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에서 선호되는 대선 후보는 누구?
입력 17.04.27 07:00|수정 17.04.28 09:39
"文·安, 금융정책 없고 경제정책도 부실" 공통의견
文, 노무현 정부 금융투자업 육성 정책 지속 기대감
安, 4차 산업혁명 적임자 어필…'제2의 창조경제' 우려도
"그나마 文"…상대적으로 한쪽으로 쏠리는 자본시장 票心
  • 대통령 선거가 코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내 자본시장도 표심(票心) 향방에 귀추를 주목하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은 유력 대선 후보들의 경제정책이 모호하고, 특히 자본시장이 속한 금융정책의 부재에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동시에 어떤 후보가 금융권 육성에 그나마 관심을 보일 것인지 셈하는 상황. 상대적으로 노무현 정부의 정책을 이어갈 가능성이 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쪽으로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국내 금융시장은 정치 리스크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금융시장의 방향성도 크게 바뀌었다. 이에 인베스트조선은 임원급의 자본시장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현재 대선 후보 중 금융시장의 발전을 꾀할 수 있는 후보가 누구인지 물어봤다. 개인적인 정치 성향은 최대한 배제하고, 시장 플레이어로서 객관적인 의견을 제시해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경제정책의 모호함, 금융정책의 부재에 대한 지적들이 이어졌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유력 대선 후보인 문재인 후보의 경우 경제 공약이 두루뭉술하다는 느낌이다”라며 “전반적인 의견에는 공감을 하지만 구체적인 실천 플랜이 없다”고 지적했다. 자본시장 측면에서 놓고 보면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등 모두 법인세 인상,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 등 증세 정책만 있을 뿐 자본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사안들은 없다”며 “어느 후보가 당선이 되든 자본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은 없다”고 덧붙였다.

    대형 법무법인의 변호사는 “문재인 후보는 금융정책은 하나도 없고, 경제정책만 어느 정도 제시하고 있는데 상법개정, 단체소송, 재벌규제, 노동문제 등에 대한 TF(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스터디 하고 있다”며 “안철수 후보에 대해선 따로 점검할 여유는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재벌규제에 집중돼 있는 두 후보의 경제정책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여론에 따른 무조건적인 규제보다 대기업 프리미엄을 활용할 수 있는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스타트업 등 벤처 기업들을 활성화하겠다고 해도 당장 해외 경쟁력이 없고, 내수 기반도 없는 상황”이라며 “재벌들이 잘못한 게 있다 하더라도 대기업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바를 부정할 수 없기에 관련 정책들에 대한 깊은 고민과 다양한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기대감이 없다”지만 예상 외로 문재인 후보로의 쏠림 현상은 크게 드러났다. 키워드는 ‘상대적 안정성’과 ‘노무현’이다.

    브렉시트와 최순실 국정농단 등 최근 1년간 국내외 이슈들로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심해졌고, 시장에 가장 필요한 것은 ‘안정성’이라는 답변들을 내놨다. 불안한 정치를 안정시킬 수 있는 인물이 금융시장에도 장기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안철수 후보는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들이 나왔다. 국민의당 의석 수가 적은 상태에서 추진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안철수 후보 자체가 국민의당 내에서 장악력을 갖추고 있는지가 불확실하다는 의견이다. 얕고 넓은 지지자 스펙트럼도 한계로 지목됐다. 이로 인해 갈팡질팡할 가능성이 있고, 이것이 시장의 불확실성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 후보의 경우 사드발 중국 문제 해결에 있어 좀 더 기대감을 갖고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대중(對中) 문제에 있어 가장 전향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고 실제로 민주당 의원들이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 부장을 만나는 등 문제 해결에 적극성을 띠고 있다.

    국내 증권사 관계자는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빠른 시간 안에 게임, 드라마, 영화, 화장품, 유통 등 한류 콘텐츠가 처한 문제들이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게 되면 주가도 오르고 관련 기업들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더했다.

    금융권 육성 정책은 모든 후보들에게서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들이 나왔다. 다만 노무현 정부가 금융투자업 육성 정책에 가장 적극적이었다는 측면에서 그 정부에 몸을 담고 있었던 문 후보가 금융업에 대한 관심이 가장 많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외국계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10년을 평가하면 소위 ‘차가운 금융’을 지향했다”며 “규제가 지나치게 늘고 특히 파생상품 규제로 톱티어였던 한국거래소의 경쟁력이 급격히 낮아진 점은 금융을 바라보는 지난 10년간 보수 정권의 안일한 시각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국내 증권사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 때 호황기를 경험하면서 금융업계에 있다는 자부심을 느꼈고 금융이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많았다”며 “당시에는 업계에서 수만명씩 뽑으며 일자리 창출 부문에서도 기여도가 상당히 컸다”고 전했다. 하지만 리먼 사태 이후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규제가 본격화하면서 시장이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의견을 더했다.

    4차 산업혁명 공약과 관련해선 안철수 후보의 의견에 동의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프라이빗에쿼티(PE)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4차 산업혁명 물결이 드리우면서 이에 대한 구체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한데 그런 측면에서 안 후보의 공약이 좀 더 어필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제언이 자칫 '제2의 창조경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드러냈다.

    두 후보가 공통적으로 언급한 법인세 강화에 대해선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입장들을 내비쳤다. 기업들의 투자 감축에 좋은 구실이 될 수 있고, 이것이 주식시장에는 마이너스라는 설명이다. 주식양도차익 비과세의 단계적 폐지 역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직은 대주주에 한해 적용되고 있는 주식양도차익 과세가 세수 확보를 명목으로 소액주주들에게까지 확대할 수 있고, 이것이 '거래세+차익과세'의 이중부담이 되면서 주식시장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