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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는 중국 진출의 ‘교과서’로 알려져 왔다. 1994년 중국으로 진출한 이래로 연간 5000명의 중국인 현지 직원을 채용하고, 현재 8000여개의 패션 매장을 운영 중이다. 그러던 이랜드가 위기에 빠졌다. 과도한 투자활동은 그룹의 재무부담을 키웠고 ‘올인’했던 중국에서의 성과가 주춤하기 시작했다.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이랜드는 재무구조 개선안을 내놨지만 실제로 이뤄진 것은 많지 않다. 수년째 이랜드리테일 기업공개(IPO) 카드를 제시했지만 시장의 신뢰는 이미 추락한 상태다. 호텔을 인수하고 명품을 수집하는 등 쇼핑은 멈추지 않았다. 임금체불 논란으로 소비자들의 원성을 자아내기도 했다. 안팎에서 악재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오너인 박성수 회장이 전면에 나서 이에 대응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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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자금 빌려서 '기업쇼핑'…재무개선안 실행 늦거나 철회 잦아
이랜드의 사업 확장은 2000년대 기업 인수합병(M&A)으로 이뤄졌다. 2004년 뉴코아와 2006년 까르푸를 인수한 뒤 2010년 대구 동아백화점과 서울 그랜드백화점 강서점 등을 품에 안았다. 2011년에는 이탈리아 패션잡화브랜드 만다리나덕과 제화업체 엘칸토를 인수했다. 2012년에는 이탈리아 패션잡화브랜드 코치넬리, 2013년에는 미국 패션브랜드 케이스위스, 지난해에는 제주·청평 풍림리조트 등을 인수했다.
이랜드는 사업 확장에 필요한 자금 상당 부분을 외부에서 빌려서 조달했다. 자금 부담이 계속 커졌지만, 2014년까지는 버틸 수 있었다. 중국 패션사업과 국내 유통사업에서 이익이 계속 나왔고, 그룹의 전반적인 외형과 이익이 안정적인 확대 기조를 보여 M&A 따른 자금 부담을 일부 완화할 수 있었다.
문제는 2015년부터 불거졌다. 국내외 패션사업부문의 실적 저하가 시작됐고, 수익성 및 영업현금창출력이 떨어졌다. 특히 올인(All-in) 전략을 구사한 중국에서 성장이 꺾였고, 인수한 기업들의 사업도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2010년 2조5000억원 수준이던 순차입금은 2015년말 4조5000억원으로 급증했다.
한국기업평가는 “2015년 들어 국내외 패션시장의 경쟁심화, 중국의 경제성장률 저하, 중국유통채널의 변화 과정으로 이랜드그룹 영업이익의 60% 내외를 차지하던 패션부문의 영업경쟁력이 약화했고 전체 상각전영업이익(EBITDA)마진이 9.6%로 하락하는 등 수익성이 저하세로 전환했다”고 분석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중국 의류시장에서 이랜드 브랜드는 중고가 브랜드로 인식됐지만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며 “2년전부터 글로벌 SPA 중심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는데 이랜드는 이에 대비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이랜드는 2015년부터 재무구조 개선 여정에 돌입한다. 핵심은 이랜드리테일 IPO와 킴스클럽 매각이었다. 하지만 이랜드리테일 IPO는 내년으로 연기됐고, 킴스클럽 매각은 티니위니 매각으로 선회하면서 없던 일이 됐다. 이랜드그룹은 1분기말 기준으로 부채비율이 240%에 이른다. 티니위니와 부동산 매각대금이 들어와 290%에서 떨어졌지만 여전히 높다. 현재는 외식사업 매각을 추진 중이지만 성사 여부와 그 효과는 역시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온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재무구조 개선이 과정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지만 이렇게 전반적으로 늦춰지거나 철회되는 경우는 없다”며 “이랜드는 자신들에 유리한 조건으로 바뀌면 약속했던 사안들을 철회하는 것에 익숙해 ‘양치기 소년’으로 불리고 평균적인 수준보다는 신뢰도가 낮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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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저사업 투자의지 여전…1000억원대 고가 소장품·임금체불 논란
레저사업에 대한 투자 의지는 여전히 남아있다. 레저사업이 미래성장동력이기 때문에 투자를 축소할 계획이 없다는 것이다. 투자 초기이기에 적자는 불가피하며 자금난이 오면 다른 사업에 대한 매각을 진행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랜드파크는 2014년 제주 중문관광단지에 켄싱턴제주호텔을 열었고 2015년에는 사이판 팜스리조트를 켄싱턴호텔로 새단장하는 공사를 시작하며 호텔·리조트 체인화 사업에 적지 않은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그해 5월에는 건영의 글로리콘도 사업부문을 2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투자에 비해 영업실적은 저조한 편이다.
박성경 부회장은 켄싱턴제주호텔을 오픈하며 "2020년까지 호텔·레저사업을 육성해 150개 지점과 1만8000개 객실을 갖춰 세계 10대 글로벌 호텔·레저그룹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랜드는 2020년까지 호텔·레저사업에서 연매출 5조원을 달성할 계획이지만 지금으로선 기대하기 어렵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국내 호텔업계가 임차나 위탁 운영 방식으로 선회하고 있는 데 반해 이랜드는 여전히 건물과 토지를 직접 소유하는 방식으로 호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비용 부담이 늘 수밖에 없어 그룹의 재무적 부담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집품도 논란거리다. 이랜드월드는 2000년대 초반부터 최근까지 해외 경매를 통해 1000억원대의 유명인 소장품을 사들였다.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꼈던 다이아몬드 반지, 찰리 채플린의 중절모,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골드 글러브 46개, 팝가수 휘트니 휴스턴의 드레스 등 문화와 스포츠 분야의 소장품이 많다. 노벨 경제학상 메달 등 그룹 사업과 연관성이 다소 떨어져 보이는 희귀 소장품도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그룹이 자금난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박성수 회장의 수집품 독특한 수집품 마케팅은 멈추지 않고 있다”며 “이랜드 투자자 입장에선 시선이 고울 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임금체불 논란은 부담을 가중시켰다. 이랜드는 이랜드리테일을 상장해 유입자금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외식기업 이랜드파크의 임금체불 문제가 불거졌다. 이랜드파크는 지난해 말 외식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1년간 아르바이트생 4만여명의 급여 83억7200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이에 이랜드리테일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위한 심의계획이 미뤄졌다. 이랜드는 이랜드리테일 상장을 내년 이후로 연기했다.
◇은둔의 경영자·급작스런 계획 변경…신용등급·신뢰도 바닥
그룹이 안팎으로 흔들리고 있지만 박성수 회장은 여전히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랜드 재무구조 개선 과정에서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았고, 이랜드파크 임금체불 문제에 대해서도 경영진 일동의 사과문으로 그쳤다. 그룹 오너로서 책임지고 수습하는 모습이 필요한 시점인데도 박 회장은 여전히 ‘은둔의 경영자’ 콘셉트를 고수하고 있다.
이랜드가 금융시장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점도 해결해야 할 문제 중 하나다.
특히 지난 1월 한국신용평가의 이랜드월드 신용등급 강등을 두고 법적 대응을 언급하는 초유의 사태를 불러왔다. 당시 한신평은 이랜드월드의 중국 실적이 회복세를 타지 못했다고 주장한 반면 이랜드 측은 지난해 막바지를 기준으로 실적이 반등했다고 맞섰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이랜드월드가 투기등급으로 떨어지면 줄줄이 기한이익 상실 트리거(조건)을 충족하게 되고 이는 이랜드의 유동성 문제로 직결된다"며 "등급하향의 키를 쥐고 있는 한신평과 의사소통을 더 하지는 못할 망정 시장의 판단에 법적 대응하겠다고 말함으로써 이랜드의 '불통'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꼴이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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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는 최근 이랜드리테일 지분을 매각하는 쪽으로 재무구조 개선계획을 바꿨지만 금융시장의 신뢰는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랜드는 지분 매각을 통해 6000억원대의 자금을 마련하고 이랜드리테일의 자회사인 이랜드파크 등을 분리해 기업가치를 높인 뒤 2018년 상반기에 이랜드리테일 상장을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 외부투자자가 4000억원을 출자하고 이랜드월드가 2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이랜드는 6월 안에 거래를 끝낸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랜드가 새로 내놓은 재무구조 개선안의 효과가 크지 않다는 평가다.
한국신용평가는 “프리 IPO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지분매각은 사실상 지주사인 이랜드월드에 유동성 확충효과가 없어 기존 상장계획과 비교했을 때 재무안정성 개선효과가 불확실하다”고 평가했다. 한국기업평가도 “기존 이랜드리테일 IPO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안에 비해 수정된 재무구조 개선안으로 기대할 수 있는 재무구조 개선수준은 다소 낮다”고 분석했다.
이번에도 시간 끌기에 그칠 가능성들이 제기될 정도다. 재계 관계자는 “중국법인 성장세가 꺾이기 시작하면서 수백원 규모의 자산을 사고파는 것을 반복하며 버티는 모양새”라며 “켄싱턴호텔, 킴스클럽 등 매각할 자산들이 많지만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이랜드리테일 IPO는 지난해 예비심사청구만 하면 됐고, 회사가 서둘러서 하자고 했다면 좀 더 빨리 진행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한 특별한 노력이 없었고, 시장에 재무구조 개선 의지에 대한 신뢰를 주기에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갑작스레 불거져 나온 MBK파트너스와의 외식사업 매각 협상도 마찬가지다.
빠르게 1주가량 기업실사(Due Diligence) 등이 진행되는 모양새지만 '가격'과 '매각 또는 인수의지'가 남아 있다. 애슐리, 자연별곡 등 18개 브랜드를 보유한 이랜드파크 외식사업부 매각에 무려 '1조원'이란 가격이 거론됐지만 현실성은 낮다는 평가다. 이랜드파크만 해도 부채비율 380%에 총부채가 7000억원에 육박하고 최근 2년간 130억~15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IB업계 관계자들은 "외식사업만 떼내어서 MBK파트너스에 1조원에 팔겠다는 것은 순전히 이랜드그룹의 '희망사항'에 불과할 뿐"이라며 "MBK가 인수할지 말지, 또 얼마에 협상할지, 매각대상이 외식사업에 한정될지는 전부 미지수"라고 지적하고 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이랜드가 이랜드리테일 프리IPO로 재구무조 개선 계획을 변경하자 이랜드그룹에 대한 대대적인 신용평가 재점검을 실시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이랜드월드의 신용등급을 BBB(부정적)에서 BBB-(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고 이랜드파크는 투기등급으로 강등됐다. 한신평은 유동성, IPO 진행과정, 중국법인 3사 등 그룹 패션부문 수익창출력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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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4월 12일 14:56 게재]
중국 올인 전략 한계…유동성 위기에 사업 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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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개선안 수차례 번복…시장 “양치기 소년…신뢰회복 요원”
기업쇼핑·수집품 경매 계속…오너는 여전히 은둔
재무개선안 수차례 번복…시장 “양치기 소년…신뢰회복 요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