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창업' 펀드, 신생 벤처캐피탈 데뷔 무대?
입력 17.03.30 07:00|수정 17.03.30 07:00
청년창업 펀드에 10개 운용사 몰려
투자처 발굴 까다로운데…신청 운용사의 70%는 신생사
"출자자 모집 어려운 신생사가 트랙 레코드 쌓기 위해 신청"
  • 한국벤처투자가 모태펀드 1차 정시출자 운용사 접수를 마무리했다. 청년 실업을 해소하고 청년들의 창업 활성화를 지원하겠다는 '청년창업 펀드'에 다수의 벤처캐피팔 업체가 몰렸다.

    이번 출자가 정책목표 달성에 한 발 다가섰다는 평가도 있지만 펀드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우려도 제기된다. 모바일 서비스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면 투자조건에 부합하는 업체를 찾기가 쉽지 않아서다. 트랙 레코드를 쌓고자 하는 신생 운용사들의 '데뷔 무대'로만 청년창업 펀드를 활용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모태펀드를 운용하는 한국벤처투자는 지난달 2017년 1차 정시출자 운용사 공고를 냈다. 접수를 마감한 결과 3810억원 규모 1차 출자사업에 54개 운용사(중복 포함)가 지원했다. 이 가운데 모태펀드가 총 400억원을 출자 약정한 중진계정 청년창업 분야에는 10개 벤처캐피탈 업체들이 총 800억원을 신청, 높은 인기를 구가했다. 중진계정은 중소기업청 산하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출자한다.

    중기청과 한국벤처투자는 출자사업 흥행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청년 창업을 지원하고, 청년들이 만든 우수 벤처기업 육성하겠다는 정부 정책과 보조를 맞췄다는 명분도 쌓았다.

    하지만 업계의 시각은 차갑다.

    실제 청년창업 펀드를 신청한 운용사 면면을 살펴보면, 10개 운용사 중 유니온투자파트너스 등 두 업체를 제외한 대부분 운용사는 업력이 10년 미만으로 비교적 짧다. 또 5개 운용사는 2015년~2016년 사이에 설립된 신생 벤처캐피탈 업체다.

    업계 관계자들은 유독 청년창업 분야에 신생사만 몰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펀딩을 받기 쉽기 때문이라는 전언이다. 정부 정책 기조가 '청년 실업 해소'에 초점을 두고 있는 만큼 타 계정보다 정부 지원금이 많아 모태펀드의 출자비율이 높다는 것.  이로 인해 펀드 결성을 위해 다른 출자자를 찾아 나서야 한다는 부담이 적다.

    실제 모태펀드 출자비율은 중진계정 내 다른 분야들 가운데 청년창업 펀드가 60%로 가장 많았다. 해외 진출 분야와 스물 M&A매칭 분야는 각각 40%, 50%다.

    한 VC업체 운용역은 "최근에는 모태펀드가 아니더라도 산업은행·국민연금·성장사다리(펀드)·공제회 등 벤처펀드 조성에 나서는 출자자들이 늘고 있어 중견·대형 운용사는 모태펀드 지원이 필요한 문화펀드 정도가 아닌 다음에야 모태펀드 출자를 받을지 안 받을지 자체를 고민하는 상황"이라며 "신생사의 경우 트랙 레코드가 없기 때문에 모태펀드 출자금이 필수적이다 보니, 중·대형사가 지원하지 않고 출자비율이 높아 펀드 결성이 쉬운 청년창업 펀드에 몰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펀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력이 길지 않은 운용사라고 투자처 발굴·사후관리 등에 미숙한 것은 아니지만 펀드가 제시하는 조건에 부합하는 투자처 발굴이 쉽지 않아서다. 결국 펀드 운용이 도입 당시 내세운 취지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청년창업 펀드는 대표이사가 만 39세 이하이거나 만 29세 이하 임직원 비중이 50% 이상인 중소·벤처기업에 전체 펀드 결성액의 60%를 투자해야 한다. 또 결성액의 30% 이상은 신주 보통주에 투자해야 한다.  이 조건들을 충족하더라도 창업지원법상 창업자 중 업력이 3년 이내이거나 창업자로서 매출액 대비 R&D 비율이 5% 이상이며, 설립 후 연간 매출액이 10억원 미만인 중소·벤처기업에만 투자할 수 있다.

    다른 VC업체 운용역은 "(청년창업 펀드) 투자조건이 까다롭고 조건에 맞는 투자처도 대부분 젊은층이 많이 창업하는 O2O 등과 같은 모바일 서비스 회사들이라 그 외 업종에선 투자처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VC업체 운용역은 "청년창업 펀드가 주로 투자하는 모바일 서비스 분야는 현재 세탁 O2O업체만 구글 스토에만 30개가 넘을 정도로 지나치게 많다"며 "시장 규모는 정해져 있는데 플레이어만 늘어 다 같이 공멸하는 상황인데 이런 업체들에 지속적으로 투자금이 흐르게 하도록 하는 게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벤처투자는 청년창업 펀드를 포함한 1차 정시 출자 사업 운용사 선정 결과를 다음달 중 공고할 계획이다. 선정된 운용사들은 최종 선정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펀드 결성을 마무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