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의 더바디샵 인수 추진…승계 '지렛대' 올리브영 밸류업 시동
입력 17.04.05 14:00|수정 17.04.05 18:04
승계 열쇠 쥔 CJ올리브네트웍스 가치제고 기회
"CJ그룹, 코스메틱 시장 주요 인수 후보 될 것" 평가
  • CJ그룹이 드러그스토어 올리브영의 기업가치 끌어올리기에 팔을 걷어 붙였다. 로레알그룹이 내놓은 '더바디샵(The Body Shop)' 인수를 통해 올리브영의 밸류업을 꾀할 계획이다.

    올리브영이 속한 CJ올리브네트웍스는 그룹 경영권 승계의 열쇠를 쥔 회사인만큼 기업가치 제고가 필수적이다. 이번 더바디샵 인수 추진을 시작으로 CJ올리브네트웍스 '밸류업'에 시동을 걸었다는 평가다.

    CJ그룹이 인수에 나선 더바디샵은 올리브영의 사업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올리브영 매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화장품 부문의 외형을 더 키울 수 있는 기회다. 매각 주체인 로레알그룹이 원하는 매각금액은 1조2000억원으로 국내 드러그스토어(Drug store) 시장 규모에 버금간다.

    CJ의 더바디샵 인수 추진 소식은 국내 유통 공룡들의 격전지가 된 헬스&뷰티(H&B) 시장에서 올리브영의 독보적 존재를 드러내는 단면이기도 하다. 인수 성공 여부를 떠나 더바디샵과 같은 메가급 매물의 인수를 시도한다는 자체만으로도 시장의 기대감을 키우기에 충분하다.

    신세계가 자체 브랜드를 접고 영국의 부츠(Boots)를 가져오고, 롯데가 롭스(LOHB’s)에 외부 출신 전문가들을 영입하는 등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올리브영의 존재감은 독보적이다. 올리브영의 2016년 매출액은 전년에 이어 1조원대를 돌파한 1조1270억원을 기록했다. 2014년 매출액(4212억원) 대비 63% 급증한 수치다. 점포 수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790개까지 늘었다.

    하지만 점포 확장을 통한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 향후 드러그스토어의 과제는 자사 및 특정 브랜드 확보를 통한 제품 라인업 강화로 옮겨가고 있다. 특정 드러그스토어에 가야만 구입할 수 있는 제품이 많아져야 고객을 더 끌어올 수 있다는 얘기다. 영국 부츠의 화장품 브랜드 ‘No.7’이 대표적이다.

    올리브영은 최근 백화점 브랜드인 오리진스(Origins)와 크리니크(Clinique)를 입점 시키는 등 라인업 강화에 힘을 싣고 있다. 더바디샵을 인수할 경우 전국 700개 올리브영 매장이라는 플랫폼을 활용해 스킨케어 매출을 확대할 수 있다.

    올리브영의 시장 지배력 강화는 자연스레 CJ올리브네트웍스의 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진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CJ그룹 승계 과정에서 중요한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가치 제고가 중요한 시점이다.

  • 현재 CJ그룹 오너가 2세들은 주력 계열사에 대한 지분 보유율이 미미하지만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은 상당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아들인 이선호 CJ제일제당 과장이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을 17.97%를 보유, CJ㈜(55.1%)에 이어 2대 주주다. 나머지는 이 회장의 동생인 이재환 파워캐스트 이사(14.83%), 이 회장의 딸 이경후 CJ 미국지역본부통합마케팅 담당 상무(6.91%), 이 회장의 조카 이소혜(2.18%), 이호준(2.18%) 등이 가지고 있다.

    CJ그룹 승계작업에선 지주회사인 CJ㈜ 지분 확보가 관건이다. 오너가 2세들은 현재 보유한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을 레버리지 삼아 CJ㈜ 지분을 사들여야 하고, CJ올리브네트웍스의 기업가치가 올라갈수록 유리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재현 회장의 부재가 시작된 이후 오너가 2세들이 지분을 보유한 CJ올리브네트웍스의 기업가치 제고 작업은 시작됐다”며 “매출 80% 이상을 차지하는 올리브영이 선봉장 역할을 맡고 있고 해외 진출에 이어 M&A를 통한 몸집 키우기 역시 승계 작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 상황에서 CJ그룹이 더바디샵 인수전에서 완주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자금력을 갖춘 해외 재무적투자자(FI)들이 우위에 서있고, 전략적투자자(SI) 중에선 영국 코스메틱 브랜드인 러쉬(Lush)가 거론된다. 인수가격이 너무 높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과거에 비해 보폭이 좁아진 CJ그룹이 1조원 이상의 M&A를 추진할 여력이 있는지도 불확실하다.

    CJ가 더바디샵 인수전에 이름을 올린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앞으로 글로벌 코스메틱 시장에서 의미가 있는 매물들이 나오게 되면 CJ그룹이 '의지를 가진 인수 후보'로 거론될 것이고 IB들이 찾아오게 하는 것만으로도 성과가 있다"며 "CJ그룹은 이 시장에서 영향력을 계속 키워나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