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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종금증권은 종금라이선스를 기반으로 확장한 부동산 사업에서 독보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동시에 리스크 관리가 가장 위험한 증권사로 꼽힌다. 우발채무 잔액이 국내 증권사 중에서 가장 높은 5조원을 넘어섰다는 이유다.
시장의 우려에도 길기모 메리츠종금증권 리스크관리본부장(사진)은 "우리의 생각과 판단이 틀렸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강조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이 왜 위험한지 설명해주는 시원한 논리를 아직 들어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리스크 측정(measure)'이 가능한 딜만 통과시킨다. 길 본부장은 "국내에서 나오는 대부분의 부동산금융 딜을 가장 먼저 검토하고 있다"며 "우리의 강점인 리스크 측정 능력이 쌓인 이유"라고 말했다. 고르고 골라 투자하다 보니 현실화하는 리스크가 적어졌다는 것이다. 지난해 리스크관리본부는 중복 검토를 포함해 총 1143건, 올해 1분기 동안 255건의 딜 리뷰를 진행했다. 주당 평균 20건 이상 딜을 검토하는 셈이다.
길 본부장은 "그간 메리츠종금증권이 잘 해왔던 리스크 측정, 즉 담보가치를 정확히 파악하는 방식으로 해외 대체투자에서도 기존 증권사와 차별화 된 수익성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의 비약적인 성장에는 종금라이선스의 도움이 컸다. 일반증권사는 대출금액의 100%를 영업용순자본비율(NCR)에서 차감해야 하는 반면 메리츠종금증권은 종금계정을 통하면 8%만 차감하면 된다.
길 본부장은 "종금 라이선스 만료 후에도 부동산 사업은 놓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의 수익구조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의 종금 라이선스는 3년 뒤 만료된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
- 우발채무 잔액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 금융당국도 신용평가사도 메리츠종금증권을 감시 대상 1순위로 여기고 있는데.
어떤 신용평가사는 '우발채무 총량은 많지만 문제가 없다'고 하고, 어떤 곳은 '총량이 많은 것 자체가 문제다'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이런 지적을 바탕으로 (신평사와) 토론도 하고 논쟁도 해봤는데, 어떤 매커니즘으로 위해가 될 것인지 논리적으로 지적하는 애널리스트는 아직 못봤다.
종금 라이선스가 있어 NCR비율 부담도 타사에 비해 적다. 전사적으로 리스크가 작고, 수익성이 좋은 딜은 내부 한도의 제한 없이 가져가는 편이다. 다른 회사의 경영진이라면 내부한도가 있어 이렇게 진행하기 어렵다. 많은 편견이 있지만, 우리는 우리의 생각이 맞다고 보고 있다.
- 일반적인 국내 증권사와 리스크관리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를 수 밖에 없겠다.
다른 증권사는 한도가 있다보니 가령 후순위 대출 같은 고수익·고리스크 자산에 투자해 효율적으로 가려고 한다. 우리는 무조건 '질'을 따진다. 안전한 선순위 대출을 주로 한다. 최근 분양시장이 안 좋다고 해도 영향을 받지 않는 이유다. 분양이 잘되는 PF 사업장은 연기금이나 공제회 등 기관투자자들이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도 셀다운(재매각)이 이루어지고 있다.
- 자신이 있다고 했지만 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사장도 올해부터 PF 대출 건수와 자산가치 대비 대출 규모(LTV)를 줄이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런 결정의 배경은 무엇인가?
일종의 전략이다. 주식시장이 위험해질 것으로 예상되면 보유 주식을 줄여나가는 것과 같다. 리스크가 많아서 총량을 줄여가는 과정은 아니다. 자금 운용 규모를 줄이고 후에 기회가 오면 다시 늘이는 식으로 조정할 예정이다.
- 부동산 사업을 줄이면 수익성에 문제는 없나?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규 딜 중에도 좋은 딜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우리 회사의 강점은 '딜 소싱'이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부동산 딜은 우리에게 가장 먼저 온다고 보면 된다. 그 중에서 우리가 선별하면 되는 문제다. 리스크 허들을 높이더라도 필요하면 딜의 양은 언제든 조절할 수 있다.
- CRO로서 리스크관리 원칙은?
큰 담론으로 규정하는 것을 좋아하진 않지만, 굳이 꼽자면 리스크 측정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리스크관리를 강화한다고 하면서도 측정을 잘못하면 상황이 거꾸로 간다. 리스크 측정을 위한 인프라를 잘 구축하는 일이 무엇보다 우선이라고 판단하는 이유다. 메리츠종금증권의 경쟁력도 여기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수천건의 부동산 딜을 비교분석하면서 직원들의 경험이 축적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흐뭇하다. 프론트와 심사 인력, 경영진이 '리스크측정' 훈련이 잘 되어 있다고 자부한다.
- '리스크측정'에 자부심이 있어서 그런지 밖에서 볼 때엔 무모한 딜도 시도한다.
리스크측정에 자신감이 붙으니 취사선택이 용이해졌다. 위험하다고 다들 기피하던 딜도 막상 측정을 해보면 안전할 때가 있다. 두산그룹이 대표적이다. 신용도가 좋지 않아 다들 망설이는데, 우리는 두산건설이 갖고 있는 좋은 부동산을 파악한 상황이었다. 그 자산을 활용해 선순위대출에 들어간 적이 있다.
현대상선에 대출건도 그랬다. 지난해 하반기 현대상선은 시장에서 정상적인 거래를 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현대증권이라는 좋은 담보를 눈여겨 봤다. 일부 평가사는 LTV가 높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경영권까지 봤다. 20% 지분을 담보로 2500억을 대출해줬다. 그 지분이 1조원 조금 넘는 가격에 팔렸다. M&A의 시각으로 보면 LTV가 낮았던 거다. 당시 우리는 적어도 5000억원에 매각될 것으로 판단했다. 매각이 안되는 최악의 경우라면? 우리가 인수하면 그만이다. 2500억원에 현대증권을 인수하는 최상의 시나리오가 또 어디있나. 결과적으론 정확한 '리스크 측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 '리스크측정'이 아무리 잘 돼도 결국 경영진의 결정에 모든 것이 좌우할텐데.
다른 증권사들은 그렇겠지만 우리는 다르다. 현대상선의 경우 자금 조달이 시급한는 상황이었다. 회의를 열고 경영진을 설득하는 증권사의 수직적 의사결정 과정을 기다려줄 수가 없다. 빠른 결정을 할 수 있는 곳은 우리 밖에 없었다. 리스크 관리 노하우가 있으니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우리의 판단을 기초로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 우리에겐 이런 유연성이 있다.
- 메리츠종금증권이 항상 자부하는 건 성공률이다. 종결된 대출확약 205건 중 3건만 대출이 발생했다. 그중 하나가 지난해에 터졌다. 평창 올림피안힐즈 미분양 건으로 리스크 관리에 대한 시장의 의심을 받았는데.
결과적으로 올림피안힐즈 건의 투자회수는 수월하게 끝났다. 공매 매각 대금으로 상환됐다. 대출 실행이 안되서 오히려 섭섭하다. 대출 금리와 함께 수수료까지 받을 수 있으니 우리에겐 훨씬 이득이다. 대출을 해주고 싶어도 채무자가 요청을 안해서 문제다.
- 리스트관리팀 규모가 매년 늘어나고 있다.
매년 2~3명씩 채용하고 있다. 5명이었던 심사분석팀이 지금은 19명까지 늘었다. 외부에서 영입한 업계 전문가들이다. 시공사, 시행사, 신탁사에서 온 사람도 있고 애널리스트들 출신도 많다. 검토하는 딜이 워낙 많다보니 앞으로도 늘려갈 생각이다.
- 내부에서 리스크관리부의 목소리가 너무 세다는 불만은 없나?
어느 회사건 리스크와 프론트간 미묘한 알력이 있다. 어느 한 쪽이 눈에 띄게 센 곳도 있다. 다행히 우리는 균형이 잘 맞는 편이다. 프론트가 하고 싶어하는 딜을 별 이유 없이 물리칠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고, 위에서 지시내려서 하는 딜도 없다.
이런 내부적인 분위기는 경영진이 만들었다. 철저히 논리로 싸우는 문화다. 사업 팀에서 수익성이 높은 사업이라고 아무리 주장해도 우리가 명쾌한 논리를 갖고 반대하면 못한다. 한 사람이라도 끝까지 반대하면 그 딜은 진행 못 한다.
- 해외대체투자도 시도하고 있다. 리스크 관리 시 어려운 점이 있다면?
리스크 측정이 가능한 딜만 하자는 게 나의 철학이다. 해외대체투자는 그래서 더 어렵다. 리스크 측정을 정확히 할 수 있는지 항상 의문이 든다. 그 나라 사정도 잘 모르고 사후 관리도 어렵다. 정보의 접근성이 떨어져서 그렇다. 특히 부동산은 입지 파악이 정말 중요하지 않나. 주변에서 살아본 사람들 인터뷰도 해봐야 하는데 그런 것도 어렵다. 현재는 속도를 시험하고 있는 단계다. 부동산 투자는 호흡이 길다. 투자를 시작한지 2년정도 지났으니 2~3년은 더 지나야 잘 한 투자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해외대체투자는 필연이다. 국내에서 대안이 있다면 이미 찾았을 것이다. 못 찾았으니 리스크관리 역량을 늘이는 수밖에 없다. 살펴보고 있는 딜의 양이 늘어서 사업 초기 단계는 넘어섰다고 판단하고 있다.
- 항공기 투자도 끝물이라는 말도 나온다.
수익률의 문제다. 항공사 신용도에 의존하는 형태가 그간 주를 이뤘다. 담보가치를 평가하기보다는 크레딧에 의존하는 딜이라 수익율이 상대적으로 낮다. 투자자들은 많이 알려진 차주의 크레딧에 의존하는 걸 심리적으로 편하게 생각한다. 자산에 대한 판단이 안되는 사람일수록 이런 사고가 강하다. 초반에 이런 류의 딜이 시장에서 잘 소화됐던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람들이 선호할수록 수익률은 떨어진다.
우리는 다르게 본다. 어설픈 크레딧보다 우량 담보로 잡는 쪽이 리스크가 작다고 판단한다. 지난해 말 주관한 GE CAS와의 계약건 역시 하나의 항공사 크레딧에 의존하지 않고 담보가치를 측정했다. 항공기의 가격이 선박처럼 변동성이 크지 않아서 상대적으로 리스크리턴이 좋다고 판단했다. GE CAS 건 이후 해외 리스사의 컨택도 이어지고 있다.
- 해외대체투자에 한국 금융사들이 뒤늦게 뛰어들어 수익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최근 해외 부동산이나, 항공기 시장 모두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우려 되는 점도 분명히 있다. 해외에서 소화가 되지 않아 한국으로 흘러들어오는 경우도 있어서다. 하지만 해외에서 선호하지 않은 자산만이 한국으로 유입되는 건 아니다. 선순위대출은 해외에서 소화했는데 메자닌이나 에쿼티를 선진국에서 소화 못했다고 해서 그 자산을 안좋다고 판단할 수 없다. 해외 금융기관 리스크 캐피탈에 따라 판단해야 할 문제다. 비교적 한국 금융사의 리크스 캐피탈이 여유롭고 규제도 덜해 그런 딜이 많이 들어오는 사례도 있다.
- 4월부터 정상, 요주의 분류 우발채무에도 충당금을 적립해야 한다. 증권사의 리스크관리에 정부가 개입한 건데 불만은 없나?
이해는 한다. 특정 부분 익스포져가 커지고 있어서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양과 질을 구분하지 않고 규모를 통제하는 건 일종의 행정편의주의다. 어떤 매커니즘으로 시장이 망가질 지 고민하고, 약한 고리를 찾아 그 부분만 보완하면 되는 문제다. 이런 식으로면 국내 IB가 어떻게 성장하겠나. 자기자본 규모 8조원 대형 증권사의 ROE가 5%도 안된다면 그게 무슨 소용인가. 금융사에 간섭을 최소화하면서 부실을 조절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 2020년 종금업 면허 만료까지 3년 남았다. 리스크 관리에도 변화를 대비해야할 시점이다. 계획은?
만료까지 3년 남았지만 리스크관리에서 변화할 것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간 종금업 라이선스가 있어 유리하게 작용했던 것은 맞다. 라이선스 만료 후에도 현재의 수익구조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아직 어떤 내용인지 밝힐 순 없지만 계획은 세워뒀다.
라이선스 만료 후에도 높은 수준의 ROE를 유지하려는 게 경영진의 최우선 목표다. <아웃사이더>라는 책이 있다(현재는 절판됐다). 분석적인 사고를 기반으로 높은 ROE를 냈던 8명의 미국 경영자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가 추구하는 모델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의 최대주주도 지분율만큼만이 본인의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지분가치를 극대화하는 경영 전략이 우선될 수밖에 없다. 주주친화적 경영이라고 할 수 있겠다. 향후 메리츠종금증권의 몸집이 커져도 계속 가져가야 할 기조라고 생각한다.
◆ 길기모 메리츠종금증권 리스크관리본부 본부장 약력 : 1968년 광주 출생. 동신고등학교 졸업.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한국신용정보 선임연구원.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 메리츠종금증권 리스크관리본부 본부장(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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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3월 30일 09:33 게재]
"금융당국 우발채무 총량규제 아쉬워"
"리스크측정이 가능한 딜만 투자…현대상선 대출 가능한 이유"
해외대체투자도 영역 넓혀 "크레딧 보다 담보가치 평가 중요"
"리스크측정이 가능한 딜만 투자…현대상선 대출 가능한 이유"
해외대체투자도 영역 넓혀 "크레딧 보다 담보가치 평가 중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