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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데리고 있는 팀을 통째로 데려오라는 요청을 받았어요. 지금 회사에 누를 끼치는 일이라 고려하진 않았지만, 파격적인 제안이었습니다." (한 대형증권사 기업금융본부 부장급 인사)
삼성증권이 투자은행(IB)부문 인력 보강에 나섰다. 특히 기업공개(IPO) 관련 인력을 공격적으로 끌어오고 있다.
삼성증권은 최근 헤드헌터사를 통해 국내 증권사의 IB 실무진들을 영입하고 있다. 국내 한 증권사의 경우 IPO팀의 부장급부터 입사한지 2년밖에 되지 않은 말단 직원까지 모두 이직 제안을 받았다. 좁은 국내 IB 업계에서 다소 노골적이다 싶을 정도로 실무진 영입에 나서고 있어 경쟁사들의 눈총을 받을 정도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분야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삼성증권의 현재 IPO 인력은 17명 수준이다. 회사는 IPO 팀을 하나 더 구성할 방침이다. 삼성증권은 최근 NH투자증권 IPO부에서 근무하던 부장급 인력 영입에 성공했다.
약화한 IB부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입장이다. 삼성증권은 수년째 주식자본시장(ECM) 부문 리그테이블에서 주관 순위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특히 IPO 부문의 경우 ING생명이 없었다면 올해에도 중소형사와 어깨를 견주어야 했을 정도로 시장 지위가 낮다. 반면 삼성증권과 자기자본 규모가 비슷한 경쟁사의 경우 매년 1~3위를 두고 다투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삼성증권의 움직임은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2013년까지만 해도 삼성증권은 인력 감축에 집중했다. 당시 삼성증권은 직원 100여명을 계열사로 전환배치했고,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이후 IB인력들도 상당수 타사로 유출됐다. IPO와 인수합병(M&A) 업무를 전담하는 기업금융부문의 인력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87명이었다. 2011년엔 132명이었다. IPO부문 인력도 크게 줄어들고, 실무 책임자도 잇따라 교체됐다.
삼성증권은 이를 '효율화'라고 포장했지만, 이후 IPO 시장에서 삼성증권의 존재감은 크게 낮아졌다. 삼성증권은 IPO 등 리스크가 비교적 높은 인수 업무 비중을 줄여나간 대신 고액자산가 중심의 자산관리(WM)에 집중해 수수료 수익을 냈다. '투자회사'로서의 색이 옅어지자 그룹 내부에서조차 삼성증권을 계열사의 자금 조달을 도와주는 창구 정도로 인식하는 분위기도 생겨났다.
올해부턴 신규 인력을 유치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인수 업무도 진행하겠다는 적극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IPO 시장에서부터 IB부문의 입지를 다시 다지겠다는 것이다.
M&A 부문에 집중했지만 경쟁사에 비해 특출난 부분을 보여주지 못했고, WM 부문도 휘청이자 생존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증자 이후 하락할 가능성이 높은 자기자본수익률(ROE)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도 IB 전반적으로 업무역량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이 IB명가의 명성을 되찾기까진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IPO분야는 당장 투자한다고 점유율을 크게 높일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비단 IPO 뿐만이 아니다. 자본력과 신규 사업 부문에서도 걸림돌이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증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을 갖췄지만, 하반기부터 허용될 전망인 '발행어음' 업무를 시작할 수 있을지 아직 불투명하다.
삼성증권의 모회사인 삼성생명은 지난 3월 자살보험금 미지급으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기관경고'를 받았다. 대주주가 기관경고 조치를 받을 경우 신규사업 진출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삼성증권은 경쟁사보다 일년 늦은 내년 하반기부터 발행어음 업무를 시작할 수 있다.
삼성증권 측은 "만약 신규업무가 제한되더라도 경쟁 증권사와 몇 개월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우려하지 않는다"면서 이와 별개로 "IB 역량 강화를 올해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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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4월 18일 17:22 게재]
역량 확대 위해 주요 증권사 실무진 접촉
대형 경쟁사 대비 열위한 IB역량..."올해부터 강화할 것"
대형 경쟁사 대비 열위한 IB역량..."올해부터 강화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