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양극화 심화…'제2의 넷마블'은 없다
입력 17.04.04 07:00|수정 17.04.04 07:00
자본·인력 필요한 모바일 RPG·MMORPG로 시장 재편
중소형 게임사, 애초부터 대형사 경쟁 상대가 안 돼
"넷마블은 넷마블일 뿐"…등돌리는 투자자들
  • 넥슨·NC소프트·넷마블게임즈 등 빅3와 중소형 게임업체들 간 격차가 커지고 있다. 국내 게임시장 무게중심이 모바일 게임으로, 모바일 게임 중에서도 자본력·인력 소요가 큰 롤플레잉게임(RPG)으로 옮겨가고 있어서다. 넷마블이 상장(IPO) 시장을 달구고 있지만 게임투자 심리에 불을 지피지는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넷마블 특수'는 넷마블에 그치고 게임업계 전반적으로는 장밋빛 꿈에 그칠 것이란 분석이다.

    중소형 게임업체들 사이에선 '넷마블 후광효과'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시장 평가는 냉혹하다. 제2의 넷마블 등장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빅3 업체들과 중소 게임사들 사이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어, 이른바 3N(넥슨·NC·넷마블)이 아닌 이상 좋은 실적을 거두기 힘들다. 2015년 매출액 기준 3N의 매출은 상위 20개 업체들 매출 전체의 60%를 차지했다.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간극은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이 캐주얼 게임에서 MMORPG로 재편되면서 더욱 벌어졌다. 게임방식이 쉬워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누구나 쉽게 즐기는 소규모 온라인게임인 캐주얼 게임과 달리 '대규모 다중사용자 온라인 롤 플레잉 게임(Massive Multiplayer Online Role Playing Game)', 이른바 MMORPG는 사용자들이 게임 속 캐릭터로 분해 임무를 수행하는 게임 장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PC와 기술적 차이를 축소한 고퀄리티의 모바일 MMORPG가 출시되면서 유저들이 여기로 몰려 국내 거의 모든 게임사들이 RPG·MMORPG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며 "MMORPG가 일반 캐주얼 게임보다 수익성은 높지만 사용자가 캐릭터를 키우는 방식이므로 게임사는 새로운 스토리나 아이템 등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고 설명했다.

    역할수행 게임은 수익성이 가장 높은 게임 장르로 꼽힌다. 다른 이용자들과 경쟁하면서 캐릭터를 키우는 방식이므로 유료 아이템을 선뜻 결제하는 사용자가 많은 탓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게임백서에 따르면 RPG 이용자들의 하루평균 결제금액은 일반 퍼즐게임 보다 9배가량 많았다.

    다른 게임업계 관계자 역시 "특히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액션 RPG는 개발인력 등 투입해야 할 비용이 더 크다"며 "자본력이 충분해 여러 게임을 동시다발적으로 출시해 관리하는 대형사와 1~2개 게임에 사활을 거는 중소형사는 애초부터 경쟁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RPG가 다른 장르보다 선점 효과가 크다는 점도 중소형사들의 재기를 어렵게 하는 요소다. 실제 2016년 상반기 매출 기준 상위 10위권에 든 게임 중 작년 상반기에 출시한 게임은 로스트킹덤(네시삼십삼분)과 천명(이펀컴퍼니) 단 두 개였다. 모두의마블·세븐나이츠(넷마블) 등 나머지 8개 게임은 모두 1~3년 전에 출시한 대형사 게임이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캐주얼 게임은 한 게임에만 충성하는 사용자가 거의 없는 반면 RPG는 그동안 들인 돈과 시간이 있기 때문에 한 우물만 파는 유저들이 많아 대형사가 한번 시장을 선점하면 중소형사가 비집고 들어가기 쉽지 않다"며 "최근에는 장르적 다양성이 확보되면서 순위 변동 가능성이 조금 생겼지만 대형사 게임 위주로 순위가 랭크되는 것은 여전하다"고 평가했다.

    결국 국내 게임사 성공 신화는 "넷마블이 마지막"이라는 비관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넷마블의 성장성은 인정하지만 넷마블은 넷마블일 뿐 게임업 투자에 나서기 꺼려진다는 것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빅3 만큼 성장할 여력이 보이는 게임사가 없다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의견"이라며 "상장을 앞둔 게임사나 대형사에 투자하는 것이 아닌 이상 투자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최근 대신PE가 검은사막 제작사(펄어비스)에 투자한 것도 올해 하반기 상장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 게임 업체 주가 역시 반등하지 못하고 있고, 비상장 중소형 게임사에 투자하던 벤처캐피탈(VC) 업체들 역시 게임투자에 나서지 않는 모습이다. 2014년 VC들의 게임업종 신규 투자금액은 1762억원으로 전체 신규투자 가운데 10.7%를 차지했지만 2016년 1427억원으로 감소했다. 전체 신규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6.6%로 줄었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VR(가상현실)·AR(증강현실)게임을 마지막 기회로 생각하고 이에 몰두하는 중소형사와 달리 대형사는 나중에 필요하면 경쟁력있는 업체를 사오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직까지 구체적인 개발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게임업종에 투자한다면 대형사가 VR·AR 관련 업체를 인수할 때 같이 투자할 것 같다"면서도 "이마저도 대형사들은 자체 현금이 충분해 같이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