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수혈 어려워진 재무자문...딜로이트안진 '불똥' 탓
입력 17.04.04 07:00|수정 17.04.05 11:01
[2017년 1분기 집계] 딜로이트안진 영업정지로 빅3 감사부문 일거리 늘어
재무부문, 감사부문에서 인력 충원했지만 올해는 힘들듯
재무자문 외부인력 수혈 나서면 인력 '연쇄 이동' 할 듯
  • “저희 감사부문에선 이번에 재무부문으로 인력을 보내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딜로이트안진 부분 ‘영업정지’라는 중징계가 내려진 직후 열린 다른 대형 회계법인 파트너 회의에서 나온 말이다. 올해 딜로이트안진의 신규감사계약이 금지되면서 경쟁사에 새로운 일감이 몰려들고 있다. 덩달아 감사부문이 인력난을 겪고 있다.

    증권선물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딜로이트안진의 기존 수임 130~140곳이 새롭게 감사법인을 지정해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상장사는 유가증권 35곳, 코스닥 45곳 등 80개사에 달한다. 비상장 금융회사는 증권회사, 투자자문사 등을 포함해 딜로이트안진과 계약을 맺어온 50~60개사가 신규감사인을 찾아야 한다.

    경쟁사들은 발 빠르게 뛰고 있다. 삼일PwC, 삼정KPMG, EY한영은 인력을 총동원해 신규 감사계약 잡기에 나서고 있다. 기아차 등 대기업 계열 감사 수수료는 10억원에 달한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대기업을 비롯해 수수료가 높은 지정감사 물량까지 나오면서 물밑에서 수임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 이 여파는 재무부문에도 미치고 있다. 통상 재무부문은 매년 감사부문에서 20~30명가량의 인력을 수혈한다. 실사 등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선 감사업무 경험이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2~3년의 감사업무 경험 있는 인재를 선호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감사부문에 일감이 몰리면서 재무부문 인력 충원이 힘들 전망이다. 이미 몇몇 대형법인은 올해 감사인력을 재무부문으로 보낼 수 없다고 통지한 상황이다. 이러다 보니 일손이 부족한 재무부문은 어떻게 인력을 충원할지 고민에 빠졌다. 딜로이트안진의 감사부문에서 인력을 충원해야 하냐는 말까지 나오는 판국이다.

    한 대형 회계법인 재무부문 파트너는 “해외 MBA 등 외부인사들도 뽑아봤지만, 감사부문 경험이 있는 인력보다 실무 경험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회사 자체적인 인력이동으로 충원이 힘들어지면 외부 감사인력이라도 수혈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라고 말했다.

    감사부문에 일하는 회계사들도 불똥이 튀었다. 감사부문 소속의 회계사 중 상당수는 경험을 쌓아 재무부문으로 이동하기를 원한다. M&A(인수·합병)를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는 데다 향후 사모펀드(PE), 투자은행(IB) 업계 등으로 이직이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사부문에 일감이 몰리면 이런 이동은 어려워질 전망이다. 일부에선 감사부문 회계사들의 이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동안은 회계업계 내에서 연쇄적인 인력이동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딜로이트안진도 매출규모가 줄어듦에 따라 인력축소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동일 회계법인 내 인력이동뿐만 아니라 업체간 및 업계간 연쇄이동이 예상된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지금은 동일 회계법인 내에서 인력이동 문제가 발생하지만 앞으론 딜로이트안진의 감사인력 외부유출 등 업체 간 인력이동이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회계사들의 감사업무 기피 현상도 심해지고 있어 업계 간 인력이동도 예상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