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시장은 죽었다...대안은 솔루션·AI"
입력 17.03.17 06:30|수정 17.03.17 09:43
ECM·DCM 수익 악화...신규 먹거리 찾는 4대證
IB대표 4인, 한 목소리로 토탈솔루션·대체투자 강조
NH·한국證 지난해부터 해외 대체투자 주력
합병끝난 KB證·미래에셋은 '새로운 모델 제시'
  • "주식·채권시장은 매년 제자리에 머물고 있습니다. 더 이상의 수익 확대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4대 증권사의 IB대표들은 인베스트조선과의 인터뷰에서 공통적으로 전통시장으로 분류되는 주식자본시장(ECM)과 채권자본시장(DCM)에 더이상 큰 기대를 걸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규모는 더이상 확장하지 않고 있고, 수익성도 떨어지고 있어서다. 위기감을 느낀 증권사는 대안을 찾는 데 전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ECM시장은 증권사간 경쟁 심화로 수익이 악화한 모습이다. 지난해의 경우 ECM 시장의 평균 수수료(모집주선 포함)는 1.5%였다. 조단위의 대형 IPO가 있었지만 수수료율은 1%도 채 되지 않았다.

    DCM시장은 더 심란하다. 지난해 일반회사채 신규발행액은 2008년이후 8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40조원 중반대를 유지하던 시장규모는 지난해 35조원으로 내려앉았다. 주선수수료율이 0.2%내외인 점을 고려하면 증권사가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지난 한 해 약 200억원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IB대표들은 수수료 기반의 전통시장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위기감을 다시 한 번 절감한다고 했다. 대체할 수 있는 사업과 관련한 청사진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이유이기도 하다.

    NH투자증권의 IB본부에서 올해 주력하는 사업 키워드는 토탈솔루션(전사적 해법)과 해외 대체투자(AI)로 좁혀졌다.

    ECM과 DCM, M&A(인수합병) 부문에서 고루 높은 성과를 내고 있는 NH투자증권은 부문별 1등보다 '종합 1등'을 목표로 한다. 토탈솔루션을 제공해 서비스의 질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NH투자증권은 자문에서만 200억여원의 수익을 올린 바 있다. 최근 담당하고 있는 넷마블게임즈가 좋은 사례다. M&A에 필요한 인수금융과 IPO(기업공개) 등 그룹 내에서 동시에 발생한 이슈를 한 증권사를 통해 해결했다.

    이와 더불어 해외 대체투자도 확장해야 할 사업군으로 지목했다. 올해는 해외 투자의 원년으로 삼고 MOU(업무협약)을 맺은 에버코어 본사에 NH투자증권 인력을 파견할 예정이다. 현지에서 직접 딜을 조달하겠다는 각오다. 최근 집중 투자하고 있는 미국 발전소 사업이나 선진국 오피스 빌딩 투자가 그 대상이다.

    지난해 IB부문의 경쟁력이 크게 강화한 한국투자증권은 NH투자증권과 함께 올해 대체투자 역량을 강화할 예정이다. 특히 지난해 2100억원이라는 IB 부문 역대 최대 수익을 올리면서 그 가능성을 확인했다. 지난해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 시장 오피스 빌딩에 1조5000억원을 투자했다. 올해는 이에 준하거나 이보다 많은 투자금을 집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한국투자증권은 증권사 중 발행어음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발행어음을 활용해 은행권의 자금을 빌린 기업들의 자금재조달(리파이낸싱) 거래에 적극 참여할 예정이다. 해당 제도는 하반기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이지만 관련 부서는 이미 사전 작업을 벌이고 있다. 남은 상반기동안 리파이낸싱이 필요한 기업들을 접촉해 선점효과를 누리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합병 과정을 마치고 올해 공식 출범한 미래에셋대우와 KB증권은 기존의 증권사의 모습과 '차별화'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KB증권은 계열 금융사와 함께 CIB모델을 강화할 예정이다. 전귀상 KB금융지주 CIB총괄 부사장을 지휘 아래 은행·증권 등 계열사의 기업투자금융부문을 통합, 커버리지를 확대하고 있다. 계열사 공동 커버리지는 최근 30개 그룹까지 넓어졌다.

    은행계증권사가 답습하고 있는 '은행 의존형' CIB 모델에서 벗어야 한다는 위기감도 느끼고 있다. 증권 자체 커버리지를 확보하기 위해 중소기업이나 신성장기업에 투자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지난달 취득한 신기술금융사 라이선스를 바탕으로 상장 전 투자(Pre-IPO)와 메자닌(Mezzanine) 투자에 집중할 계획이다.

    KDB대우증권을 인수해 자기자본 6조7000억의 국내 최대 증권사가 된 미래에셋대우는 경쟁 증권사에 비해 공격적인 투자를 예고하고 있다. 대형사 중 유일하게 IB부문에서 자금 운용의 한도를 따로 정하지 않았다. 매력이 높은 투자처라면 가리지 않겠다는 각오다. 미래에셋운용을 중심으로 그룹의 해외부동산 투자도 활발히 진행 중이어서 미래에셋대우도 그룹 차원의 대규모 투자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또 국내 주요 대기업과 신성장산업육성펀드를 결성해 자본금을 투입할 예정이다.

    향후 자기자본 규모가 8조원이 되면 국내 증권사 단독으로 종합금융투자계좌(IMA) 업무를 할 수 있다. IMA는 고객으로부터 예탁 받은 자금을 통합해 운용하고 그 수익을 지급하는 상품으로 예탁 받은 자금을 운용하고 그 수익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IB본부에서는 IMA에 활용할 수 있는 IB상품을 발굴할 예정이지만 아직 자본규모 8조원을 달성하기엔 1조원 이상 여력이 남아 구체화한 단계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