히 준비해오고 있다. 양사가 통합되면서 리테일 고객수가 300만명에 이르게 됐다. 기관 투자자 뿐 아니라 리테일 고객까지도 IMA로 유입될 수 있다. 신규 상품이 활용할 수 있는 IB상품을 우리가 공급해야 하는데, 가장 고민되는 있는 지점이다."

    - 합병과 함께 IB 부문을 새로 세팅했다.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무엇인가?

    "통합 증권사의 IB 체제가 세팅된지 3개월이 지났다. 하나 둘 성과가 나오고 있다. 종합투자금융본부가 2개로 나뉘어져 있다. 기업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종합 솔루션을 개발하는 부서라고 이해하면 된다. 기업이 자금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회사의 상황이나 성격에 따라 우리가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줄 수 있다. 회사채를 발행 하려던 회사에 우리가 직접 에쿼티 투자를 할 수도 있다. 투자 주선에서 머물지 않고 솔루션으로 전환할 수 있는 힘이 있다.

    최근 투자한 메자닌은 총액인수해서 일부는 자기자본(PI)투자를 하고 일부는 셀다운하는 구조다. 박 회장님과 같은 생각이지만, 우리가 투자하지 않은 물건을 절대 고객에게 투자하라고 제시하지 않는다."

    - 기업과 증권사의 관계가 수평적으로 변하는 모양새다

    "아퀴시네트 투자건 같은 사례가 좋은 예다. 기업의 비즈니스 구상 단계부터 들어가서 성장전략을 함께 짜는거다. 우리 200명의 직원들이 회사의 싱크탱크 역할을 할 수 있다. 물론 사업은 SI가 하지만 우리는 FI로서 최대한 서포트할 수 있다. 갑을 관계가 아니라 파트너쉽처럼 함께 가는 모델이 바람직하다.

    셀트리온, 네이버와 함께 진행하는 매칭펀드도 같은 맥락이다. 과거 IB가 기업의 보조적인 역할을 해왔다면 이제는 같이 머리를 맞대고 함께 신성장사업에 투자할 예정이다."

    - 전통적인 IB영역에선 증권사들이 한계를 보이고 있다.

    "아주 획기적인 금융상품이 없다는 게 문제다. 대표적으로 인수금융이 그렇다. 대형 IB들이 하고 있는 역할은 사실 단순하다.투자확약서(LOC)를 발급하고, 셀다운하고, 자체 투자를 섞는 식이다. 우리 역시 같은 구조로 많이 투자했지만 지분투자 등 새로운 기회를 엿보고 있다."

    - 미래에셋대우는 자기자본을 어떻게 활용할 지가 시장의 관심사다. IB본부에서 활용할 수 있는 북은 어느 정도인가?

    "투자한도에 한정을 두지 않는다. 좋은 딜이 있으면 금액과 상관하지 않고 투자하겠다는 게 미래에셋그룹의 스탠스다. 한도가 부족해서 투자를 못하는 증권사를 어떻게 '초대형 IB'로 부를 수 있나."

    - 바람직한 IB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기업의 성장 과실을 투자자와 공유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IB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가령 국내 대기업이 대규모 해외 M&A를 할 때 공모펀드를 일부 만들었다고 가정해보자. 투자자들이 해당기업의 성공을 응원하지 않겠나. 이런 식으로 기업과 투자자와 IB가 상생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김상태 KDB대우증권 IB사업부문 대표 약력 : 1965년 대구 출생. 대구고 졸업.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1989년 KDB대우증권 입사(인수공모부). 2004년 KDB대우증권 기업금융부장. 2007년 KDB대우증권 주식인수부장. 2007년 2007년 메리츠종금증권 IB사업본부장. 2010년 유진투자증권 기업금융파트장. 2015년 KDB대우증권 IB사업부문 대표. 2017년 미래에셋대우 IB1부문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